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기업 가치평가와는 달리, 법원에 의해 강제성이 부여될 수 있는 옵션 행사가격에 대한 평가는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안진회계법인은 이러한 기본 원칙을 위배해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 행사시점이 2018년 10월 23일임에도, 같은 해 6월 기준 직전 1년의 피어그룹 주가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법률대리인은 행사가격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기준일을 앞당겼을 소지가 있다고 봤다.
공인회계사법 제15조(공정∙성실의무 등) 제3항, 제22조(명의대여 등 금지) 제3항 등에 따라,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고,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 보고를 하면 안 된다. 또한, 의뢰인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한 금전상의 이득을 얻도록 이에 가담 또는 상담해서는 안 된다.
같은 법 제53조(벌칙)에는 제15조, 제22조 등을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있다.
풋옵션 공정시장가치(FMV)의 평가기준일을 고의로 유리하게 선정하여 적용하고, 일반적인 회계원칙에 적절하지 않은 평가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핵심 고발사유다. 법률대리인은 결국 이 배경에는 일방적으로 의뢰인의 주문에 부합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는 고발장을 통해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FMV는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공인회계사법 위반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교보생명은 앞서 지난달에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에 고발했다. FMV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업무 기준을 위반했고, 이것이 주주 간 분쟁 장기화의 단초가 되며 회사에 유무형적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나 주주 간 분쟁이 경영권 문제로까지 연결되면서 회사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고객, 투자자, 임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회사의 평판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