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수법 또한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문자, 메신저 링크를 클릭하는 것만으로도 악성 앱이 설치되고, 이 악성 앱은 통화를 가로챌 뿐만 아니라 주소록, 문자, 통화내역 등 개인정보, 금융정보까지 빼돌리는 등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범죄 행위에 가담시켜 가해자로 만드는 등 신종 사기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이스피싱 총책을 위해 전면에서 제3자의 돈이나 정보 등을 전달받는 현금 수거책(운반책)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특히 평범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했다 검거될 경우, 전면에 나섰던 수거책은 잡히지만 윗선을 검거하는 것은 쉽지않아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총책 등 이른바 ‘윗선’ 검거율(2018~2021년)은 2.0%(약 760명)에 그쳤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모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보이스피싱 사기 일당은 구인, 구직 사이트와 SNS, 오픈카톡, 스미싱(메신저를 이용한 사기) 등을 이용해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10대와 2030 취준생을 비롯,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에 취약한 노년층을 유인하고 있다. 이들은 보험, 채권추심업체로 속이는 것에서 나아가 단순 포장 아르바이트, 고소득 당일 알바로 위장해 물건을 전달할 때마다 고액의 수당을 준다거나 전달 받은 현금을 계좌로 송금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반인들을 범죄에 가담시켰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하위책 모집 수법이 지능적으로 변화하면서 불법 여부를 모르는 상태로 의도치 않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때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관련 처벌이 강화되고 있어 무고함을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사기임을 몰랐다고 해도 댓글, 문자, 대화내용 등으로 범죄임을 의심한 정황이 있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될 수 있어 스스로 주의를 요해야 한다.
이에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 태하 유재영 형사전문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수거책 아르바이트가 불법인지 모르고 동참한 경우, 본인을 피해자라고만 여겨 처벌 대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가로 금전을 받았을 경우, 행위의 동기나 목적만으로는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 자체를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처벌이 강경해지고 그 수위가 높아진 만큼, 전문 지식 없이 홀로 대응했다가는 실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의 행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이스피싱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형사전문변호사와 함께 자신의 상황을 법리적으로 적극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