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원심은 피고인은 위와 같이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에 강가 바로 옆에서 잠이 든 피해자를 그대로 두고 갈 경우 피해자가 강물에 빠져 생명, 신체상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깨워 함께 귀가하거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이탈함으로써 잠에서 깬 후 강물에 빠진 피해자로 하여금 그대로 익사에 이르게 했다.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예비적 '유기치사').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는 유일한 형제인 동생인 피해자(30대, 지적장애인)와의 (재산관리 사무를 위한 한정후견인인 사회복지법인 D가 제기한)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등 민사소송이 진행 중으로 이미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는 피고인 주장이 배척되어 1심에서 패소한 바 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소송도 피고인이 패소하거나 원고승소취지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없어지면 상속재산을 분할할 필요 없이 피해자 몫 재산까지 피고인이 모두 독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21년 6월 27일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피해자에게 “집 안에만 있으면 답답할 테니 한 바퀴 돌고 오라”고 하며 현금 2만 원을 주고, 피해자가 같은 날 오후 5시 13분경 자전거를 타고 주거지 밖으로 외출한 이후인 지인에게 부탁해 지인 명의로 렌트카를 빌렸다.
피고인의 차량을 운전해 같은 날 오후 7시 44분경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 6번 출구 옆 골목길에서 피해자를 태우고 오후 8시4분경 서울 용산구 H주민센터 부근에 차량을 주차해 놓은 다음 피해자와 함께 택시를 타고 용산역으로 이동했다.
피해자는 다음날인 6월 29일 오후 3시 29분경 수석교 인근인 강동대교 북단 아래 한강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부검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인은 익사이고, 마지막 식사를 한 6월 27일 오후 10시경으로부터 약 6시간이 지나기 전(6월 28일 오전 4시경 이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피고인은 2021. 6. 17.경 평소 알고지내던 V에게 "요즘에 잠을 잘 못잔다, 그런데 나는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이 알려지면 공무원 승진시 불이익이 있을수 있으니 네 수면제를 나에게 나눠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6. 22.경 V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플루니트라제팜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인 라제팜정 약 10알(개당 1만 원=10만 원)이 든 약통 2개를 교부받았다. 이 수면제를 동생에게 먹게 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7. 21. 선고 2021고합705, 2021전고69병합 판결)은 살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징역 30년 및 10만 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검사의 이 사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청구는 기각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여야 할 정도로 장래에 다시 살인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제4영상에서 0시 23경 수석교 아래 둔치로 내려간 두 사람은 피고인과 피해자이고 오전 1시 5경 혼자 수석교 기둥 아래 자전거도로 방향으로 올라온 사람은 피고인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그 시간 사이 수석교 아래 둔치 부근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가 실족 등으로 물에 빠지면서 입을 수 있는 타박상, 찰과상 등이 부검 결과 드러나지도 않았다. 피해자의 사인은 익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과 검사는 쌍방 항소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피해자를 둔치로 데려가 그곳에 유기했을 뿐, 고의로 물에 빠뜨려 살해하지 않았다),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법리오해(기각한 부착명령),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검사는 살인의 점을 주의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을 '유기치사'로 공소장변경 허가신청을 했고 이 법원은 이를 허가했다.
원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0년 및 10만 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했다.
원심은 이는 모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정황사실에 불과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물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듯 직접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간접증거나 정황사실만으로 피고인이 살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에 충분할 만큼의 압도적이고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고,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이 아니라고 볼 만한 사정이 병존하고 이러한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
앞서 본 여러 의심스러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검사 제출의 간접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는 점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게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물에 빠뜨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피고인의 변소와 같이 피고인이 잠든 피해자를 유기하고 현장을 이탈한 후 피해자가 어느 시점에 깨어나 실족 등으로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도 존재하고, 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동기나 범의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여 위와 같은 가능성을 확실하게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촬영된 CCTV 영상은 수석교 바로 아래부분까지만이고 그 너머의 장소는 CCTV 영상에 나타나지 않아 피고인과 피해자가 어느 지점까지 이동했는지 알 수 없다.피고인의 신발에서도 그 장소에 있는 수풀, 토양이 채취되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을 대동한 현장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건 발생 시로부터 1년 가량이 지난 2022. 5. 25. 1심에서 처음으로 피고인이 사건 현장에 방문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수석교 아래 콘크리트경사면을 따라 내려간 방제로 어디에선가 잠든 피해자를 유기하고 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근거들은 사실과 다르거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자 스스로 물에 빠져 사망했을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한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서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변소(항변·소명)하는데, 이런 사정이 피고인 변소와 반드시 배치된다고 할 수 없다. 조작 및 은폐 정황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유기할 고의를 넘어 살해할 고의까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