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증은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달라고 홍보하고, 응급의료기관에서 감기나 설사 같은 경증·비응급 상황의 환자를 수용하지 않거나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진은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하면서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17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 중 2곳(충북 충주 건국대충주병원·경기 용인 명주병원)을 뺀 총 407곳이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추석 당일인 이날 문을 여는 병의원은 1천785곳이다.
경증인 경우 문을 여는 동네 병의원을 찾아서 진료받으면 되지만, 증상이 심각하거나 증상에 대해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119로 신고해 의학적인 상담받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해 동네 병의원에 가야 하는지, 119 구급대를 불러야 하는지 등에 대한 안내받을 수 있다.
단, 호흡곤란이나 갑작스러운 팔다리 저림, 혀가 마비되어 말을 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는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일부 환자들이 치료받을 의료기관을 찾고자 여러 곳을 전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충북 청주에서는 25주차 임신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한 채 6시간을 구급차 등에서 대기하다 가까스로 치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25분께 해당 임신부 사례를 접수한 후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았으나 75곳에서 거부당했다.
결국 임신부는 같은 날 오후 5시 32분께서야 청주의 한 여성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으며, 현재 산모와 태아 모두 안정적인 상태다.
당시 광주지역 대학병원들과 종합병원 등은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다른 수술을 하거나 휴무인 탓에 이 환자를 전주의 병원보다 빠르게 치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에서도 수지접합 수술은 전국적으로 총 5개 전문병원을 포함해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할 수 있는 전문 분야로, 평상시에도 손가락 절단 사고는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시도를 넘는 이송이 잦다고 해명한 상태다.
가뜩이나 불안한 와중에 응급실 뺑뺑이 소식마저 겹치다 보니 당장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게 아닌지를 고민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지역에 기반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원과 응급실 정보를 공유하거나, 가벼운 증상만으로 응급실에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아이 열나는데 해열제로 안 잡히면 응급실 가도 될까요' '아기 손 베였는데 지금 갈 수 있는 응급실 있을까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경증 환자의 응급실 본인부담금이 대폭 인상되면서 경증·중증을 어떻게 환자 스스로 구분하느냐에 대한 볼멘소리도 크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경증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병원 응급실에 갈 경우 본인부담금을 기존 50∼60% 수준에서 90%로 인상한 바 있다.
한편, 현재 의료계도 정부와 마찬가지로 경증·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김영삼 로이슈(lawissue) 기자 yskim@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