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동부지원, 생후 6일 만에 분유를 주지 않는 등 방치해 숨지게 한 모친 무죄

기사입력:2025-11-25 10:09:39
부산지법 동부지원.(로이슈DB)

부산지법 동부지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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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김병주 부장판사, 김나영·정수호 판사)는 2025년 11월 20일, 10년 전 생후 6일만인 2015. 2. 11. 경제적 상황이나 남편과의 협의이혼 등 스트레스로 분유를 주지 않는 등 방치해 건강하게 출산한 둘째딸을 숨지게 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40대·여)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2010. 3. 4.경 H와 혼인해 2010. 11. 9.경 딸을 출산해 혼인생활하던 중 2014. 5.경 둘째인 피해자 무명인(여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성명 미정)을 임신하게 됐고, 2014. 8. 6.경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 있는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4. 말경 남편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도박을 하는 등으로 인해 거액의 채무가 있는 것을 알게 됐고 주거지로 채권자가 찾아오는 등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자 위 아파트를 매매하게 되었고 주민등록지는 피고인의 모친 주거지로 옮기고, 실제로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주택으로 이사해 남편과 함께 거주하며 이혼하기로 하고 협의이혼 신청을 했다.

이후 피고인은 2015. 2. 4.경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여성의원에서 제왕절개수술로 피해자를 출산했는데, 당시 피해자는 3.3kg으로 양호한 건강 상태였으나 양쪽 발가락이 6개인 ‘양측발 다지증’을 가지고 있었다. 피고인은 2015. 2. 6.경 병원에 단유를 희망한다고 하여 병원에서는 단기간에 젖이 마르게 하는 약을 처방해 피고인은 이를 복용했고, 피해자에게는 분유 수유를 했다.

피고인은 2015. 2. 10. 오후 1시경 위 병원에서 퇴원해 피해자와 함께 위 주거지로 왔는데 당시 큰 딸은 피고인의 오빠에게 맡겨 둔 상태였고 산후조리를 도와주는 사람 없이 피해자와 둘이서만 주거지에 있게 되자, 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한 불안감, 피해자의 양육에 대한 부담감,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피해자는 생후 6일의 영아로서 주기적으로 적정량의 모유 또는 분유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분유 수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를 침대에 눕히고 방치하던 중 같은 날부터 다음 날 새벽경 사이에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그 추정의 번복은 직접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등 참조).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행 전체를 부인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사실이 추가적·선결적으로 증명되어야 함은 물론, 그러한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 10754 판결 참조).

1심 재판부는 증거조사 결과, 여러 의심스런 정황들이 인정되기는 하나, 검사가 제출한 부수적·간접적인 증거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목격했다는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가 영아돌연사증후군으로 사망하였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고의나 과실과 상관없는 영아돌연사 내지 사고사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모친이라면 사건 당시 당연히 했을 것으로 기대되는 행동들, 즉 사건 발생 직후 병원 응급실로 급히 데려가거나 119 구조나 모친과 언니·오빠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곧바로 경찰·관공서에 신고도 하지 않은 점, 사건 당일 새벽에 홀로 야산에 가서 암매장했다는 매우 수상스런 진술 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심 정황들은 당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던 피고인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 피해자를 출산한 직후 돌연사 등 불상의 경위로 사망하게 된 피해자를 떠나 보내기로 결심하고 기족과 지인의 도덕적·윤리적 비난을 회피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들로 못 볼 바가 아니다. 이처럼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공소사실에는 사망의 경위가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피해자 사망에 관련된 피고인의 구체적 행동이 나타나 있지 않아 적어도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어떠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 더욱 명확히 증명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뒷받침하거나 간접적으로라도 추단할 수 있는 관련 자료도 부족하다.

피고인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구직활동을 준비하고자 출산 직후 2015. 2. 6. 입원 중인 병원에서 단유제를 처방 받은 사실, 출산 후 2015. 2. 11. 새벽경 사망한 피해자를 죽성리 인근 야산에 매장하고, 불과 몇 시간 후인 같은 날 오전경 남편과 만나 부산가정법원에 방문해 협의이혼 신고를 하면서도 피해자 출산과 사망 사건에 관하여 전혀 알리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처럼 피고인은 2015. 2. 11.경 사건 발생 당시 경제적인 상황, 피해자에 대한 양육부담, 이혼 문제 등으로 심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동기와 목적만으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할 수는 없고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이상, 피고인의 고의적 살인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경제적 동기 외 만연히 무엇인가 살인 동기가 있을 것인데도 피고인이 이를 숨기고 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간접증거의 증명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이 형사증거법의 이념에 더욱 부합한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도덕적으로 자책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변호인 역시 이를 토대로 법률적 주장으로 구성한 것에 불과한 점, 피고인 스스로 ‘분유를 한번 먹였는지, 제때 먹였는지 등에 대해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인지에 대해 예비적 공소사실의 추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마당에 직권으로 과실치사의 점을 심리하기는 어렵고,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증거도 부족하며 공소시효 경과로 면소사유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과실 부분을 따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그 밖에 아동학대치사죄, 유기치사죄 등 다른 범죄의 성립 가능성도 고려해 볼 여지가 있으나, 피고인의 고의 또는 구체적인 행위를 특정하기 어렵고 여러 간접사실로 보아 피고인이 범행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볼수 없음은 마찬가지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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