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 "재범가능성 없는 노동자의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삭제할 수 있어야"

디엔에이채취보관된 노동자, 삭제소송 패소에 항소 및 헌법소원 기사입력:2020-06-29 10:31:59
[로이슈 전용모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 2019년 6월 11일 노동조합 파업 농성과 관련하여 부당하게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가 채취된 H씨에 관한 검찰총장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삭제신청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를 요청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디엔에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20년 6월 12일 서울행정법원은 행정소송 각하, 위헌법률심판제청 기각으로 판결했다.

이에 6월 29일 H씨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항소함과 동시에 현행 디엔에이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청구사유는 디엔에이법이 재범의 위험성과 무관하게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고 이를 삭제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당사자 H씨는 주식회사 케이이씨(이하 KEC) 소속 노동자로 지난 2015년 노사분쟁 당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디엔에이 감식시료채취요구를 받는데 이에 불응하자 디엔에이 감식시료채취를 위한 영장이 집행됐다. H씨는 2016년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불복절차 규정이 없는 점에 대해 헌법소원청구를 제기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2016헌마344).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2019년 검찰총장에게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해 줄 것을 청구했으나 검찰총장은 이를 이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H씨에 대한 영장집행 절차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도 검찰총장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H씨와 인권단체들은 검찰총장 처분의 위법성을주장하며 삭제신청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채취 대상자에게 삭제청구권을 인정하지않고 사망할 때까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보관하도록 한 디엔에이법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소송 절차에서 H씨에 대한 영장발부 관련 서류를 통해 채취 영장을 청구한 검사는물론 영장을 발부한 법원에서도, 채취 영장발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법원은 2020년 6월 12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는 한편, 삭제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H의 청구를 각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디엔에이법에 대해선 입법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과도한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중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한 입법이었음에도 실제로는 중범죄자라 볼 수 없는 노동자와 활동가, 학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대학생들에게까지 강압적으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채취보관을 강행하는 등 광범위한 남용이 계속되어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디엔에이법 제13조에 따르면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형인 등이 재심에서 무죄, 면소, 공소기각 판결 또는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된 경우 또는 구속피의자가 검사로부터 혐의없음 등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의 무죄, 면소, 공소기각 등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한하여 삭제를 인정하고 있다. 즉, 채취대상자의 재범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일단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가 채취되면 대상자의 사망시까지 영구무한으로 보존된다는 것.

개인의 생존권, 노동권을 위해 싸웠던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를 사망시까지 보관하는 것은 대상자가 생존하는 동안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 상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침해최소성의 원칙'이나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게다가 대상 범죄의 경중 및 그에 따른 재범의 위험성에 따라 관리기간을 세분화하는 등 충분히 가능하고 덜 침해적인 수단을 채택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음으로써 최소침해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한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디엔에이법 제13조가 규정하는 삭제 조항 외에 수형인등의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삭제사유를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며 “디엔에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애시당초 삭제 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로 입법 부작위에 해당한다.
이들 단체는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는 국가가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는데 데이터베이스의 속성상 확장될 수 밖에 없고, 수사기관의 이원적 구조로 인해 오남용의 문제도 존재한다. 대상자가 사망시까지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장기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유출, 오용 등의 위험이 현실이 되는 경우 대상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등 대상자가 실제 입는 불이익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널리 알려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경우에서처럼 수사기관의 강압에 의해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헌마28 결정에서 소수의견이긴 하나 ‘대상자가 재범하지 않고 상당기간이 경과하는 경우에는 재범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판시하면서 ‘대상자의 사망 시까지라는 불확정의 장기간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를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보관할 경우 그만큼 정보의 유출, 오용 및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고 보고 사망시까지 보존하도록 한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해당 결정에서 4명의 재판관(이정미, 이진성, 김창종, 서기석)은 위헌결정에 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범죄예방의 필요와 사회적 낙인으로 침해되는 사익과의 균형등을 고려하여 일정 기간 재범하지 않은 적절한 범위의 대상자의 경우에는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도록 입법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더욱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중범죄자가 아닌, 노동자와 활동가 등의 집회·시위, 생존권 투쟁 등의 행위에 대하여 검찰은 지속적으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채취보관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19년 해당 법이 개정됐지만 검찰은 올해 초에도 용산 철거민에게 디엔에이 감식시료 채취를 요구했다.

이들단체는 “우리는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재범의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를 채취, 보관하는수사기관의 관행이 중단되고 영장을 무비판적으로 찍어대는 법원의 관행이 바뀌기를 바라며, 수시기관에 의한 부당한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채취보관 요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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