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정읍교도소 교위 안상현.
이미지 확대보기어느 책에서 읽었다. 요즘 MZ세대들이 힘들게 들어온 공직을 그만두는 이유 중 하나가 인풋(투입되는 예산 및 노동력) 대비 아웃풋(실적 혹은 성과)이 명확하지 않고 그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속도와 경쟁에 더 익숙한 MZ세대가 아니던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복리를 증대시키는 공공 관련 업무는 빠른 시간 내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사기업과는 성격도 다르고 인풋-아웃풋이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가 없더라도 멀리 보고 깊이 헤아리는 이 땅의 공직자 120만 명이 있기에 대한민국은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이다. 그 120만 명 중 법무부 교정공무원은 1만 7천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은 실로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원활한 재판을 위한 지원 업무, 법집행과 수용자 관리, 그리고 재범방지를 위한 각종 교육·교화 프로그램 실시 등 정신력과 체력이 둘 다 받쳐주지 않으면 단 하루도 못 버티는 직종이 필자는 교정직이라고 본다.
10월 28일은 교정의 날. 왜 교도관의 날이 아니라 교정의 날이라고 정했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교도관뿐 아니라 음지에서 봉사하는 교정위원과 변화되고 개선될 수 있는 수용자까지 배려하는 차원에서 뭉뚱그려 ‘교정의 날’이라고 이름 정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1만 7천 명의 교정공무원, 5천 명의 교정위원, 5만 6천 명의 수용자가 범사에 감사하고 그 어느 날보다 삶에 충실했던 ‘교정의 날’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대학 후배가 교정직을 권하였을 때 지인 열에 아홉은 반대했다. 그 힘든 길을 왜 가느냐고.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가지 않은 길’처럼 남들이 적게 가는 길을 택해서 갈 경우 내 삶의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비록 부와 명성은 없었지만 나는 교정직 근무를 통하여 실로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무탈하게 15년간 교도관으로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배려심 깊고 마음 따뜻했던 선후배 및 동료 덕이다.
대한민국의 교정은 분명 밝을 것이다. 교정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아주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퇴직 후 봉사활동을 하며 주변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는 아무나 못하는 교도관 근무를 무려 20년이나 했어요.”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인 전국의 1만 7천 교도관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며 글을 마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