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성범죄 무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켜지고 있는가

기사입력:2024-09-12 17:56:11
[로이슈 진가영 기자] 성범죄로 재판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법원에서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제추행은 징역 6월 ~ 1년 6월 정도, 강간은 징역 2~3년 정도를 선고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 더 높은 실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뿐일까? 성범죄자로 등록되는건 물론이고 신상정보가 공개·고지되기도 한다. 한순간에 화목한 가정에서 이혼당하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한다.

그러다보니 무고하게 성범죄 혐의에 연루되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하고 합의를 보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합의금 잘 받는 법", "강간 고소할 때 주의할 점"과 같은 글들이 넘쳐나고, 심지어 억 대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도 억울해도 초반에 요구하는대로 돈을 주고 합의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자조 섞인 조언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범죄 무고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법원에서 성범죄자로 선고되면 피고인은 잃는게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장애인강간, 미성년자강간 등 일부 성범죄는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게 정한 살인죄보다도 높은 징역 7년 이상을 선고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성범죄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은 아니었던 것 같다"이다.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로 『성인지 감수성』이란 개념이 등장하면서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유죄를 선고하는게 가능해졌다. 사실상 피고인과 변호인이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데, CCTV나 목격자도 없는 사건에서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게 쉬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일선 법원들은 피해자 진술이 일부 번복됐거나 모호한 경우에도 "핵심적 부분에 있어서는 일관되고 구체적이다"라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음먹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서 성범죄로 고소하면 무고하게도 유죄가 나오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 천만 원에서 억대의 합의금을 노리고 거짓 고소를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거짓말인게 들통나도 곧바로 무고죄로 처벌받는 것도 아니다. 무고죄나 위증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징역 1~2년 정도가 선고되고 집행유예도 풀려날 가능성도 성범죄보다는 높다. Low Risk, High Return인 것이다. 괜히 눈앞에서 여성이 쓰러져도 주변에 있던 남성들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게 과연 우리 사회가 원했던 모습일까?

이런 불합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숙고의 결과였는지, 대법원은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을 통해 "①성범죄 피해자 진술에 대하여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 보더라도,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 정황, 다른 경험칙 등에 비추어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②피해자의 진술만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은 물론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피해자 진술 내용의 합리성·타당성, 객관적 정황과 다양한 경험칙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지 않아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일선 법원들에 요구했다.

광주 법무법인 태창 조형래 이혼전문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추정의 원칙과 성인지 감수성을 동시에 지키라는 대법원의 요구는 일선 법조인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입장에서는 피해자 진술의 비합리성과 모순점, 그리고 경험칙에 반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가능한 한 많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이런 상황에서 경험 많은 변호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성범죄 사건을 많이 다뤄본 변호사일수록 허위 고소의 패턴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성범죄 전문 변호사와 함께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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