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조작 사건 하루 동안…국정원 “사과”→대통령 “유감”→검찰 “압수수색”

9일 밤늦게 국정원 보도자료로 사과→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유감 표명과 철저 수사 지시→검찰, 국정원 전격 압수수색 기사입력:2014-03-10 22:19:50
[로이슈=신종철 기자] 9일 밤늦게 국가정보원의 사과 성명,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철저한 수사 지시, 10일 오후 검찰의 국정원 전격 압수수색. 무슨 일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파문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장 민주당은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유감 표명과 수사 협조를 촉구한 것은 다행”이라고 반겼다.

그런데, 오비이락이랄까. 이상하리만큼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그동안 검찰에 제출한 문서는 문제가 없다던 국가정보원이 9일 밤늦게 느닷없이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10일 오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유감을 표명하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10일 오후 국정원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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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유우성씨 공동 변호인단과 민변 ‘민주주의 수호 비상특별위원회’가 검찰이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핵심적인 증거라며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중국 공문서)가 위조ㆍ조작됐다며 수사검사 및 공소유지 검사의 교체를 요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수사검사 및 공소유지 검사는 국정원과 공범 지위에 있다면서 이들 검사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특검을 요구해 왔다. 물론 야권의 철저한 수사 요구와 특검 촉구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국정원, 청와대, 검찰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먼저 국가정보원은 9일 밤늦게 기자들에게 대국민 사과 성명 보도자료를 이메일을 통해 배포했다.

국정원은 “최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라고 밝혔다.

또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정원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며,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그리고,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면서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동안 야당의 강력한 입장 표명 요구에도 침묵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일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서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박 대통령은 또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국정원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보도됐다.

그런데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한 장문의 내용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도 수많은 언론에 보도된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올리지 않았다.

이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은 10일 오후 5시께 수사팀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청사에 보내 대공수사팀 사무실 등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은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 내부에 대한 압수수색인 만큼 사전에 국정원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수연 변호사(법무법인 청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국정원 압수수색, 국정원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사전에 통보하고 압수수색을 했단다”며 “불시에 쳐들어가도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곳이 아니었나. 압수수색을 대상기관에 미리 통보해 준다는 것은 증거를 빨리 치워놓으라는 말과 동의어다. 수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덮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ㅎㅎ”라고 씁쓸해했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9일 밤늦게 국가정보원의 사과 성명,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철저한 수사 지시, 10일 오후 검찰의 국정원 전격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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