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재건축조합은 B사가 같은 건물에 캠프를 차리자 조합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사진=최영록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L사가 D사에서 제시한 사업조건 일부가 관련규정을 위반했다며 조합에 적극 항의하고 있어 조합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D사는 해당 구역을 상징하는 고유 번지수 ‘372’와 ‘꿈의 집’을 뜻하는 프랑스어 ‘메종드레브'(Maison Du REVE)’를 결합, 국내외 최고급 랜드마크 주거를 표방하는 단 하나의 브랜드 ‘드레브 372’를 제안했다. 또 세계적인 거장 7인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웠다.
이에 맞서는 L사도 서울 강남권에서만 적용하던 자사의 하이앤드 브랜드를 강북권 최초로 해당 구역에 제안했다. 또 불광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과 연계된 특화설계를 통해 특화설계를 통해 타 단지들과 다른 외관을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다만 D사는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위해 ‘조합원 분담금 입주 2년 후 납부’라는 파격 조건을 비롯해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비용 제공 ▲조합원 분양가 60% 할인 ▲추가분양 수입 817억원+α ▲환급금 계약 시 100% 지급 ▲조합원 특별제공품목 1+1 동일 제공 ▲브랜드 선택제 등 7가지 조건과 20여가지의 혜택도 제안했다. 이와 달리 L사는 별다른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사 관계자는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시공과 관련 없는 사항을 제안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D사의 사업조건은 해당 규정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사 관계자는 “당사는 그동안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입찰을 준비해 왔을 뿐 아니라 이 역시 법률자문을 통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오히려 준비가 미흡했던 L사가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L사, 유독 서울 사업장에서만 엄격한 잣대…사업지장 초래 우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L사가 타 현장에서는 경쟁사의 위법사항에 대해 함구하면서도 유독 서울의 해당 사업장에서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조합을 곤궁에 빠뜨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L사의 주장대로라면 이러한 조건들 역시 시공과 관련이 없어 위법사항에 해당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L사는 A사·B사 컨소시엄의 사업조건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고, 결국 압도적 차이로 시공권을 내줬다. 업계에 따르면 이곳은 애초부터 A사와 B사 간의 경쟁이 예상됐던 곳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L사가 의왕시 사업장에서 경쟁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혈전을 벌이고 있는 서대문구 사업장에서도 경쟁사의 불합리한 사업조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이같은 행위를 지속할 경우 자칫 사업전반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서대문구 재건축사업장은 시공사 선정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열어 향후 대응방안, 총회일정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앞으로 이사회 및 대의원회를 열어 현재 L측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며 “양사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초 계획한 총회 일정도 연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