[로이슈 심준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직접 허리를 숙이며 투자 확대와 증시 활성화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신영증권의 '국민연금 74조원 매도 가능성' 보고서와 이를 "점쟁이 노릇"이라고 공개 비판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설전이 급락장 속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는 2일 장중 5% 넘게 급락하며 8000선 아래로 밀려났고, 유가증권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에도 2%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보인 데 이어 불과 일주일 전 장중 9000선을 돌파했던 지수는 1000포인트 이상 밀려났다. 특히 외국인이 3조8909억원을 매도하며 1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가 지속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급락장 속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상당한 평가손실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논란의 출발점은 신영증권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연금 리밸런싱 규모 추정과 영향' 보고서다. 보고서는 코스피가 9000선에 도달할 경우 국민연금이 최대 74조4000억원, 1만선에서는 최대 120조9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매도해야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가 공개된 직후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74조 매도설'이 빠르게 확산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의 대규모 매도 주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의 경계심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74조원은 터무니없는 숫자"라며 "언제부터 애널리스트가 점쟁이 노릇을 하게 됐는지 의아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어 "리밸런싱에 들어가더라도 매도 폭탄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며 "단기간 대규모 매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수장의 이례적인 공개 반박이 오히려 '74조 매도'라는 숫자를 다시 시장의 중심 이슈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영증권의 시나리오 분석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74조 매도'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재차 부각되며 급락장 속 투자심리를 더욱 자극했다는 것이다.
김진안 전 삼성전자 전무도 SNS를 통해 "기관이 매도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시장은 이미 공포에 질려 폭락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거대한 매도 벽(오버행)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그는 "큰손들은 탈출하고 개미들만 서로 폭탄을 주고받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특히 이번 논란은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삼성과 SK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규모 투자 계획에 감사를 표하며 직접 허리를 숙이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통령이 기업 투자 확대와 자본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74조 매도설'과 이를 둘러싼 공개 설전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국민연금은 리밸런싱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매 시기를 분산하거나 허용범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국내주식 비중 조정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 우려가 제기됐지만, 기금운용위원회는 리밸런싱 유예와 단계적 매매를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의 시나리오 제시와 김성주 이사장의 공개 반박이 맞물리면서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추진하고 있는 증시 부양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국민연금의 실제 매도 규모가 아니라,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기관과 전문가들의 발언이 투자심리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대통령은 증시를 살리기 위해 재계에 손을 내밀고 허리를 숙였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74조 매도설'이라는 그림자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대통령은 증시 살리려 고개 숙였는데…사이드카 부른 김성주와 신영증권의 '74조 설전'
기사입력:2026-07-02 11: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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