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형사피고인이 된 정치인이 변호사 선임비용을 제공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정치자금 수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형사재판이 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범죄로 인한 것으로서 자금 수수가 정치활동의 유지를 위한 목적이라면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이듬해 1월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고 시상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이런 처지를 알게 된 종중의 종친들과 지인은 항소심 재판의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신현국 시장에게 1억 4797만원을 건넸다. 신 시장은 항소심을 거쳐 벌금 90만원이 확정됐다.
검찰은 신현국 시장이 변호사 선임비용으로 받은 돈을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또 기소했다.
1심인 대구지법 상주지원 송민경 판사는 2010년 11월 신현국 문경시장이 받은 변호사 비용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함으로써 정치자금과 관련한 부정을 방지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 정치자금법의 입법목적을 훼손했다”며 “더욱이 공직선거법위반죄로 두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데다가 부정하게 기부 받은 정치자금의 액수가 1억4797만원에 달해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현환 부장판사)도 2011년 6월 신현국 문경시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여러 참작 사유를 감안해 징역 6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수된 정치자금은 모두 변호사 비용으로 지출된 점, 수수할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이 변호사 비용으로 금원을 수수하는 것과 관련해 뚜렷한 선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 당시 피고인에게 범행에 대한 가벌성 여부 내지 위법성의 인식 정도는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범의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점, 정치자금 모금 및 제공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종친 및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행한 점, 이 사건 수사가 개시된 이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높은 지지율로 재선되는 등 문경시민의 신망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조건을 종합하면,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량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자 신현국 시장은 “변호사 비용으로 제공 받은 돈은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면 검사는 “선고유예 형은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라며 각각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신현국 전 문경시장에 대한 상고심(2011도8330)에서 징역 6월을 선고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형사피고인이 된 경우, 그 형사소추는 검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형사재판에서 범죄혐의를 벗거나 유리한 양형을 받기 위해 소극적으로 하는 피고인의 방어 및 변호활동을 일반적으로 정치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형사재판에서 소요될 변호사 선임비용을 제공받았더라도 원칙적으로 이를 정치자금 수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형사재판에서 소요될 변호사 선임비용 명목으로 자금이 수수된 경우라도, 형사재판이 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범죄로 인한 것으로서 자금 수수가 그의 정치활동의 유지를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러한 자금도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방선거에서 문경시장으로 당선됐으나 공직선거법위반죄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상실할 위기에 놓이자, 지인들과 종중원들이 신현국의 시장직 유지를 위해 항소심 변호사비용 명목으로 제공한 1억 4797만원의 자금은 신현국의 정치활동을 위한 정치자금으로 제공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고 “형사재판에서 소요될 변호사 선임비용을 제공받은 경우에 이를 정치자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원칙적으로 이를 정치자금 수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형사재판이 그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범죄로 인한 것으로서 자금 수수가 그의 정치활동의 유지를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러한 자금도 정치자금이 될 수 있다는 명시적인 판시를 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 신현국 전 문경시장 선고유예…변호사 선임비용 정치자금일까?
정치활동 관련 형사재판서 정치활동 유지 위해 변호사 선임비용 받으면 위법 기사입력:2014-03-13 17: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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