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혁당 재건위 사건'1심유죄 파기 재심 무죄 원심 확정

기사입력:2025-05-29 18:33:16
대법원.(로이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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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피고인들(망인)이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고 북한에 잠입하거나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등의 공소사실('통일혁명당 재건위')에 관하여 1974년 국가보안법위반죄, 반공법위반죄, 간첩죄, 군기누설죄 등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재심개시결정을 거쳐 제1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4도18732 판결).

재심청구인은 피고인 망 A(진두현씨)의 처, 피고인 망 B(박석주씨)의 아들이다.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남성민 부장판사,송오섭·김선아 고법판사, 2017재노132)는 2024년 10월 31일 1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1974. 11. 18. 국가보안법위반 등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서울형사지원법원 74고합746). 1심은 1975. 4. 1.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 A에게 사형 및 몰수, 추징 판결을, 피고인 B에게 징역 10년 및 자격정지 10년, 몰수, 추징 판결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B에 대하여)는 원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했다(서울고등법원 75노704).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1975. 9. 18. 원심판결의 피고인 A에 대한 부분 중 1심 판시 범죄사실 43, 67, 73, 85항에 대하여 피고인 A가 주관적 요건으로서 금품의 제공을 받는 것이 반국가단체나 국외의 공산계열의 이익이 된다는 정을 알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어 단순 금품수수의 국가보안법 제5조 제2항을 적용하여야 함에도 1심이 이에 대하여 반공법 제5조 제1항을 적용한 잘못이 있고, 이와 함께 공소사실 2항 및 그 적용법조에 관한 검사의 공소장변경신청이 허가됨에 따라 직권 파기사유가 생겼음을 이유로 1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부분을 파기했으나, 변경된 부분을 포함한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인 A에 대하여 사형 및 몰수, 추징 판결을 선고했고, 피고인 B와 검사의 항소는 각 기각했다(이하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이라 한다).

피고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했다(대법원 75도3013). 그러나 대법원은 1976. 2. 10. 피고인들의 상고를 기각했고, 이로써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 A는 1976. 2. 10.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서울형사지방법원 76소1호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형사지방법원은 1980. 7. 23. 피고인 A의 위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이후 항고, 재항고의 절차를 거쳐 파기환송 된 서울고등법원에서 1981. 2. 2. 피고인 A의 재심청구가 기각되었고, 이에 대한 재항고(대법원 81모7)도 1981. 2. 21. 기각됐다. 피고인 A는 1981. 3. 11.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81소1호로 다시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등법원은 1983. 4. 22. 피고인 A의 재심청구를 기각했고, 위 기각결정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 A는 1983. 3.경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복역하다가 1991. 2. 25. 특별사면·복권 결정을 받아 석방됐다. 피고인 B는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 따라 복역하던 중 1984. 5. 17. 사망했고, 1999. 2. 25.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이 사건 재심개시 결정) 피고인들이 사망함에 따라 피고인 A의 배우자와 피고인 B의 아들은 2017. 10. 11. 이 법원에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이 법원은 2023. 7. 17. 위 재심대상판결 부분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재심개시결정을 했고, 위 재심개시결정은 항고 제기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피고인 A는 민간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육군보안사령부 수사관들로부터 적법한 영장 없이 연행되어 불법구금 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관들의 폭행과 가혹행위에 의해 임의성 없는 허위 자백을 했다. 그후 검찰 수사과정 및 1심의 공판과정에서도 피고인 등은 불법구금과 고문에 의한 공포심과 억압된 심리상태가 그대로 유지된 채로 진술 및 재판을 받았다. 피고인 등으로부터 압수한 물건들도 모두 불법구금 상태에서 수집된 위법 증거이거나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된 위법 증거로서 모두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B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과 회합한 사실이 없고, 국가기밀을 누설하거나, 반국가단체 구성원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거나,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롭게 한 사실 등이 없다. 공소사실 중 찬양·고무의 점의 경우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목적수행의 점의 경우 피고인이 이야기한 내용이 고도의 중요성을 가진 국가기밀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A와 마찬가지로 불법구금 된 상태에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고 압수물들도 위법하게 압수돼 증거능력이 없거나 증명력이 없다고 했다.

◇형사소송법 제438조 제1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한 사건에 대하여는 제436조의 경우 외에는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심판한다는 것은 재심대상판결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 사건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심판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재심대상판결이 상소심을 거쳐 확정되었더라도 재심사건에서는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증거와 재심사건의 심리과정에서 제출된 증거를 모두 종합하여 공소사실이 인정되는지를 새로이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재심사건의 공소사실에 관한 증거취사와 이에 근거한 사실인정도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그것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한 사실심으로서 재심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의 전권에 속한다(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4도2946 판결 등 참조).

1심이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근거로 거시한 위 증거들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그 밖의 증거들은 대부분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믿기 어렵거나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들이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체포·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 또한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보안사(경찰)에서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후 그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검찰 조사 시에도 계속된 상태에서 보안사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공판심리과정에서 검사가 위와 같은 임의성의 의문점을 없애는 증명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와 피고인 B작성 진술서는 형사소송법 제309조 및 제317조에 따라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되기 전에 긴급구속이 이루어지거나 그에 따른 사후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설령, 피고인들에 대하여 사후에 통상의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더라도 그 이전의 구금이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7. 16. 자 96모53 결정 참조). 나아가 피고인들이 사전에 수사관들로부터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다거나 동행과정에서 언제든지 자유로이 이탈 또는 동행 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기록상 발견할 수 없다.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 진술의 임의성을 다투면서 그것이 허위자백이라고 다투는 경우,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 정도, 진술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위 진술이 임의로 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되고,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 등으로 인하여 임의성 없는 자백을 하고 그 후 법정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하였다면 법정에서의 자백도 임의성 없는 자백이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0도3029 판결 참조).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보고서에 의하면 1970 ~ 1980년대 보안사에서 수사한 ‘재일동포 및 일본관련 간첩사건’ 중 무작위로 선정한 16개 사건을 확인한 결과, 보안사가 수사하여 송치한 사건에서 피의자가 검찰 및 재판 단계에서 부인할 경우 보안사 분실로 불러서 신문하거나 보안사 수사관이 구치소에서 수사 접견한 기록과 보안사 수사관들은 보안사가 수사한 사건의 공판정에도 출석하여 재판 동정을 파악하여 보안사 사령부에 보고했음이 확인됐다.

‘보안사 직원이 입석하고 있는 재판정에서 섣불리 말을 했다가 다시 보안사에 끌려갈지 모를 후환이 두려웠고, 그 와중에 검사가 면전에서 고함을 지를 때 저는 멍하니 정신을 잃어버리고 그 당시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진술한바 있다.

피고인 A는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 및 재심개시 전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1965. 2. 초순경과 1972. 11. 초순경 북한을 방문하여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 탈출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일본동경변호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같은 시기에 피고인 A는 각 북한이 아닌 일본에 체류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고(증 제2호증), 당시 일본열차(JR) 운행 시간표에 의할 때 피고인 A나 공동피고인이 열차로 이동하여 북한으로 탈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증 제7, 8호증).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A가 북한의 공작 지도원인 AJ의 포섭을 받아 1965. 2. 초순경 북한에 잠입하여 북한에 한국 정세 및 민단의 동향에 관해 보고한 다음 북한으로부터 임무를 부여받고 일본에 돌아가서 그 임무 및 AJ의 지령에 따른 행위를 한 사실과 다시 1972. 11. 초순경 북한에 잠입해 간첩행위를 하고 금품을 받은 다음 일본에 돌아가서 북한과 AJ의 지령에 따른 행위를 하였음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따라서 피고인 A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고인 A가 과연 AJ이라는 북한 지도원으로부터 포섭을 당하고 지령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진술의 임의성이 의심되는 피고인 A나 공동피고인들의 각 진술증거들 외에는 AJ의 실재 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전혀 찾아볼 수 없어 AJ가 과연 실존하는 인물인지조차 불분명하다. 피고인 A가 AJ을 만난 사실이 있는지, 피고인 A가 AJ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진술의 임의성이 의심되는 위 진술증거들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북한으로의 탈출에 관한 피고인 A의 진술의 신용성 및 진실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상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인 A의 진술도 허위진술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B가 공동피고인 C로부터 교양을 받은 다음 지령을 받고 그에 따라 다른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하거나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하거나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공동피고인 C의 1심 법정진술에 임의성이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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