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노동기본권 보장 교섭 거부 의협 규탄

기사입력:2024-06-19 17:23:50
(사진제공=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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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은 1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대한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기본권 보장 교섭’을 거부해 온 의협을 규탄하며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하면서 자신들이 고용하고 있는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노동기본권 교섭에 참가하라”고 촉구했다.

산업별 노조인 보건의료노조는 대한의사협회 등을 상대로 2022년부터 중소 병원·의원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하는 ‘노동기본권 보장 교섭’ 요구해 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20일에 이어 6월 5일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에 공문을 보내 “6월 19일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협의)을 의협 회의실에서 갖자”고 재차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도 교섭은 성사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가 추진하는 ‘노동기본권 보장 교섭’은 노동조합이 있든 없든 규모가 크든 작든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소한 생활임금이 보장되는 기본임금 보장 △관공서 공휴일과 주휴일, 노동절을 유급휴일로 보장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를 수당으로 보상 △보수교육 유급 보장과 보수교육비 지원 △임산부 보호 △의료기관 내 폭력 및 괴롭힘 금지 △면허·자격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 지시 금지 △유급병가 보장 △경조휴가 부여 △유급 감정노동 휴가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중소 병원, 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의협과 병협 등에 수 차례 교섭을 요청해왔으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묵살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노조가 22년도에 시행한 ‘노조가 없는 병의원 노동자들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이미 최고 임금이 되어 있었고, 5인 미만 의원에서는 근로기준법뿐만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보상보호법을 위반하는 상황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날로 치솟는 억대 연봉의 의사들과는 달리 병의원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의 법 위반에 대해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노동기본권 보장 교섭 요구에 응해야 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중소 병원, 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하늘의 별따기'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제공=보건의료노조)

"중소 병원, 의원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하늘의 별따기'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제공=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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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중소병원, 의원 노동실태를 증언하는 현장 발언이 있었다. 황미나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은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는 직종, 고용 형태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는 곳이며 조합원 중 절반 가량이 개인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다들 일하는 병원, 의원도 다르고, 직종도 제각각”이라고 지부를 소개했다.

이렇게 개인 조합원들이 지역지부를 찾게 된 데에는 여러 사연이 있다면서 “원장의 느닷없는 해고 통보로 일자리를 잃은 사례, 공휴일에 병원이 쉬지 않아서 본인 연차를 써야 쉴 수 있었던 사례, 본인 결혼식 때도 연차를 사용해야 했던 사례”등을 언급했다.

황미나 지부장은“직원 수가 적다고, 노조가 없다고, 계약직이라고 해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면서 “의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는데 큰 목소리를 내면서 주변 보건의료노동자의 현실에는 나몰라라 눈감는다. 의협은 과연 이런 실태를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규탄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도 현장 발언자로 나섰다. A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보건소에서 근무했다.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보건소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짜리 계약직 채용을 반복했고, 같은 업무를 하는데도 임금과 복지를 차별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후 작은 병원의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한 병동에 간호사 7명, 보호사 4명이 100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의사 회진이 없는 날에는 간호사 1명, 보호사 1명이 근무하며 환자 배식까지 책임져야 했다.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러나 그만한 보상은 없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내 임금도 겨우 오르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은 작은 병원·의원에서 일하는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직장갑질119가 지난 2년 간 병원에서 들어온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62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건이 66%로 가장 많았다”면서 “한 사례로 한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이 너무 심해서 상담을 했는데, 병원 실장이 조용히 부르더니 병원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신고하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협박을 했다”고 연대 발언했다.

박점규 운영위원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은 오롯이 의사·수간호사·관리자의 갑질에 노출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작은 병의원 노동자들은 남들들과 똑같이 고용보험 내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원장 의사의 괴롭힘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실업급여도 받지 못해 2중의 차별, 3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왼쪽부터)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황미나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서다윗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남부지부장.(제공=보건의료노조)

(사진왼쪽부터)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황미나 보건의료노조 인천지역지부장/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서다윗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남부지부장.(제공=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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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윗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남부지부장은 “대한의사협회는 사람의 생명을 돌보는 노동 중에 오직, 의사들의 노동만이 칭송받아야 마땅하고 다른 노동은 천시되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한쪽에선 거대한 이익을 독식하고 있고, 한편에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전전긍긍하며 기본적인 생존권, 생활 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다윗 지부장은 “보건의료노조의 노동기본권 교섭 요구는 중소 개인병원에 종사하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노동조합의 보호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보편적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아보자는 뜻 ”이라면서 의협에게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민주노총 산하 지역조직들 또한 지역에서부터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역사회교섭을 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협약을 강제할 법,제도가 미비하다. 윤석열정권은 산별교섭 현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부터 하라”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중소병원·의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기본권교섭에 참여하는 것은 의협, 치협, 한의협, 병협이 사회적 공익기관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책무이고, 사용자인 의사들과 병원을 대변하는 사용자단체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은 의사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진료거부·집단휴진을 전면 중단하라! △의협·치협·한의협·병협은 중소병원·의원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섭에 성실하게 참가하라! △의협·치협·한의협·병협은 산하 모든 회원사에게 적용할 <노동기본권 보장 10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후에도 노동기본권교섭이 성사될 때까지 대화와 교섭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중소병원·의원에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곳이 없도록 국회와 지방의회 차원의 실태조사, 지역사회에 명단 공개와 시민 감시활동, 고용노동부 진정과 고소 고발 및 시정조치 등의 투쟁도 병행할 계획이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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