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일반 유통과 다르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소비자와 플랫폼, 제작자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구조에서 출발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은 단순 중개를 넘어 기획과 검증에 관여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소비자들의 희소성 선호와 신제품 시장 반응을 확인하려는 기업 수요가 맞물리면서, 크라우드펀딩은 침체된 유통 시장 속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물 없이 상세페이지만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적 특성상, 품질과 정보 전달을 둘러싼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때마다 플랫폼 신뢰 역시 함께 흔들렸다.
이 같은 신뢰 문제를 겨냥해 카카오는 크라우드펀딩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2017년 카카오메이커스를 분사했고, 이후 2019년 카카오커머스에 흡수합병, 2021년 카카오커머스가 카카오에 재합병되면서 현재는 카카오의 직속 사업부문으로 운영된다. 소비자들은 '카카오'라는 브랜드를 신뢰의 근거로 삼아 검증 이전 단계의 제품에도 지갑을 열어왔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펀딩된 NMN을 핵심 성분으로 내세운 일반식품 3종이 핵심 성분 함량을 불완전하게 기재한 채 리워드로 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는 무엇이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제에 나섰다. 해당 제품의 1정당 판매가는 본지가 조사한 해외 직구 제품과 비슷하거나 최대 1.5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NMN 함량 기준으로 환산한 실질 단가는 최대 50배까지 벌어졌다.
◆ 국내 NMN 시장의 구조적 문제... '무늬만 NMN'
항노화 성분으로 주목받는 NMN(니코틴아미드 모노뉴클레오티드)은 세포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조효소 NAD+의 전구체로, 노화 억제 효과에 대한 연구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항노화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고함량 단일 성분 제품이 이미 대중화됐고,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재까지 NMN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유통 'NMN 제품'들은 NMN을 직접 원재료로 쓰지 못하고, NMN이 자연 함유된 브로콜리·쌀겨·효모발효분말 등 추출물 형태로 우회하는 방식을 택한다. 소비자는 NMN 제품을 샀다고 믿지만, 실제로 NMN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위해 식약처가 인정한 비타민 B군 등을 주원료로 앞세우고 NMN은 그 뒤에 얹는 구조도 업계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비타민 B 제품에 NMN이 소량 첨가된 제품'에 가깝지만, 전면에는 NMN이 내세워진다. 무늬만 NMN. 이것이 국내 NMN 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펀딩된 3종의 제품 역시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 NMN·스페르미딘 내세운 제품... 총 내용량 뒤에 숨은 '함량 착시'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펀딩된 첫 번째 제품 패키지 전면에는 다음과 같이 표기돼 있다.
"NMN 총 내용량당 108mg / 스페르미딘 총 내용량당 7.2mg"
얼핏 보면 충분한 함량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수치는 1정당 함량이 아닌 30정 전체 기준 총량이다. 1정당으로 환산하면 NMN 3.6mg, 스페르미딘 0.24mg에 불과하다. iHerb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NMN 단일 성분 제품의 1정당 함량이 175~500mg인 것과 비교하면 최대 140분의 1 수준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계산해 파악하지 않는 한, 제품 전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108mg'이다. 총량을 전면에 배치한 표기 방식이 소비자의 올바른 성분 인식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격 구조를 보면 문제는 더 뚜렷해진다. 본지가 비교한 iHerb의 California Gold Nutrition NMN 175mg(60정, 정가 23,005원)은 1정당 약 383원, NMN 1mg당 약 2.2원이다. 아이허브는 NMN 대중화를 위해 자체 브랜드를 통해 시중 대비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타 브랜드 NMN 제품은 동일 함량 기준 이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 제품의 1정당 가격은 430원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1정당 NMN 함량이 3.6mg에 불과해 NMN 1mg당 가격은 약 119원 — 비교 제품의 약 50배에 달한다.
상세페이지에는 '미국 Biogenio사 98% 이상 탄소 기반 고순도 NMN 원료 사용'이라는 문구도 있다. 그러나 법정 원재료명에는 NMN이 없다. 브로콜리추출복합물(25%), 쌀배아추출복합물(20%) 등 식물 추출물만 기재돼 있다. '98% 이상 고순도'는 원료 정제도를 뜻하는 표현으로, 1정당 실제 함량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제품이 내세우는 두 핵심 성분, NMN과 스페르미딘은 모두 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공식 인정하지 않은 성분이다. 그럼에도 상세페이지는 'NMN 섭취 시 NAD+로 전환되어 시르투인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표현한다. 공개된 상세페이지만으로는 이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인지 일반식품인지 소비자가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 식품 유형은 '과채가공품', 즉 일반식품이다.
◆ '미국산 NMN 1,500mg' 강조 제품... 총량과 1정당의 간극
또 다른 제품의 상세페이지에는 '미국산 NMN 1,500mg 함유'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 표시사항을 보면 1정당 함량은 '효모발효분말(NMN 50%) 100mg'이다. 1정당 NMN 함량은 50mg 수준으로 추산된다. 1,500mg은 30정 전체 기준 총량이다.
패키지 전면에는 NMN보다 앞서 '1정당 나이아신 15mg NE'가 표기돼 있다. 나이아신은 식약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비타민 B3 계열 원료다. 소비자는 NMN을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리지만, 실제 건강기능식품으로서 기능성 인정의 법적 근거는 나이아신일 가능성이 크다. NMN을 전면에 내세우고 실제 제도적 기반은 별도 비타민 원료에 기대는 국내 시장의 전형적인 구조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NMN 1mg당 실질 단가는 약 10.6원으로, 비교 제품 대비 약 5배 수준이다.
◆ 효모발효분말(NMN함유) 262mg 표기 제품... 수치는 있지만 기준이 다르다
세 번째 제품은 상세페이지에 '1정당 효모발효분말(NMN함유) 262mg, 순도 50%'라고 표기해 3종 중 원재료 표기가 가장 투명하다. 이를 기준으로 실제 NMN 함량은 1정당 약 131mg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순도 50%'는 원료 내 NMN 함유 비율이지 체내 흡수율이나 NAD+ 전환 효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효모발효분말 유래 NMN이 순수 NMN과 동일한 생체이용률을 갖는다는 임상적 근거는 확립되지 않았다. '브로콜리 1,824개, 토마토 5,822개 분량의 NMN 함유'라는 표현도 이 전제 위에 계산된 수치다. 소비자가 먼저 받아들이는 인상은 압도적 고함량에 가깝지만, 실제 섭취량과 효과 사이의 간극은 고지되지 않는다. NMN 1mg당 실질 단가는 약 4.6원으로 비교 제품 대비 약 2배 수준이다.
본지가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NMN을 제품명이나 광고에 사용하려면 영업자가 최종 제품 내 NMN 함유 사실을 직접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유권해석이 확인됐다. 또 원재료명과 함량을 주표시면에 표기하는 경우 최종 제품 내에 실제 남아있는 함량을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량을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이 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본지 질의 이후 "해당 제품 관련 판매중지 및 검색 노출 제외 처리했으며, 질의 내용 관련 검토 및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의 핵심은 개별 제조사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카카오메이커스는 단순한 오픈마켓이 아니라 제조사와 함께 제품을 기획하고 론칭하는 크라우드펀딩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제품이 카카오라는 이름 아래 소개되고, 카카오의 내부 사업에서 출발해 지분 100% 구조 속에서 성장해온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검증 책임 역시 결국 카카오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은 카카오메이커스가 제품의 성분 표기와 표현 방식, 상세페이지 구성 단계에서 어느 수준까지 사전에 검토하고 걸러내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카카오라는 브랜드 신뢰가 붙는 순간 책임 역시 그 이름을 따라간다. 카카오가 플랫폼의 신뢰를 지키려면 핵심 성분과 실제 함량이 소비자에게 한눈에 전달되도록 사전 심의 체계를 강화하고, 상세페이지의 가독성과 정보 전달 방식 전반을 손보는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실적 발표를 앞둔 시점에, 100%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성분 인식 논란이 제기된 상품들이 판매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플랫폼 신뢰 관리 역량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단독] '착시 NMN' 논란… 카카오메이커스, 함량 부정확한 현대판 불로초 펀딩했다
성분 함량 없거나 부정확한 일반식품 판매 확인NMN 실질 단가는 해외 직구 대비 최대 50배 기사입력:2026-05-04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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