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심준보 기자]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4종이 비교지수와의 상관계수 기준을 채우지 못해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부진이 아니라 비교지수를 크게 웃돈 초과성과가 퇴출 사유가 된 첫 사례인데, 정작 금융당국은 이 상관계수 규제 자체를 없애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법안 발의를 미뤄 온 터라 제도 공백이 투자자 피해로 번졌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관계수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유의 문구가 게시되고 있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TDF2030액티브 적격, ACE TDF2050액티브 적격, ACE TDF장기자산배분액티브,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 등 4종이다. 일정대로면 ACE TDF2030액티브 적격은 다음 달 7일, 나머지 3종은 9일 퇴출된다. 다만 한투운용 측은 4종 모두 상장폐지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며 상관계수 회복을 위한 운용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관계수는 ETF의 순자산가치(NAV)가 비교지수를 얼마나 충실히 따라가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두 값이 비슷하게 움직인다. 패시브 ETF는 0.9, 액티브 ETF는 0.7 이상을 3개월 연속 유지해야 하며, 이를 밑돌면 순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이번 4종은 순자산 부족이 아닌 상관계수 미달이 사유라는 점에서 종전 퇴출 사례와 다르다.
상관계수가 0.7 밑으로 내려간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비교지수를 크게 웃돈 수익률이다. ACE 애플밸류체인액티브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지난 23일 기준 170.73%로, 비교지수인 블룸버그 톱30 서플라이체인 플러스 애플 프라이스 리턴 지수 수익률(116.79%)을 53.94%포인트 앞섰다. 수익률이 비교지수를 과도하게 상회하면 두 지표의 움직임이 어긋나 상관계수가 떨어지는 구조다.
한투운용은 비교지수(BM) 대비 초과성과를 추구하는 액티브 ETF 특성상 전술적 자산배분 과정에서 국내 주식 편입이 일부 이뤄졌고, 국내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상관계수가 0.7을 하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회를 인지한 직후부터 BM 외 종목을 덜어내며 지수와 유사한 포트폴리오로 전략을 전환했지만 증시 변동성이 이례적으로 커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투자자에게 별도 안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당국 스스로 폐기를 예고한 규제가 그대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국내외 ETF 간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달성하겠다며 완전 액티브 ETF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올해 상반기 중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완전 액티브 ETF는 지수연동 요건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 펀드매니저가 운용 재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으로, 상관계수 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뼈대다.
그러나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위와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는 3∼4월 격주로 도입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으나 지난달부터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고, 상반기 발의 목표도 하반기로 밀린 상태다. 상관계수 폐지를 예고한 금융위와 달리 한국거래소는 현행 규정에 따라 상관계수 관리 고삐를 죄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지하겠다던 규제가 입법 공백 속에 살아남아, 초과성과를 낸 상품을 시장에서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거래소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액티브 ETF가 초과수익을 추구할 수 있더라도 애초 제시한 운용전략이나 상품 정체성에서 벗어나면 투자자가 예상한 위험·수익 구조와 달라질 수 있다며, 상관계수 요건은 이런 운용상 이탈과 그로 인한 투자자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관계수 미달 ETF가 실제 상장폐지되는 것이 처음인데도 중간 심사나 소명 절차 없이 기계적·즉각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인하나 폐지 요구는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이라며 "비교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낸 ETF가 오히려 규제 탓에 상장폐지 위험에 놓이는 만큼, 올해 본격화된 상관계수 폐지 논의가 조속히 결론지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장에서도 초과성과가 아닌 상관계수 유지에 운용을 맞춰야 한다는 점은 투자자 수익 측면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너무 잘나간 죄'로 상폐 내몰린 액티브ETF...금융당국 '상관계수 폐지'는 말 뿐?
기사입력:2026-06-30 16: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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