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송을 ‘유현석 공익소송기금’으로 지원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3일 “이번 판결이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해군의 정책에 찬성하는 글들만 작성할 수 있고 반대되는 의견은 표현조차 할 수 없게 한 해군의 위법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OO씨 등은 2011년 6월 9일 해군이 제주도 강정포구 등대 연산호 군락지 인근에 바지선을 이용해 해상 준설공사를 강행하자 해군 홈페이지 자유시판에 항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러나 해군은 “제주기지 건설에 관한 ‘막연하고 일방적인 주장’ 글들은 삭제 조치한다”며 원고들의 글을 포함해 모두 117건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2013년 8월 “해군의 불법행위로 의사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해군이 일시적인 접속 차단과 같은 어떠한 임시조치도 하지 않은 채 게시물을 일방적으로 삭제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군의 삭제 조치는 원고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스스로 표현 행위를 자제하게 만드는 효과가 크고, 자기 검열을 하게 할 가능성이 있어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국민이 해군의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장이라는 점에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더욱 폭넓게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몰론 해군은 해당 게시물이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상 ‘정치적 목적’ 또는 ‘특정기관, 단체, 부서를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입장이었다.
쉽게 말해 원고들의 게시물이 해군 규정상으로도 삭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해군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규정’은 홈페이지 관리책임자가 게시물을 삭제한 후 ‘필요 시 그 사유를 해당 게시판에 공지하거나 게시자(전화번호나 전자우편주소가 명확한 경우)에게 통보할 수 있다’(제9조 제2호)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시자가 삭제 조치 이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고 △삭제 조치 이후에라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없으며 △피해자가 민원 제기라는 일반적인 절차를 활용하더라도 삭제 조치의 적절성을 제3자가 재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해군 내부에서의 심의만을 거치게 되므로 합리적인 이의제기 절차로 볼 수는 없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해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홈페이지 관리자의 자의적인 게시물 삭제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