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국정원 댓글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선거법위반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장을 비판한 김동진 성남지원 부장판사에 대해 관할 성낙송 수원지방법원장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한 것에 대해 “법관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질타하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전해철 의원은 “지난 9월 12일 김동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문에 대해 비판하자, 대법원은 김 판사의 글을 3시간 만에 삭제했고, 이후 수원지법은 대법원에 김 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판결에 대한 건전한 내부 비판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귀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호사 출신인 전해철 의원은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고, 법관 역시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김동진 판사의 게시글이 수위가 다소 높다고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사법부가 개인 법관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전 의원은 “오히려 원세훈 판결이 법리나 논리적으로 모순이고 그만큼 국민들의 법감정에 반하기 때문이 아닌지 법원 내부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법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현재에 신분상 불이익을 감내하면서도 비판의 글을 올린 김동진 판사의 용기에, 사법부는 김 판사에 대한 징계가 아닌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내부 비판을 징계로 다스리는 법원의 전근대성과 비민주적인 운영시스템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 의원은 “법원 내부의 건전한 비판을 통해 사법계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며 “재판의 독립은 보장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재판상 독립을 보장하면서도 법리 적용 문제나 재판절차 상의 아쉬움 등은 발전적 방향으로 토로할 수 있어야 조직이 건전해 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변호사 출신인 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이렇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1일 이른바 ‘국정원 댓글사건’ 불법 정치관여 및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정치개입을 인정해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유죄로 판결하면서도, 선거개입은 아니라면서 공직선거법 위반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다음날(12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 자유게시판 토론광장에 올린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정원 댓글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며 이범균 부장판사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법원행정처는 김동진 부장판사가 글을 올린 지 불과 3시간 만에 “사법부 전산망을 이용한 그룹웨어의 운용지침”을 언급하며 직권으로 삭제했다.
논란이 되자 대법원은 “코트넷 운영위원회가 <사법부 전산망 그룹웨어 운영지침>에 따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이라고 언론에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공무원들은 코트넷을 통해 대법원을 성토했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이상원 본부장)는 ‘법치주의만 죽었는가... 표현의 자유도 함께 죽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법원본부(옛 법원공무원노조, 법원노조)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이고 소중한 가치이며, 지금껏 전례가 없었던 코트넷 게시물 직권삭제는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가중시키고, 사법부 비민주화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라며 “책임자를 밝히고, 삭제한 게시 글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물론 대법원은 응답하지 않았다.
◆ 성금석 부장판사 “김동진 부장판사 글 삭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부산지법 성금석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5일 코트넷에 “운영지침 조항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 내지 제한하는 것으로서 명확하지 않아 무효 또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해 무효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아니라면, 담당자들이 위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ㆍ적용해 삭제한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하고 성찰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부장판사는 “저는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동진 부장의 글은 삭제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감히 주장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런데 지난 26일 수원지방법원(법원장 성낙송)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에 대해 법원 내부통신망에 비판 글을 올린 김동진 성남지원 부장판사에 대해 대법원에 징계를 청구했다.
징계사유는 “법관윤리강령 위반으로 인한 품위손상 및 법원 위신 저하”라고 밝혔다.
◆ 법원본부 “김동진 부장판사 징계 절대 반대…징계 시도 맞서 투쟁”
이에 법원본부는 9월 30일 성명에서 “지난 12일 ‘법치주의만 죽었는가... 표현의 자유도 함께 죽었다’라는 성명에서 코트넷 게시물을 직권 삭제한 책임자를 밝히고, 삭제한 게시 글의 원상회복을 요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법원은 정당한 요구를 무시하고 더 나아가 판사들을 비롯한 법원구성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을 상기시켰다.
진보당 조봉암 간첩사건 → 사형당함 ☞ 재심무죄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간첩사건 → 사형당함 ☞재심무죄,
동백림 사건 → 사형, 무기징역 등 유죄판결 ☞재심무죄
민청학련 사건 → 사형, 무기징역 등 유죄판결 ☞재심무죄
2차 인혁당 사건 → 8명 사형판결 후 다음날 바로 사형집행 ☞재심무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 사형판결 ☞재심무죄
부림사건 → 징역 6년 등 유죄판결 ☞ 2014년 9월 25일 대법원에서 재심무죄
법원본부는 “위의 판결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판결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오히려 당시 사법부 내에 적절한 내부비판이 없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는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인 것처럼, 판결에 대한 비판이나 국민의 표현의 자유 또한 함께 지켜져야 할 기본권”이라며 “원세훈 판결이 정당하다면, 그에 대한 비판에 이리 민감할 필요가 있는가? 내부 비판이 없는 조직은 썩게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현재 양승태 대법원장 취임 이후 3년을 평가하면서, 사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사법부의 획일화ㆍ보수화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사라지고 있고 실제로 한겨레신문 보도에 의하면,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소수의견ㆍ별개의견ㆍ보충의견이 크게 줄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사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 그것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법부 구성원 전체의 몫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며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 때, 김대중 내란음모 사형판결 때 있었던 사법부 구성원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은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 시도 때 양심적 사법구성원들은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가’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귀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본부는 “나중에 세월이 흘러 옛 선배들의 잘못된 판결과 행위에 대해 후배들이 당사자나 유족, 국민들에게 용서를 비는 일이 없도록 사법부 구성원들은 양심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 법원본부의 입장”이라며 “이에 법원본부는 김동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절대 반대하며, 그 어떠한 징계 시도에도 맞서 투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해철 “김동진 판사 징계 부당…법관 표현의 자유에 재갈 물려선 안 돼”
“신분상 불이익 감내하면서 비판 글 올린 김동진 판사 용기에, 징계가 아닌 사법부 신뢰 회복방안 모색해야” 기사입력:2014-10-08 1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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