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KBS에서 방영된 '임진왜란 1592'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봤었다. 임진왜란 당시 상황을 드라마형식으로 구성한 팩츄얼-드라마로 한국과 중국 방송사가 합작으로 만든 프로그램인데 교육적으로도 볼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임진왜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당연한 두 인물이 있다.
우리 민족에 영웅 ‘충무공 이순신’과 100년에 걸친 일본의 혼란을 마감하고 일본 국내를 통일한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임진왜란 1592’에서도 역시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조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생전에 "전쟁은 기회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의 주변 참모들에게 건넨 한 마디가 있었다.
"속도다. 빠른 놈이 이기는 거야. 주군(노부나가)을 죽인 미쯔히데를 가장 먼저 죽이는 놈이 일본을 다 먹는 거야" 당시 ‘주고쿠’전쟁을 지휘하고 있던 히데요시는, 일본 통일의 기틀을 만든 그의 주군 '오다 노부나가'가 내부 모반에 의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속하게 복귀하여 미쓰히데의 반란을 제압하고 노부나가를 이은 최대 실력자가 돼서 전국통일을 이룬다.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원흉으로 그를 칭송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동물적인 감각과 통찰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 해주는 신속한 실행력은 어느 분야의 지도자이든 본받을 만한 내용일 것이다. 일본에 또 다른 영웅인 도쿠가와 이에야스 역시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그는 기다리는 유형의 지도자였기에 일본의 통일은 그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마도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영웅)이 히데요시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현재 거의 식물정권인 상태로 들어섰다. 최순실-게이트는 21세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에 희대의 사건이다. 지금 당장 대통령을 탄핵을 시키거나,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를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상황이다.
문제는 야당이다. ‘역풍이니 뭐니’하며 한심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면서 특검을 덜컥 받아 버렸다. 해봐야 소용도 없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간만 끌게 돼 버릴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게다가 야당에 유력 대권주자들은 고작해야 SNS나 보도 자료를 통해 이미 식물정부가 돼있는 정부에게 경고성 발언이나 날리고 있다.
민주당이야 애초에 기대할 것도 없었다. 이미 야성이 사라졌으며, 여당과는 또 다른 패권주의로 결집되어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이 돼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당도 문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내부에서 힘겨루기 중이다.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은 호남이다. 이것을 또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안철수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호남을 나몰라 하고 있다. 지역구가 호남이지만 정작 호남을 대변해주지는 못했던 박지원대표를 앞세우더니, 이젠 친노 인사를 후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려고 한다. 안 대표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하염없이 떨어지는 이유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한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면 최순실-게이트는 지금의 야당들에게 절호의 기회이다. 히데요시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신속하게 그리고 큰 목소리로 치고나가며 "내가 주도한다."며 지르고 나가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최악으로 나타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밖에 지지율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헌데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은 그저 SNS에서나 소곤거리고 있으며, 강연을 한답시고 동원된 사람들 앞에서 폼 나게 경고나 날리고 있다. 이 정도로는 국민들에게 울림을 주지 못한다. 지금 국회에서 탄핵을 내세워 바야 그렇게 되기도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탄핵이니 하야니 등의 말을 정치적 계산이나 정략적 사항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것도 역시 아니다.
히데요시는 정국을 주도하고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그리고 모두가 주저하고 있을 때 고민하지 않고 움직였으며 기회를 잡았다. 그의 감각과 통찰의 수준이 높아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는 명분과 기회가 왔을 때 좌고우면 하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그의 판단과 행동은 결국 그를 100년의 혼란을 종식시키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해주었다.
지금이 2천 년 전쯤에 상황이라고 가정해 보고 얘기해본다면, 어느 무당의 주술에 의해 조종된 왕과 그 무당에게 줄을 대서 한 자리씩 하는 관료들과 상인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우연한 계기로 온 백성들에게 알려지면서 성난 백성들이 여기저기에서 왕조와 조정에 대항하고 있다. 무당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관료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이 21세기인 현재가, 2천 년 전 고대시대 때와 달라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고대시대엔 지금 순간에 영웅이 나타났고 현재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아온 고대역사에는 바로 이 때 유방이나 항우, 조조나 유비, 궁예나 왕건 같은 영웅이 나타나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네 정치판과 지도자들은 그 잘난 두뇌들로 정치공학에 휩싸여서 역풍을 걱정하며 표계산이나 하고 있다. 필자는 역사 속 영웅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얘기들을 그리 신뢰하거나 따라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은 (만약에 영웅이 있다면)영웅이 나서야할 때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너무 겸손해서 스스로 영웅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는 몰라도 떡(권력)은 그냥 떨어지지 않는다. 그 잘난 전략을 아무리 잘 짜봐야 시대와 상황이 만들어준 기회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다. 조조나 유방 혹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세종대왕 시절이라면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지금처럼 기회가 왔음에도 그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하지를 못하니, 이것을 그냥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행이라고 여기기에는 우리가 너무 불쌍하고 슬플 따름이다. 지금 같을 때 YS나 DJ같은 지도자가 있었다면 어찌 했을지 아쉽기만 하다.
‘을들의 한비동행’ 공저자. 정치•선거 컨설턴트 김효태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칼럼] 시대와 상황이 만들어준 기회보다 더 좋은 전략은 없다
기사입력:2016-10-31 09:43:57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ㆍ반론ㆍ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메일:law@lawissue.co.kr / 전화번호:02-6925-0217
주요뉴스
핫포커스
투데이 이슈
투데이 판결 〉
베스트클릭 〉
주식시황 〉
항목 | 현재가 | 전일대비 |
---|---|---|
코스피 | 2,977.74 | ▲5.55 |
코스닥 | 782.51 | ▲2.78 |
코스피200 | 399.29 | ▲0.43 |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930,000 | ▼435,000 |
비트코인캐시 | 665,500 | ▲13,000 |
이더리움 | 3,488,000 | ▼16,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840 | ▼70 |
리플 | 2,986 | ▼2 |
퀀텀 | 2,706 | ▼9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917,000 | ▼527,000 |
이더리움 | 3,491,000 | ▼13,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840 | ▼110 |
메탈 | 908 | ▼6 |
리스크 | 540 | ▼1 |
리플 | 2,987 | ▼2 |
에이다 | 826 | ▼4 |
스팀 | 172 | ▼1 |
암호화폐 | 현재가 | 기준대비 |
---|---|---|
비트코인 | 144,790,000 | ▼500,000 |
비트코인캐시 | 664,000 | ▲13,000 |
이더리움 | 3,486,000 | ▼17,000 |
이더리움클래식 | 22,790 | ▼100 |
리플 | 2,983 | ▼4 |
퀀텀 | 2,719 | ▼1 |
이오타 | 227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