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소년원 사회정착지원계장 홍석표.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소년원에는 스승은 있고 제자는 없다고 한다. 소년원 교사는 제자를 밝힐 수도 없다. 따라서 영광도 없다. 재비행 없이 잘 살아가는 그 자체에 만족한다. 건강한 사회인으로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보살피고 교육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다.
소년원은 일반적으로 범죄를 행한 청소년을 수용하는 곳으로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는 소년법 제4조에 따라 죄를 범한 소년(14세이상 19세 미만, 범죄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촉법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우범소년)을 수용하여 이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무부 소속 기관이다.
28년의 근무 기간 동안 상처도 많았지만 면회 때 소년원에서 치른 각종 자격시험과 검정고시 합격증을 들고 나온 아이들이 부모에게 “저 합격했습니다.”라며 자랑하듯 뽐내는 귀여운 모습을 보며 같이 웃을 수 있어 좋았고 흐뭇해하는 부모들을 보며 보람도 느꼈다. 그리고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는 날 부모와 함께 찾아와 “그동안 잘 지도해 주어 고마웠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오히려 미안했다.
소년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나를 존중해준 15년 전의 일 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파트 윗 층에 사는 어르신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내게 어떤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와 “소년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자 “훌륭한 일을 하십니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굽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이후로도 만나면 늘 “훌륭하십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인사를 해와 난감했었다.
내가 어르신 말씀처럼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지는 지금도 물음표이지만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 소년원 아이들에게 모델링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큰 성과는 없어도 아이들이 달려와 밝은 모습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어른,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몫을 하는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오늘도 목소리를 높이고 정성을 다하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아이들의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소년원에서 아버지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이다.
-춘천소년원 사회정착지원계장 홍석표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