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법원홈페이지)
이미지 확대보기피해자는 평소 노숙인들에게 용돈을 주고 거처를 제공하는 등 호의를 베풀어왔고, 피고인도 2015년 겨울경부터 피해자로부터 매일 용돈으로 약 1만 원을 받고 위 옥탑방에서 잠을 자는 등 친하게 지냈으나, 그 이후 피해자가 다른 노숙인들에게 계속하여 호의를 베풀고 건물 관리 일을 넘겨달라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절하자 불만을 가지면서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피고인은 2019년 9월 17일 옥탑방 출입문 앞 소파에 앉아 있다가 같은 날 0시 58분경 방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누우면서 피해자에게 “좀 자다가 갈께”라고 했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이 벗어 놓은 모자를 집어던지면서 “니 방 가서 자라”고 말하자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었다.
곧바로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2회 때리고 쓰러진 피해자 위에 올라타 손으로 머리채를 잡고 뒤통수 부위를 바닥에 2회 내리찍고 주먹으로 피해자의 얼굴 부위를 2회 더 때렸다. 이에 피해자가 구토를 하는 등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발로 피해자의 복부를 2회 걷어차고 그곳에 있던 선풍기 전선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의 목을 감아 약 3분 정도 힘껏 조르고 그곳에 있던 흉기로 피해자의 왼쪽 손목을 2회 그어 피해자를 경부압박질식, 머리부위 손상 등으로 즉석에서 사망하게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9고합496)인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최진곤 부장판사, 판사 오승희, 이순혁)는 2020년 1월 31일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자 피고인과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원심(2심 2020노96)인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 판사 박운삼, 최희영)는 2020년 6월 24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원심은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과 살인죄의 법정형(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징역 5년 ~ 30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당시 68세의 노령으로서 늦은 밤에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주거에서 잠자리에 들어 있던 상태에서, 39세의 건장한 체구를 가진 피고인의 느닷없는 공격을 받고 이렇다 할 저항 한 번 해 보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현장에 3~4시간 동안 머물면서, 범행에 사용되었거나 범행 현장에 놓여 있어서 피해자의 혈흔이 묻은 선풍기, 수건, 흉기, 끌 등을 방 밖으로 가지고 나와 수도꼭지를 틀어 물에 씻은 후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도록 이를 은폐한 다음, 범행 현장을 빠져나와 자신의 거처인 ○○여인숙에 돌아온 후 옷을 갈아입고 불상지로 도주했다. 이처럼 피고인이 범행의 증적을 은폐하고 체포를 면탈하려고 시도하여 범행 후의 정황도 나쁘다.
피고인은 유족들에게 진정한 사죄의 마음을 전달하거나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용서를 받지도 못하여, 유족들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바라고 있다.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2020년 9월 24일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9.24.선고 2020도8913 판결).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살인 범행이 살인범죄 양형기준상 제2유형(보통 동기 살인)의 기본영역(징역 10년~16년)에 해당한다고 본 1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이 사건의 구체적인 사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그 범행동기와 관련해 살인범죄 양형기준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나 형을 정했다 .피고인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수긍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