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변호사가 형사사건 의뢰인이 조사를 받을 때 옆에서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진술거부권 고지’를 두고 “수사 방해”라는 검찰과 “변론권 침해”라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검찰 입장에서 불편한 판결이고, 변호사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부장검사 김동주)는 지난 3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와 김인숙 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 개시 신청을 했다.
검찰은 장경욱 변호사가 유죄가 확정된 여간첩 이OO씨를 변호하는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하라”고 조언한 것을 허위증언을 강요했다고 보고 징계를 요청했다. 김인숙 변호사에 대해서는 세월호 집회와 관련해 자백하려는 피의자에게 묵비권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신청했다.
물론 민변(회장 한택근)과 해당 변호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변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검찰의 대한변협 징계신청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변호사의 최소한의 변론권마저 봉쇄하겠다는 검찰의 행태”라며 “민변에 대한 공안탄압, 검찰을 고발한다”고 규탄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이날 “민주적 기초가 되고 사법질서의 근간이 되는 변호권에 대해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옛날 유신말기에 있을 법한 일”이라고 개탄하며 “공안적 시각에서 변호인들에 대한 변호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신속히 공안적 그림자를 빨리 없애기를 촉구드린다”고 요구했다.
김인숙 변호사도 “진술거부권은 경찰, 검찰, 법원에서조차 심문할 때도 항상 고지하는 것이다. 그런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십시오’라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청구한다는 것은 정말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사실은 부인하는 것이 아닌가. 사법질서와 민주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그런 위험한 사고와 발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장경욱 변호사가 사건 의뢰인인 피의자에 대한 신문조사에 참여하면서 옆에서 진술거부권을 얘기해 준 것에 대해 국정원 수사관들이 수사방해라며 변호인을 조사실서 끌어낸 사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경욱 변호사가 승소했다. “변호인이 수사 방법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고 진술거부권 행사를 권유한 행위를 두고 신문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법원은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참여권과 진술거부권 고지 등 변론권 행사는 당연한 기본권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검찰이 대한변협에 낸 ‘진술거부권 고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신청에도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은 이렇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6년 10월 체포돼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던 중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다가 장경욱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 피의자다.
이에 장경욱 변호사는 2006년 11월 A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기 위해 국정원 조사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국정원 수사관 2명은 대검찰청 예규 형식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근거로 장경욱 변호사에게 피의자의 뒤편 대각선 1.5미터 정도에 위치한 좌석에 앉을 것을 요구했다.
장경욱 변호사는 이를 거부하고 피의자 바로 옆자리에 앉던가 아니면 서서 있겠다고 했다. 이에 수사관과 좌석 위치를 높고 언쟁을 벌이다 결국 피의자의 바로 옆에서 약간 뒤쪽으로 떨어진 위치에 앉기로 합의했다.
이후 수사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피의자신문을 시작했다. 이전에 여러 차례 피의자신문 과정에서 대부분 진술거부로 일관하던 피의자는 수사관으로부터 2005년 9월 입국 이후 호텔 카지노를 이용한 사실에 관해 추궁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인정하면서 변명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에 장경욱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카지노 출입은 혐의 사실과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항의했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수사관이 카지노에 관한 질문을 계속하자, 장 변호사는 피의자(A)에게 “향후 일체의 진술에 대해서 거부하시라고 조언을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진술거부권 고지다.
그러자 수사관들이 장경욱 변호사에게 “진술거부권 행사 거부 권유가 수사방해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위 권유는 적법한 것이라고 맞서며 언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수사관은 장경욱 변호사에게 즉시 퇴거할 것을 명했다. 이에 장 변호사가 불응하자, 다른 수사관들이 들어와 장경욱 변호사의 팔과 어깨를 양쪽으로 잡고 수사실에서 강제로 끌어냈다.
결국 장경욱 변호사가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변호인으로서의 변론권을 침해했다며 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대한민국을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0단독 조수정 판사는 2012년 7월 국정원 수사관들의 불법을 인정해 “피고(국가)는 원고(장경욱)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9가소328669)
재판부는 먼저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피의자가 조력을 먼저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사기관의 신문 방법이나 내용에 대해 적절한 방법으로 상당한 범위 내에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언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라며 2007년 11월 30일자 대법원 판례(2007모26)를 언급했다.
이어 “다만 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하는 등의 염려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해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변호인의 참여를 배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2003년 11월 1일자 대법원 판례(2003모402)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변호인이 수사 방법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고 진술거부권 행사를 권유한 행위를 두고 신문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고,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은 검찰총장이 검찰청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에 기해 제정한 행정규칙에 불과해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율하는 효력이 없으며, 국정원 수사관들의 피의자신문에도 적용된다고 볼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것이어서 이를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에 대한 제한의 근거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있어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인 원고가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수사관의 신문에 대해 1회 이의를 제기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바로 피의자에게 신문에 대한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언한 행위가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의 변호인으로서의 정당한 직무수행 중에 있던 원고에 대해 신체를 잡아 꼼짝 못하게 한 뒤 조사실 밖으로 끌어낸 국정원 수사관들의 행위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으로서의 변호사의 직업수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공무원인 국정원 수사관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위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음은 분명하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는 이 사건의 경위, 기본적 인권을 옹호함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특수성 등에 비춰 2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고를 수사실에서 끌어낸 국정원 수사관들의 고의 과실이 인정돼야 하나, 퇴거처분 당시 수사관들에게 객관적 주의의무를 결여한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박인식 부장판사)는 지난 5월 29일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며 장경욱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권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권리로서 변호사라는 전문직업인의 양심과 정의, 직업상의 윤리적 요소가 가미된 인격체로서의 변호사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고, 이는 민법 제751조가 정하고 있는 인격적 법익의 하나로 평가받기에 충분하고, 또한 국정원 수사관들이 원고를 퇴거시킨 행위 자체로 이미 변호인인 원고의 피의자신문 참여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수사관들의 기준으로 할 때에도 객관적으로 봐 이 사건 퇴거처분에 의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가 부당하게 제한되리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고, 따라서 수사관들에게는 직무집행상의 과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수사관들이 당시 국정원에서 준용하고 있던 대검찰청의 변호인의 피의자신문 참여 운영지침을 근거로 원고를 퇴거시켰다는 점만으로는 인정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지난 10월 27일 장경욱 변호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44574)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대한민국의 법률상 대표자인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대법원에서는 진술거부권 고지에 따른 수사방해 등에 대해 상고를 하지 않지 않았는지 이에 대한 판단은 판결문에 설시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추측하건데 1심과 항소심에 패소한 입장에서, 자칫 대법원에서 패소해 변호인의 의뢰인인 피의자에 대한 진술거부권 고지가 수사방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로 남겨두기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되는 대목이다.
법원 “변호인의 진술거부권 권유는 수사방해 아냐”…민변 장경욱 승소
장경욱 변호사, 피의자 신문 때 진술거부권 고지 이유로 조사실서 쫓겨나 ‘변론권 침해’ 손해배상청구 기사입력:2014-11-07 16: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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