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김승정 부장판사)는 지난 6월 8일 해외출장에서 제자를 성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되고 사건 직후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합리적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의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이를 강제주행죄에서 정하는 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A씨는 서울대 교수이던 2015∼2017년 외국 학회에 제자 B씨와 동행하면서 세 차례 신체를 만져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년 8월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이에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학생·시민사회 공동대응(학생‧여성‧시민 단체의 연대체)은 6월 29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법원입구)에서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밝혔다.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 대표 권소원은 "재판에서 A교수측은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아니었다며 걱정이 되어서 한 일이라는, 서어서문학과는 스킨십이 자유로운 문화권의 영향을 받지 않냐는, 피해자라면 어떻게 바닷가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을 수 있냐는 변명을 늘어놓았고, 이 사건이 ‘기획 미투’라는 망발을 내뱉었다. 그게 자랑입니까. 대학원생의 일상과 학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수가 학생에게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그 상황의 무엇이 그리도 자랑스러워 이를 핑곗거리로 삼을 수가 있습니까"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부터 평등할 수가 없는 재판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판결에 침묵할 수 없다"고 또 다른 움직임의 시작점을 예고했다.
또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인 최다빈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합리적인 의심의 ‘합리성’은 동의 없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것이 ‘지압’이고, 통증이 일 수 있는 흉터 부위를 만진 것이 ‘걱정이 되어 반사적으로’라는 A교수의 합리성이다. 법원은 실재하는 피해를 구제하는 데 실패했고, 가해의 존재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았다. 이어질 항소심에서는 사법부가 스스로의 실책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재판을 끝까지 지켜보며 연대하겠다"고 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강은진 활동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가 내린 이번 1심판결은 학생과 교수 사이의 위력관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와 같은 가해자의 위력과 그 안에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취약한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죄를 선고했다. 더구나 고소 후에도 가해자에게 공손한 말투를 사용한 점, 여행지에서 웃었다는 점 등을 피해자답지 않다고 주장하는 가해자 측의 주장에 대해 엄중하게 벌하기는커녕 피해자가 불쾌함을 느꼈을 지라도 강제추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피해를 축소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다움' 강요 말고, 위력관계 집중하여 판단하라. 학교 내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라"며 "우리모두는 이 번 사건을 비롯한 가해교수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도록 끝까지 감시하며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대학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3년간 접수된 학내 성폭력 사건이 매년 120~180건씩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388건의 성폭력이 발생했다. 그 가해자 중 42.4%가 교수다.(45.8%는 학부생)대학원 또한 지난 2021년 서울캠퍼스 대학원생 313명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24.3%가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했으며, 그 가해자 중 65.5%가 교수다.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것은 고사하고, 피해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가해자의 권력으로 인한 불이익과 2차 가해였다. 때문에 학내에서 문제제기를 하거나, 고소를 망설이는 피해자들이 많았다.
녹색당 김지윤 대회협력국장은 "성범죄 피해가 바로 그래서 더욱 고통스러운 거 아닙니까. 피해 자체가 피해 자체로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게 하고, 끊임없이 자기 검열하게 하는 우리 사회, 더구나 그것이 위계가 철저한 학내라면 또 어떻겠습니까. 우리 피해자분의 용기와 학내 구성원분들의 지지와 또 함께 연대해 주시는 분들의 노력으로 그래도 최소한 학교 내에서는 해임 처분을 받았습니다. 우리 더 나아가서 사법 절차에서 공정한 결과를 받을 때까지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을 보탰다.
제자인 피해자에 대해 성추행, 사생활 통제 등의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를 가한 혐의를 받은 A교수는 2019년 8월 서울대 교원 징계위원회로부터 해임처분을 받았다. A교수 사건은 2019년 2월 피해자가 기명 자보를 학내에 게시하며 공론화됐다.
피해자는 A교수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에 신고했고, 인권센터 조사 과정에서는 다수의 증인이 A교수로부터 입은 피해와 당시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의 공공연한 성희롱, 학과 내 차별적 문화에 대해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지만, 피해자와 학생 사회가 기자회견, 서울대 구성원 2300여명의 탄원서 제출, 전체학생총회 개최, 연구실 학생공간 전환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한 끝에 2019년 8월 31일 서울대학교 교원 징계위원회가 A교수에 대한 해임 처분을 의결했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재판에서 A교수측은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주장하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내놓았고, 여러 조사와 매체에 남아 있는 피해자의 진술을 극히 부분적으로 발췌해 대조하며 사소한 표현 차이를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야 할 근거로 부각시켰다. 또한 피해자가 사건 발생 전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나 피해자의 공손한 연락 말투 등을 근거로 ‘피해자답지 않다’고 비난하며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 다수의 소속 교수에 의한 성희롱‧인권침해 가해 사실이 폭로된 당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가 ‘스페인 문화의 영향으로 스킨십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는 황당한 주장으로 가해 행위의 정당화를 시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또 성범죄 사건임에도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점도 큰 문제라고 했다. A교수측은 “피해자가 이미 학내 조사 및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실명을 밝히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언론 인터뷰를 한 만큼 다른 성범죄 사건과 조금 달리 접근할 여지가 있다”라는 이유를 들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무차별적인 사람들 앞에서 다시 피해 사실을 재연ㆍ증언하고 설득하려 노력하는 시간을 겪고 싶지 않다”라는 피해자의 입장에도 A교수측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은 수용됐다.
코로나 19 사태가 겹치면서 참여 재판은 2년 이상 미뤄졌고, 최근에서야 진행된 양일간의 재판에서 피해자는 처음 보는 배심원들을 앞에 둔 채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판사와 검사, 변호인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는 얘기다.
공동 대응은 성범죄 사건임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1심이 “처음부터 평등할 수 없는 재판”이었다고 비판하며, “국민참여재판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과 인권침해는 다수결 민주주의에 맡겨둘 수만은 없는 종류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위계 관계에 대한 고려, 사회적 편견의 배재, 피해자 보호가 필요한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공동 대응은 이번 재판이“사건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 배심원들에게‘피해자를 의심해야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투는 괴상한 법정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며,“A교수측은 사건 그 자체와는 관련이 없는 피해자의 말 토씨 하나하나를 꼬투리잡았고, 맥락 없이는 자칫 의미심장하게 읽힐 수 있는 조력자들의 대화 내용을 발췌하여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그 속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 상황을 모두 재연하면서도, 자신의 피해를 부정당하는 경험 속에 놓여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불평등하고 불합리하며, 다른 피해자들마저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사법정의의 역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사법부가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또 부정의한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기지 않을지 끝까지 지켜보고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동 대응”이어질 항소심에서는 피해에 대한 섬세한 판단과 전 A교수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하며 피해자에 연대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A교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규탄 기자회견
기사입력:2022-06-29 1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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