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원심은 남편의 상해, 흉기휴대 협박 등 폭력 행사를 이유로 이혼청구를 한 사안에서 원고가 상당 부분 그 폭력을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이혼청구를 배척했지만 대법원은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혼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원심(대구가정법원 2020. 10. 8. 선고 2020르5976 판결)은 피고의 폭력 행사를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피고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민국 국민인 피고는 2016년 베트남 국민인 원고를 만나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 사이에 자녀는 두지 않았다.
피고는 2018년 2월경 부부싸움을 한 뒤 원고로부터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가 나 원고의 뺨을 때려 폭행했다.
원·피고는 2019년 법원에 협의이혼신청서를 제출하고 돌아왔으나 피고가 이혼하지 말자고 하면서 재차 다투는 과정에서 원고의 머리를 때리고 원고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 차 상해를 입혔고, 주방에 있던 흉기를 양손에 한 자루씩 들고 원고를 위협했다. 원고는 폭행을 계기로 집을 나와 귀가하지 않고 있다.
피고는 대구지법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원심은 '피고의 폭행은 원고의 잘못'으로 유발된 부부싸움 중 일시적, 우발적으로 감정이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들어 원고가 혼인기간 중 피고로부터 혼인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할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를 받아온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처럼 원·피고가 별거하게 된 원인을 피고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의 가출 이후부터 이 사건 소송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고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원심판결에는 민법 제840조 제3호와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피고의 행위는 원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피고의 폭력 행사 이래 그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민법 제840조 제3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참조).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