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 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재판부는 “‘음주 후 블랙아웃’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 4월 23일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검사는 "설령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평소 술을 마실 경우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정도로 많이 마시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다시 술에 만취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피고인의 귀책사유가 큰 점,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심야에 술에 만취해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하여 강간을 시도하다 치아 아탈구 등의 상해를 가한 것으로 사안이 중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주취를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은 면제했다. 피고인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이 법원이 정한 형과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신상정보 등록,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대한 취업제한만으로도 어느 정도 재범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형을 선고함과 동시에 ‘장애인복지시설’을 취업제한 대상기관으로 하여 취업제한명령 선고 여부 및 그 취업제한 기간을 심리하여 심판해야 한다. 개정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3 제1항에 따른 취업제한명령은 성범죄 사건의 유죄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게 됐다. 원심판결에는 직권파기사유가 있어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검사의 사실오인과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감경 부당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① 피고인은 평소 주량이 2홉들이 소주 2병 정도인데, 이 사건 범행 전날 오후 6시터 24시까지 2차에 걸쳐 2홉들이 소주 4~5병 정도를 마신 사실, ② 이 사건 범행이 있기 직전 CCTV에 녹화된 피고인의 여학생 기숙사 3층에서의 행동을 보면, 마치 혼자 첩보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전혀 보이지 않는 사실, ③ 이 사건 범행 직후 피고인은 경비원의 신분증 제시요구에 신용카드를 신분증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제시한 사실, ④ 피고인이 술에서 깬 후에도 이 사건 범행 당시 및 그 직전·직후의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강간상해죄 중에서도 강간이 기수인 경우와 강간이 미수인 경우 양형이 같을 수 없고, 이 사건은 후자에 해당한다. 성폭력범죄를 범했다는 이유로 심신장애 감경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할 경우 이 사건과 같이 책임주의원칙에 반하는 과도한 형벌이 부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이 분명하다"면서도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술에 만취해 저질러진 것으로 계획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것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상당한 합의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이 사건 범행 장소인 부산대학교와 그 인근에 접근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했다. 초범이고, 가족 등 가족적․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한 만큼 재범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