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대형보험사를 상대로 5년에 걸친 송사 끝에 승소한 중국인 유족

기사입력:2021-01-22 10:34:44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로이슈 전용모 기자]
국내 대형보험사가 국내거주 재외동포의 사망보험금을 유족이 아닌 사망자 소속 회사에 줬다가 법원판결에 의해 다시 유족에게 지급하게 됐다.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대형보험사를 상대로 5년에 걸친 송사 끝에 보험금을 받게된 중국인 유족은 “한국은 법률시스템 측면에서 선진국”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22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법원(재판장 김선수)은 중국인 왕모(42)씨가 S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왕씨에게 2억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최근 내렸다.

왕씨의 남편은 조선족(한국계 중국인)으로 2015년 울산의 한 조선소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중 동료직원에게 살해됐다. 중국에서 비보를 접한 왕씨는 아들(당시 3세)과 함께 급거 한국으로 건너왔다.

장례를 치른 지 며칠 후 왕씨는 남편의 사망보험금이 자신이 아닌 남편이 소속된 회사 비○비에 지급된 사실을 알게 됐다.

왕씨는 “당시 회사측 관계자가 ‘회사가 보험금을 받아서 넘겨주겠다’고 했으나 보험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했다.

왕씨는 “한국말을 한마디로 모른데다 상중에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측에서 내민 서류에 서명을 한 것뿐인데 보험금이 엉뚱한 곳으로 지급됐다”며 보험사측에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S화재측은 “보험계약의 청약서에는 보험금수익자가 회사측인 ‘비○비’로 기재돼 있다”며 “보험금은 정당하게 지급됐다”고 반박했다.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기에 버거웠던 왕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공단측은 외견상 유효하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보험금 지급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주력했다.

단체보험의 근거가 되는 근로자 대표-회사간 단체협약에는 보험금 수익자를 회사와 피보험자를 선택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상법에서는 ‘단체보험 계약에서 보험금 수익자를 피보험자나 그 상속인이 아닌 사람으로 지정할 때는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공단은 “단체협약상 보험금 수익자가 지정되어 있지 않았고, 피보험자의 서면동의가 없었으므로 보험사가 회사측에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1·2심과 대법원은 법률구조공단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S화재가 왕씨 모자에게 2억3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공단측 이일형 공익법무관은 “한 외국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공단의 변호사 등 많은 인력이 오랜시간 노력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우리나라가 인권국가로서 각인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왕씨는 공단에 감사편지를 보내 “한국은 K-팝, 드라마 같은 문화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법률시스템에서도 선진국이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왕씨가 공단에 보낸 감사편지 전문

2020.11.6. 길었던 소송을 마치고 판결금을 모두 지급받던 날 힘들었던 시간들, 멀리 가버린 남편의 모습 , 저를 도와주었던 변호사님들 모두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정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타국에서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만해도 소송이란 것이 이렇게 힘들고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

남편이 사망했다는 갑작스런 비보에 3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한국에 들어와, 사망사고가 난 곳에서 유족으로서의 절차를 밟아야 했고, 남편이 회사에서 들었다는 보험금을 받으려면 사인을 해야 한다는 말에 무심코 사인을 했었는데 그 보험금은 유족인 저희가 아닌 남편이 근무했던 회사의 사장이 지급받아 이를 개인 용도로 써버린 상태였고, 보험금을 정당하게 지급했다는 보험사측과 정당한 보험금을 받았다는 회사 사이에서 저와 아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

남편의 사망은 단순한 사망도 아닌 사고사(형사사건 )였기 때문에 저는 경찰서에서 진술을 받고 장례절차를 치러야 하는 등 정신없는 며칠을 보냈습니다 . 보험금이 지급된 것은 그 정신없는 하루하루 중 어느날 이루어졌고 저는 장례를 마치면 보험금 수령 등 절차를 마치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시 북경으로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보험금을 내부 결재를 거친 후 지급하겠다던 회사는 자신들이 보험수익자라는 주장을 하며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보험금이므로 아무 문제 없다며 오히려 보험금을 일부라도 지급받으려면 기다리라고 하였습니다 .

한국국적동포이던 남편과 달리 저는 한족이고 한국어는 한마디로 모르는데 누구에게 어떻게 어디부터 하소연해야 하는지 앞이 막막했습니다 . 남편은 조선사의 기숙사에서 숙식했기 때문에 저는 거쳐할 곳이 없어 어린 아들을 데리고 모텔을 전전했고 시어머니가 살던 수원의 어느 재개발대상 지역의 빈집을 월 15 만원에 계약하고 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

당시에는 몰랐으나 제가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2015년 8월 당시 생활비조차 없이 한국에 입국했던 저는 인지대와 송달료, 변호사 비용등 어떤 것도 지급할 여력이 없었고, 법원에 소송구조신청을 통해 법률구조공단 울산지부 이강현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남편의 서면동의 없이 수익자를 회사로 지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1심을 전부승소하였고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습니다 .

그러나 S화재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부산고등법원도 변호사님들의 헌신적인 준비와 적극적인 변론의 도움으로 승소할 수 있었습니다 . (다만 , 1심과는 달리 중국상속법에 따라 상속을 받게 되는 시어머니의 상속포기서를 첨부하였습니다 .)

이 판결에는 S화재에서도 승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나 피고는 항소기간의 마지막날 상고장을 제출했고 소송은 대법원에서 계속되었습니다 .

대법원에서의 소송은 지금까지와는 달랐습니다 . 기다림과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검은 밤에 망망대해에 홀로 있는 것 같았습니다 . 변론기일이 잡히지도 않았고 준비서면등 서면이 자주 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 매일매일을 오늘은 어떻게 되었나 사건을 조회해보아도 아무런 진행내용이 없었고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

그렇게 2년 11개월을 기다린 끝에 나온 판결은 파기환송이었습니다 . 파기환송이라니? 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님을 통해 2심까지 승소하였는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라면 좋지 않은 결과일 가능성이 많다는 말씀을 들었고 ,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

그러나 얼마후 변호사님은 원고 패배취지의 파기환송이 아닌 시어머니가 상속받을 부분에 대한 법리적 판단이 다르다는 취지의 파기환송이므로 다시 2심에서 심리하여 시어머니가 상속받을 부분에 대하여 상속이 아닌 양도의 방법으로 저와 아들이 넘겨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

또 다시 기다려야 하는 시간 앞에서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 소송을 시작한지 5 년이 흘렀고 3 살짜리 아들도 이제 8 살이 되어 학교에 입학을 합니다 . 동생의 딸아이가 동갑내기라 동생이 함께 키워주고는 있지만 아빠도 없는 아들에게는 제가 꼭 필요할 것인데 , 대법원에 가면 마지막이라던 말에 쓰러지기 직전의 마음을 부여잡고 기다렸는데 또 다시 기다려야 한다니 ...

하지만 기다리는 것 밖에는 도리가 없었습니다 .

파기환송심도 소송은 부산고등법원에서 진행하였습니다 . 그런데 오준석 변호사님에 따르면 이번에는 판결이 아닌 화해권고결정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화해권고결정도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는 변호사님의 설명을 듣고 , 더는 기다릴 수 없는 마음에 이자를 받지 않더라도 보험금만이라도 받는다면 화해권고를 원한다고 말씀드렸고 변호사님은 제 마음을 알겠다며 피고도 판사님 앞에서 화해권고 내용에 대해 이의 없다고 답변하였다는 내용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고 이제는 집에 돌아가 초등학교 1 학년이 된 아들과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편한 잠을 청했습니다 . 그러나 화해권고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마지막 날 , 피고는 이의신청서라는 불복신청서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제출하였고 또 다시 소송은 계속되었습니다 .

사람들은 소송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하나요 ?

시간과의 싸움 ... 저와 같은 힘없는 개인에게 시간과의 싸움은 승산없는 시도이고 무모한 도전입니다. 더구나 제 나라도 아닌 이국에서 S화재라는 거대한 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 구조공단의 변호사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가 한국의 중산층 서민이라고 해도 이 긴 소송앞에 무릎을 꿇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화해권고에 앞서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피고는 저와 아들이 맞딱뜨린 갑작스런 불행에 안타깝다는 마음을 밝혔지만 판사님 앞에서 한 약속도 져버리면서 이런 말들이 거짓임을 고백하였습니다 .

화해권고에 대한 이의가 있고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판결내용은 사실상 원고의 전부 승소나 마찬가지였지만 저는 당장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 또 한번 대법원에 사건이 넘어갈지도 모르고 대법원에 간다면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하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피고가 상고장을 낸다면 아마도 불복기간의 마지막날에 내겠지요 . 저는 꼬박 2 주의 시간을 기다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이라면 2 주를 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

그러나 하루하루 피고가 어떤 서류를 냈을까 사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 드디어 마지막 날이 지나고 긴 소송이 원고의 승소로 끝을 맺었음을 이일형 변호사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었습니다.

대형 보험사와의 긴 싸움에서 저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만 구조공단의 변호사님들은 자신들의 일도 아닌 사건에서 힘없고 선량한 국민 (저는 사실 국민도 아닙니다 .) 개인을 위해서 얼마나 성실하게 열심히 준비하고 준비하는지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이는 제가 한국에서 체류하면서 가장 인상깊게 느낀 사건입니다 . K 팝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문화적 선진국 한국과 만날 수 있다면 , 제가 구조공단을 통해 만난 한국은 법률시스템적인 면에서 선진국이었습니다 .

정당한 권리를 힘있는 자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구조공단은 제게 정의의 여신이었고 수퍼맨 같은 존재였습니다 . 이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데는 어떤 비용도 들지 않았으나 그 분들의 열정은 여느 사선변호사보다 뜨겁고 헌신적임을 느꼈습니다 .

그리고 이러한 혜택이 한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점은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한국인에 대한 큰 부러움이자 감탄이었습니다 . 억울함이 있어도 그 억울함과 부조리함의 선후사정과 근본적 이유를 들어, 알리지 못하면 솔로몬 왕이라 하더라도 그의 억울함을 알 수 없습니다 . 그 억울함이 법률적 이유에 기인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

그 역할을 대신해 주신 대한법률구조공단과 변호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당신들은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고, 언제 어디에서건 당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주변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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