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대학 강의실·연구실 용도의 건물이나 학교박물관 유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 변호사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 대학 총장에 대한 업무상횡령, 사립학교법위반 사건에서 이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중앙지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5. 4. 24.선고 2021도1336 판결).
피고인은 2012. 7. 27.경부터 2018. 7. 26.경까지 피해자 학교법인 B(이하 ‘B’라 한다)이 운영하는 C대학교의 총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으로, 소속 교직원 등을 지도·감독하고 학교 관련 수입 및 지출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사립학교의 학교법인이 설치하고 경영하는 학교에 속하는 회계 중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고, 교비회계의 세출은 사립학교법 제29조 제2항의 위임을 받아 교비회계 세출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각호의 경비로 사용되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2014. 8. 6.경 B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C대학교로 전보된 후 해임된 D가 B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무효확인 및 임금청구의 소와 관련된 변호사비용 중 156만원을 교비회계의 일반용역비 계정을 통해 B의 소송대리인인 ○○○법률사무소에 지급한 것을 비롯해, 2012. 9. 12.경부터 2017. 10. 11.경까지 9건의 민·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교비회계의 일반용역비 계정을 통하여 변호사선임비용 등 소송비용으로 합계 8억 8174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업무상 보관하던 교비를 횡령함과 동시에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로 전출했다.
원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14. 선고 2020노75 판결)은 각 소송비용은 모두 '법인회계'에서 지출되어야 하는 경비일 뿐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이 정한 '교비회계' 세출항목에 해당하는 경비라고 볼 수 없고,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교비회계 자금을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한 이상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업무상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6, 9 부분 소송비용은 C대학교 교직원들에 대한 해임이나 재임용거부 처분의 적법 여부 또는 그들에 대한 임금지급의무의 존부가 문제되어 유발되었다. 교직원이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는 것은 학교의 일상적 업무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 비용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1호(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또는 제5호(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를 비롯하여 같은 항 각호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2, 3, 4 부분 소송비용은 C대학교 직원들이 학생회관 신축공사, 조경수 이식, 냉·난방 및 전기설비 공사의 계약 체결이나 수행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하여 학교가 입은 손해를 전보받기 위해 지출된 것이다. 이는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 그 자체에 소요되는 경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육이나 연구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제5호를 비롯해 같은 항 각호 중 어느 것도 적용되기 어렵다.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5, 7, 8 부분 소송비용은 학생 기숙사 신축을 위한 공사도급계약 과정에서 발생한 입찰보증금 관련 소송, 강의실·연구실 용도의 건물이나 학교박물관 유물의 인도를 구하는 소송에 지출된 것이다. 학교건물 공사입찰보증금의 귀속주체나 학교재산 인도의무의 존부를 가리기 위한 소송행위는 학교의 교육 및 연구 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 제5호를 비롯하여 같은 항 각호 중 어느 것도 적용되기 어렵다.
(관련법리) 교비회계에서의 소송비용 지출은 학교의 운영 또는 교육과 관련이 있는 것 중에서도 일정 범위로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사립학교법이 이와 같이 회계를 분리[법인회계, 학교회계(교비회계)]하는 이유는 재정적 기초가 서로 다른 회계들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사립학교 회계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자 함에 있고, 특히 교비회계의 다른 회계로의 전용을 금지하는 이유는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및 재산이 본래의 용도인 학교의 학문 연구와 교육 및 학교 운영을 위해 사용되도록 함으로써 사립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교육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 재정적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23. 8. 31. 선고 2021헌바180 결정 참조).
학교법인의 주 업무는 사립학교를 설치·경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의 운영 또는 교육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분쟁 대응 및 해결을 위한 소송비용을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
립학교 운영에 필수적인 재정건전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므로, 교비회계에서의 소송비용 지출은 학교의 운영 또는 교육과 관련이 있는 것 중에서도 일정 범위로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와 같이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한다.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 즉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불법영득의사 실현으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755 판결 등 참조).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7, 8 부분의 변호사비용 등 소송비용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 제2호가 정한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에 해당하거나 그와 직접 관련된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당해 학교교육의 본래적 기능 훼손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필요한 비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그 사용행위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한 것이어서 사립학교법위반죄에 해당한다거나 그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건물은 학생들의 교육과 학문연구 활동을 위한 강의실과 연구실 등 용도로 사용되는 교사(校舍)로서 교육용 기본재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서는 재무․회계규칙 제43조 단서에 따라 학교의 장인 피고인이 1차적·직접적 운용책임을 부담하고, 그 재산에 관한 임대료 등 수익과 보수·유지·개량 등 관리비용은 모두 교비회계의
세입·세출로 처리된다.
피고인은 교비회계에 편입된 교육용 기본재산의 임차인에게 차임 등 지급을 구하거나 불법점유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그 재산을 인도받았는데, 이는 피고인 자신에게 현실적․실질적으로 속한 운용책임을 이행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게 위임하여 소송의 방법을 거쳤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한 행위의 속성이 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변호사의 선임이나 그에 관한 비용의 결정 및 지출 과정에 위법요소가 개입되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거래실정에 비추어 변호사비용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C대학교가 관리하는 박물관 소장 유물 대부분에 대하여 제기된 동산인도청구소송에 피고인이 대응한 것은 C대학교의 업무이자 피고인 자신에게 속한 운용책임을 이행한 것이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지출된 변호사비용은 당시 B가 유물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며 유물 관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C대학교 학생들의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유물들을 보전하기 위하여 지출된 경비로 볼 수 있다.
유물의 수량과 사료적 가치, 사건 진행 경과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비용 액수가 지나치게 많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위 소송의 결과로 C대학교 박물관이 계속 소장하게 된 유물들은 학생들의 역사교육자료로 직접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7, 8 부분 소송비용에 관한 사립학교법위반 및 업무상횡령의 점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립학교법위반죄에서의 교비회계 세출 및 업무상횡령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하지만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1 내지 6, 9 부분 소송비용에 관해서는, 이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립학교법위반죄에서의 교비회계 세출, 업무상횡령죄에서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 법률의 착오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한편 사립학교법 제29조 제2항, 제6항, 같은 법 시행령 제13조 제2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은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삼거나 원심이 직권으로 심판대상으로 삼지 않은 내용을 상고심에 이르러 비로소 다투는 것이어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연번 7, 8 부분 소송비용에 관한 각 사립학교법위반 및 업무상횡령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그런데 파기 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피고인에게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대법원, 사립대학교 소송 변호사비용 교비회계서 지출 총장 유죄 원심 파기환송
기사입력:2025-06-0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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