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서울지방병무청 앞 기자회견

괴롭힘 피해 사례로 본 괴롭힘 제도 한계와 개선방안 및 지방선거 5대 요구안 발표 기사입력:2026-04-26 16:34:15
4월 26일 오전 서울지방병무청 앞 기자회견과 괴롭힘 신고서 접수 모습.(사진제공=사회복무유니온)

4월 26일 오전 서울지방병무청 앞 기자회견과 괴롭힘 신고서 접수 모습.(사진제공=사회복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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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사회복무유니온은 4월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주년, 괴롭힘 피해 사례로 본 괴롭힘 제도 한계와 개선방안, 지방선거 5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복무유니온은 전국 5만 사회복무 노동자를 대표해 이들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불합리한 제도와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노동조합이다. 2023년 4월 30일 제1회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선언 이후로, 매년 노동절 직전 일요일에 사회복무요원 노동자의 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4회이다.

현행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문제점으로 △총 72건 중 19건만 인정되는 등 괴롭힘에 대한 판단이 보수적인 경향 △복무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은 소수이고, 직원은 다수인구조 △근무지 대표가 가해자인 경우에도 셀프조사 진행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 판단요소에 지속성·반복성 포함을 꼽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사용자의 자체 조사·조사 지시 이후 조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조사의 객관성·전문성 확보를 위해 병무청에 ‘괴롭힘 심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 ▲지속성·반복성을 제외 판단기준에서 제외 ▲복무기관에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 의무화 및 괴롭힘 상담·조사자 전문성 제고 ▲산업안전보건법 준용을 통한 괴롭힘 보호범위 확대를 제시했다.

2024년 5월 1일부터 시행된 병역법 개정안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은 곧 시행 2주년이 된다. 그러나 처음 법이 적용되었을 때의 기대와 달리 사회복무요원들은 적극적으로 괴롭힘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복무기관의 괴롭힘 조사 및 판단이 공정하지 못하더라도 이의를 신청할 수 없고, '복무기관의 장'에 대하여만 병무청이 직접 조사할 뿐 근무지 대표가 행위자인 경우에도 복무기관에서 셀프조사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사회복무유니온이 발표한 통계는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의 명과 암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025년 8-9월 진행된 사회복무요원 600명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복무기관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복무기관 관계자에 의한 괴롭힘은 2023년 조사(64%) 대비 32.3%로 경험율이 31.7% 가량 감소했다. 법 제정으로 노골적인 괴롭힘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다는 사회복무요원 응답도 2023년 조사(28.1%) 대비 19.6%로, 상담이나 진료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2023년(59.4%) 대비 27.8%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4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요원이 복무 중인 반면, 1년에 50건도 채 되지 못하는 신고 건수(전체 사회복무요원 대비 0.1%)는 한계로 남았다. 복무기관의 괴롭힘 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탓이다. 실제로 복무기관 내 괴롭힘 인정률도 2024년(40%) 대비 2025-26년(22%)로 급감했고, 특히 병무청의 복무기관 장에 대한 괴롭힘 조사는 3건 중 단 1건도 인정되지 못했다.

(사진왼쪽부터) 김설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김세정 노무사(직장갑질119 법률스텝), 최민 활동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희중(사회복무유니온 집행위원).(사진제공=사회복무유니온)

(사진왼쪽부터) 김설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김세정 노무사(직장갑질119 법률스텝), 최민 활동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김희중(사회복무유니온 집행위원).(사진제공=사회복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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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만 명이 넘는 사회복무요원 중 괴롭힘 신고 건수는 43건(0.1%)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법 취지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전(2015~2024년) 매년 평균 13명의 사회복무요원이 삶을 포기했으나,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2024년(9명), 2025년(5명), 2026년(0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은 복무기관과 근무지가 다른 경우(일종의 파견)들이 있다. 동작문화재단 산하에는 10여개의 도서관이 있으며, 각 도서관에는 도서관장이 있다. 따라서 복무기관의 장은 동작문화재단 이사장이지만, 각 사회복무요원의 복무지에서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은 도서관 관장이다.

동작문화재단에서 복무한 사회복무요원은 수술 후 재활로 인해 병가 사용을 요구했으나, 김 모 도서관 관장은 "출근으로 처리해줄테니 근태 기록을 찍지 마라"라고 지시했다. 이에 출퇴근 기록 조작을 거부하자 "연예인이나 걸리지 안 걸린다.", "나는 불법으로라도 본인을 전역시키겠다."라며 재차 출퇴근 기록 조작을 강요했다. 그러나 괴롭힘 신고 결과 복무기관은 '관리자로서 근무 경험을 토대로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복무유니온 김희중 집행위원은 익명으로 제보된 세 사례를 대신 낭독했다. 경기도의 행정기관에서 복무중인 박 모 씨는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폭언을 수차례 들었음에도 괴롭힘으로 신고하자 복무기관은 이를 '근무태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 소재 사회복지시설에서 복무하는 이 모씨는 법에 규정된 정당한 휴가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따돌림과 차별에 노출되었는데, 멘토지도관과의 면담에서 '단발성 사안이므로 복무기관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 소재 행정기관에서 복무하는 최 모 씨는 재지정 승인을 받았지만 복무기관 TO가 없다며 방치되던 중, 스스로 복무기관 TO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다. 이처럼 사회복무요원들은 괴롭힘과 폭언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음에도 복무기관이 제대로 이들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전문가들도 함께 목소리를 냈다. 김세정 노무사(직장갑질119 법률스텝)는 "부당한 불인정 결과가 있게 되었을 때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근기법상 근로자와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불복할 수 있는 절차를 두지 않고 있어 부당한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현행 병무청 내부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근무지의 장에 대한 조사를 병무청에서 직접 진행하지 않는데, 이는 절대적 우위를 가지는 사용자의 괴롭힘을 강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본 괴롭힘 금지법의 기본 취지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며 병무청의 조사 방침이 모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공=사회복무유니온)

(제공=사회복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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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 활동가(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사회복무요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나 고객 폭력을 포함한 안전과 건강 관련 보호가 더 잘 보장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복무요원의 노동이 국가의 요청에 따라 수행되는 '강제 노동'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적으로 누군가의 노동을 취하고 있다면, 최소한 안전과 건강은 보장해야 한다. 이용자·민원인에 의한 괴롭힘까지 괴롭힘 사안으로 당연히 포괄하고, 제대로 조사하고 조치하는 것은 출발일 뿐이다"며 괴롭힘 보호 범위 확대의 당위성을 짚었다.

연대 발언을 맡은 김설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은 "사회복무요원은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구청, 도서관, 지하철역, 그리고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우리 곁의 노동자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자체는 사회복무요원을 값싼 노동력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지방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사회복무요원을 투명 인간 취급하지 말고, 이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할 구체적인 조례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복무요원 의제가 청년과 지역 의제임을 강조했다.

이 날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은 지방 선거 5대 요구안으로 ▲복무기관 TO 공개 및 사회복무요원 적성 배치 ▲지역 내 사회복무요원 복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 시행 ▲사회복무요원 괴롭힘 보호 범위 확대 ▲겸직 제도 기준 마련 및 신고제 전환 ▲사회복무제도 점진적 축소·폐지 및 공공일자리 전환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하은성 사회복무유니온 위원장(노무사)은 "사회복무요원은 자신의 거주지 인근 복무기관에서 복무하고, 그 복무기관을 이용하는 민원인과 이용자는 모두 지역 주민이다. 즉, 사회복무요원의 노동환경과 일자리 문제는 지역구의 문제인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사회복무요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요구안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은 투표 도장 마크를 들어올리는 상징행동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서울지방병무청에 괴롭힘 신고서를 제출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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