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 이병록 정치학박사, 현)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대한민국 해군 교육사령부 부사령관
이미지 확대보기주나라 기성자는 닭싸움(투계) 조련사이다. 그는 싸움닭을 개략 4단계로 구분한다. 시도 때도 없이 싸우려는 닭, 상대방이 보이자마자 반응하는 닭, 상대방이 덤비면 싸우는 닭, 상대방이 건드려도 무시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 닭이다. 기성자는 4단계가 되자 닭싸움 훈련이 끝났다면서 왕에게 보고한다. 이를 목계지덕(木鷄之德) 이라 한다. 이순신 제독이 첫 해전에서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경거망동하지 말고, 태산같이 침착하게 행동)이라고 하신 말씀과 같은 뜻이다.
북한에서는 겨울 밤중에 대규모 열병식을 치루었다. 선진민주국가에서는 이런 식의 열병식을 하면서 무력을 과시하지 않는다. 세계 국방비의 거의 절반을 쓰고 있는 미국은 열병식을 거의하지 않는다. 반면에 중국 등은 지금도 열병식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국군의 날 행사를 하면서 무력을 과시했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은 국군의 날에 간단한 기념식으로 대체한다. 굳이 보여주기식 행사 의미가 퇴색되었고, 필요한 전력을 갖추고 대비하면 된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할까?
언론이 김정은 신년사를 두고 빈 수레처럼 요란하다. 모든 신문이 안보전문가들의 분석을 싣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새로운 소식이 하나도 없다. 새로운 무기체계라고 떠들어 내는 무기들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잠수함발사미사일(SLBM)도 이미 우리 정보당국이 확인한 사실이다. 신형미사일 K-23(이스칸테르)도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이다. 우리가 몰랐던 무기체계는 하나도 없다. 우리는 한국 정보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핵무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계속 경량화, 소형화 한다는 것은 예측된 사실이다. 재래식 무기를 유지할 능력이 없어서 비대칭 무기로 무장한다는 사실도 상식에 통한다. 비핵화를 위한 미국과 협상이 진전이 없었으며, 우리 정부가 북한과 약속한 내용이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민주적인 나라의 지도자라면 상대국에 자기 힘을 과시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국민과 군을 응집시키려 할 것이다. 안보전문가들은 한미동맹강화와 한미일군사협력을 녹음기처럼 반복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나라에 대하여 전 분야에 걸쳐서 절대적 우세를 유지한다. 우리는 상대적 우세를 유지하면 된다. 상대적 우세가 있다면 상대적 열세도 있다. 이지스구축함, F-16,15,35 등 공군력, 전차와 자주포, 헬기 전력 등 상대적으로 우세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지대지미사일도 질적으로 열세라고 할 수 없다. 쉬운 비유로 미국은 9.11테러를 제외하면 국내에 단 한 발의 포탄도 허용하지 않는 나라이다. 비가와도 옷이 젖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우리는 수도권을 겨낭한 장사정포,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화생방 무기에 노출되어 있다. 허리가 반이나 물에 잠겨 있는 상황인데 비싼 우산을 쓰고 젖지 않겠다는 상황이다.
서로 상대방을 파괴할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방패도 창에 뚫리고, 어떤 창도 방패를 뚫어야하는 모순상황이다. 미국에서 통제하는 미사일 사정거리와 탄두중량도 북한 위협이 없었다면 완화시켜주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적의 침략을 억제하고 반격할 수 있는 적당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군대는 모래주머니와 싸우는 권투선수가 아니다. 상대방도 적대적으로 전력을 증가하면 안보상황이 안정되지 않고 오히려 불안해지는 안보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미 북한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폐기하고 항복하는 상황을 상정하는 안보전문가는 전문가가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해서 아픈 환자에게 운동을 처방하는 의사와 같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하여 다방면으로 꾸준하게 노력해야한다. 비핵화 이전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해야한다. 겁에 질려서 개성공단을 도망치듯이 폐쇄하는 악수를 두면 안 된다. 강경일변도 정책은 북한이 핵무기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과 명분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이 경제난을 극복하면서 핵무기가 애물단지가 되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9.19군사합의와 정전체계를 잘 지키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일방적 양보만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당근과 채찍, 즉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안보전문가 역할이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