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이는 복면을 착용한 시위자에 대해 가중된 양형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법원의 이러한 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보고, 그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복면착용 금지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복면시위는 못하도록 해야 한다. IS도 그렇게 지금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언급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당시 여당 의원들은 집회ㆍ시위 참가자의 복면착용을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복면금지법)을 발의했다”며 “그러나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돼 다행히 입법화에 이르지 못하고 19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폐기됐는데, 그로부터 8개월 만에 사법부가 양형의 가중 고려 대상에 복면착용을 포함시키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변은 “법원은 집회ㆍ시위 참가자의 인권침해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집시법 위반이 아닌 ‘공무집행방해’ 행위에 대해서만 위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했다”며 “그러나 집회ㆍ시위 참가자들이 집회 신고 내용을 조금이라도 어기거나 합법적 집회ㆍ시위를 방해하는 경찰에 항의하는 경우에도 일반교통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까지 기소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조치는 집회ㆍ시위 참가자들의 복면착용을 처벌하겠다는 지난해의 복면금지법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입법부가 합의하지 못한 사항을 사법부가 우회적으로 실행하겠다는 것으로서 국민의 뜻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두 나라는 집회를 허가제로 운용하면서 사실상 집회를 금지했던 과거 독재 정권의 헌정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위와 같은 허가제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철저하게 보장하려는 헌법적 결단에 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은 “헌법재판소도 이러한 헌법적 결단을 존중해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2003년 집시법 위헌소원 결정에서 ‘집회의 자유는 참가자의 참가 형태와 정도, 복장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고 결정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또 “국가인권위원회 또한 2009년 6월 위와 같은 헌재의 결정을 인용하면서 ‘복면금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집회ㆍ시위 참가자의 복면착용 금지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민변은 “이러한 결정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의 이번 양형기준의 개정은 국민의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조치임이 분명하다”며 “‘인권의 보루’라는 사법부가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지금 법원이 행해야 하는 조치는 국민의 기본권의 제한이 아니라 공권력의 남용의 견제와 제지”라며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과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원이 공권력 행사 기관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행해지는 검찰의 무분별한 기소에 대해, 법원이 판결로서 효과적인 제지를 행했다고 하는 것도 우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제라도 과오를 인정하고 이번 결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며 “양형위원회가 이번 결정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국민은 물론 두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조차도 사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