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원심은 공연성이나 전파가능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해 검사의 증명을 요구하거나 별다른 심리·판단을 하지 않은 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과 A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피고인이 A 앞에서 한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위 발언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거나 피고인에게 전파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A에게 발언을 한 경위와 내용, 발언의 방법과 장소 등 여러 사정을 심리하여 피고인의 발언이 특정 소수 앞에서 한 것인데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고도의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고 했다.
A는 피고인과 초등학교 동창으로서 친한 사이였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관광버스회사의 운전기사였던 B를 만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해자를 전혀 알지 못했다. 피고인도 이 사건 발언 이전에 B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와 몇 차례 전화통화를 했을 뿐 피해자를 직접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친구인 A가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에 관해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하나가 장애인이래, 그런데 B가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돈 갖다 바치는 거지, 그런데 이년이"라고 말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 사건 발언 장소는 피고인의 사무실로서 A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이 사건 발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이후 피고인과 A는 피해자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다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바로 이어 나갔다.
A는 법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피고인과의 통화가 끊어지지 않은 상태를 이용하여 이 사건 발언을 녹음했다.
원심(청주지방법원 2015. 7. 29. 선고 2015노131 판결)은, A가 피해자의 명예를 보호하거나 피고인의 법적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이 사건 발언 내용을 비밀로 지켜줄 만한 관계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사건 발언 내용을 타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이 사건 발언의 공연성이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결(벌금 70만 원)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