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무죄 원심 파기 환송

기사입력:2025-06-10 12:00:00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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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에게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대전지법)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25. 5. 15.선고 2024도19221 판결).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피해자로부터 피해금을 수거하여 전달하는 현금수거책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여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과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저지르기로 순차 공모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은 은행직원이나 검사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대출관련 위반사항이 있다. 2개중 하나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대출을 취소하라.', '남은 상환금액에 1.5배에서 6배까지 위약금을 내야하고 법무팀으로 넘어가서 법적조치가 되니 당장 상환을 해야 한다. 꼭 현금으로 상환직원을 만나 상환을 하라.’, '당신 명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전자금융사기 등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 '24시간 이내에 검찰로 와서 조사를 받아라, 응하지 않으면 영장이 발부된다. 현금을 마련해 보내는 직원들에게 전달하면 무협의 입증해 주겠다.'는 등으로 거짓말 했다.

피고인은 2022. 4. 5.경부터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 채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했는데 같은 날 오후 2시 46경 조직원에게 위 업무가 위법한 일이 아닌지 물어본 사실이 있다. 피고인은 고객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조직원의 말을 가볍게 믿고 2022. 4. 12.경까지 위와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8명으로부터 9차례에 걸쳐 합계 1억 6900만 원의 거액을 받은 다음 이를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사용하여 무통장 송금하는 일을 반복했다.

-1심(대전지방법원 2023. 6. 1. 선고 2022고단3792, 2023고단1254병합 판결, 오명희 판사)은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의규제 및 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과 합의가 이루어져 배상책임의 존부 및 범위가 분명하지 않아 배상신청인들의 배상신청을 모두 각하했다. 대부분의 범죄수익은 주범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 사기 범행의 피해자들 중 인적사항을 알지 못하는 성명불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과는 원만히 합의하여 위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은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 및 검사는 항소했다.

원심(대전지방법원 2024. 11. 13. 선고 2023노1697 판결, 구창모 부장판사)은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배상신청인은 배상신청을 각하한 재판에 대하여 불복을 신청할 수 없으므로(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 배상신청사건은 선고 즉시 확정된다.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5618 판결 등 참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본건 당시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말하여 범죄의 인식 없이 공소사실 기재 각 행위를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적으로 급여관리대행사의 업무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충북 음성군, 익산시, 청주시 등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로만 택시 이용 요금을 결제했다. 만일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일부이거나 또는 그것은 아니더라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불법(위법)행위라고 인식했다면 동일 피해자에게 다시 수거행위를 하러가거나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은 팀장 등의 거짓말을 신뢰하여 자신이 하는 일이 정상적인 회사의 통상적인 업무라고 믿었을 여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피고인이 각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한 위 문서에는 문서 발급번호, 피해자 인적사항, 채무내역, 기관 등의 명칭, 날인 등이 존재하는 등 어느 정도 실제 문서와 유사한 외관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것이 위조된 문서임을 알아보기가 용이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 그 수단에 불과한 타인 명의 주민등록번호 사용에 대한 위법성 또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의 고의를 추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사기죄 등에 대하여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리)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 등 참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 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은 채용과정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으나 별도의 대면 면접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피고인의 신원 및 신용을 확인하거나 보증하는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이러한 채용절차 및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한 경위와 과정은 이 사건 당시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을 조직원이 지시하는 대로 은행 ATM 기기(일반적으로 은행의 ATM 기기에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여 현금을 입․출금, 송금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행일 수 있다’는 취지의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 주의 문구가 있다)를 통해 100만 원씩 쪼개어 피고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제3자에게 무통장 송금했다. 이로써 마치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계좌명의인에게 송금하는 것처럼 가장함으로써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수익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했다.

피고인이 이력서를 게시한 모 사이트에 등록된 업체의 기업정보 항목에는 ‘채권추심을 명목으로 현금 수거 및 전달 업무를 하는 경우 채용을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일 수 있습니다. 이에 가담하면 사기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 피고인은 자신이 수행하는 현금수거업무가 불법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거리낌 없이 현금을 수거하고 타인 명의와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한 현금전달업무를 단기간 계속했다.

피고인은 현금수거업무를 하면서 조직원으로부터 받은 금융감독원장 명의 공문서나 사문서 등을 출력해 피해자들에게 교부했다. 피고인이 출력한 문서의 내용은 ‘피해자의 금융자산에 대한 수사를 통해 금융계좌의 투명성을 입증하겠다’거나 ‘대출금 등이 완납되었다’는 것 등으로 급여대행업체의 업무와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나 형식도 조악하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여기에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47세로 약 10년간 한의원 간호조무사, 요양병원 코디네이터 등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던 점 등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자신이 이러한 현금수거업무를 통하여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기죄 등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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