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조 교수는 “그런데 (1차 기각된 검찰의) 영장이 재청구되자, 법원은 가족입회 등 여러 조건을 걸어 영장을 발부했다”며 “이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기에, (검찰ㆍ경찰의) 영장집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조국 교수는 그러면서 “영장발부 판사는 (유족과 검찰) 양쪽 입장을 생각하면서 나름 ‘절충묘수’를 두었다”라고 평가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9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거 기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조국 교수는 “(영장전담판사의) ‘조건부 영장’은 이례적인데, 그 효력에 대한 판결은 없다. 그렇지만 권한 있는 판사가 절차에 따라 발부한 ‘조건부 영장’ 자체가 위헌 위법이 되기는 힘들다”며 “이 시점에서 ‘조건’을 붙인 판사의 의도가 중요하며,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남은 것은 ‘조건부 영장’ 집행의 효력 문제”라며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영장 집행은 위법이라는 입장과, 여하튼 영장이 발부됐으니 ‘조건’은 권고적 의미 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현재 논란을 짚었다.
그러면서 “영장 문언을 보건데, 당연히 전자다. 만약 ‘조건’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경찰ㆍ검찰이) 영장을 집행한다면 그 자체로 불법이며, 이를 통해 획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9월 29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거 기사 자료)
이미지 확대보기이 문서는 그동안 ‘조건부 영장’에 대한 법적 효력에 관한 조국 교수의 해석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미가 있다.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에 관한 문서에서 영장전담판사는 “사망원인 등을 보다 명확하기 하게 위해 부검을 실시하되, 부검의 객관성과 공정성, 투명성 등을 제고하기 위하여 부검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아래 사항들을 이행하여야 함”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행조건 5가지를 제시했다. 이것이 바로 조국 교수가 ‘조건부 영장’에 대해 평가한 ‘절충 묘수’다.
박주민 의원이 4일 공개한 영장전담판사의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 문서
이미지 확대보기둘째, “유족이 희망하는 경우엔 유족 1∼2명과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유족이 지명하는 변호사 1명의 사람들을 부검에 참여시켜 참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여기에 “다만, 위와 같은 참관 인원은 유족이 원하지 않는 부분에 한해 감축될 수 있고, 반대로 수사기관이 유족 측과의 협의에 따라 추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셋째 “부검에 의한 사체 훼손은 사망원인 규명 등 부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해야 하고”, 넷째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영장전담판사는 다섯째로, “부검 실시 이전 및 진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 및 방법과 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하여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변호사 출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미지 확대보기박 의원은 “따라서 여당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한대로 ‘국가 공권력을 집행하는데 당사자들과 협의하면서 할 수 있나, 부검 시기와 장소를 다 협의하라는 건 아니다’, ‘부검영장 집행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사망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구나 추가로 박주민 의원이 공개한 1차 영장청구에 대한 법원의 일부 기각 사유에는 “변사자는 이미 10개월 전에 집회에 참가하였다가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후송된 후 뇌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문 의료진의 밀착 간호 아래 입원 치료를 받아 오던 중 급성신부전에 따른 심정지로 사망하였다는 것인데, 변자를 입원 치료에 이르게 한 선행 원인, 치료가 이루어진 기간 및 장소, 사망의 장소, 사망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변사자에 대한 입원기간 중의 진료기록내역을 압수하여 조사하는 것을 넘어 사체에 대한 압수 및 검증까지 허용하는 것은 필요성과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움”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1차 청구에서 법원은 ‘입원기간 중의 진료기록내역을 보는 것으로 족하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실제 발부된 영장의 조건에도 ‘부검에 의한 사체의 훼손은 사망원인 규명 등 부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으로 하여야 함’이라고 돼 있어 전체 취지는 부검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충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주민 의원은 “유족의 의사에 따라 참관 인원의 종류 및 수가 정해지도록 돼 있어, 이 역시 가족과의 사전합의가 없으면 부검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언론에) 흘린 대로 간단한 조건만 갖추면 부검을 집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전 과정에서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집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것이 1ㆍ2차 영장 청구 전 과정을 놓고 종합적으로 해석된 결과”라고 밝혔다.
◆ 조국 “경찰 조건 실현 안 된 영장집행 시도할 것…불법성은 법원 가서 따진다며”
이와 관련, 10월 5일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에 “일전에 제시한 나의 의견과 동일한 의견을 박주민 의원이 국회에서 표명했다”며 “(판사가 발부한) 조건부 영장이 유효하려면 조건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공개된 영장의 문언(文言) 역시 이를 분명히 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제하의 문서를 통해 부검의 방법과 절차를 ‘제한’했다. 예컨대, ‘부검 실시 이전 및 진행 과정에서 부검의 시기 및 방법과 절차, 부검 진행 경과 등에 관하여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이라며 “이 ‘제한’을 따르지 않고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불법을 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국 교수는 “물론 경찰은 10월 25일 전 조건이 실현되지 않아도 영장집행을 시도할 것”이라며 “‘불법성은 이후 법원에 가서 따져라’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면서”라고 봤다.
그는 이어 “‘코너링이 탁월해서 우병우(청와대 민정수석) 아들을 (경찰청) 차장실 운전병으로 뽑았다’라고 말하는 경찰 아닌가”라고 경찰을 꼬집으면서다.
조국 교수는 “이번 영장의 집행 여부는 경찰만의 판단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경찰 뒤의 ‘컨트롤 타워’는 정국을 정권에게 유리하게 돌리는데 영장 집행을 사용하기 위해 면밀히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조 교수는 “그리고 집행과정에서 ‘사고’가 나길 희망하고 있을 것”이라며 “‘영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문제가 ‘정략’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개탄한다”고 씁쓸해 했다.
여기서 ‘사고’는 경찰과 검찰이 법원이 제시한 조건부 부검영장을 충족하지 못한 채로 강하게 집행하는 과정에서 고(故) 백남기 유족이나 대책위 등과의 격한 충돌을 말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0월 5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이미지 확대보기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