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 도입 법안이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투표에 참여한 국회의원 중 가까스로 과반을 넘겨 통과될 만큼 큰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해 진통 끝에 ‘대안’으로 마련한 이번 ‘특별감찰관법’을 자세히 진단해 본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특별감찰관법안을 상정해 재석 160표 가운데 찬성 83표, 반대 35표, 기권 42표로 가결시켰다. 과반을 겨우 넘겨 통과된 것이다.
다시 말해 반대와 기권을 합하면 77표로 찬성 83표와 비교하며 5표차에 불과할 정도로 이번 법안은 국회에서조차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별감찰관법의 도입은, 대통령의 친인척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담당하는 특별감찰관의 임명과 직무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비위행위’는 ▲실명(實名)이 아닌 명의로 계약을 하거나 알선ㆍ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공기업이나 공직 유관 단체와 수의계약하거나 알선ㆍ중개하는 등으로 개입하는 행위 ▲인사 관련 등 부정한 청탁을 하는 행위 ▲부당하게 금품ㆍ향응을 주고받는 행위 ▲공금을 횡령ㆍ유용하는 행위 등 5가지 유형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행위를 하면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나서게 될까.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자로는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공무원으로만 한정했다.
당장 국회의원은 물론 국무총리, 국무위원,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판사와 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은 모두 빠졌다. 고위공직자의 비위를 감찰하겠다고 특별감찰관을 도입하면서 고위공직자들을 모두 뺀 것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맞춘 듯싶다.
먼저 특별감찰관은 어떻게 임명될까.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판사, 검사 재직을 포함해 15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변호사 중에서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한다.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특별감찰관의 임기는 3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특별감찰관의 지위다. 특별감찰관법 제3조 1항은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또 제4조에 특별감찰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규정했다.
얼핏 보면 외관상 특별감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별감찰관의 지위는 대통령에 소속”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 때문인지, 제3조 2항에 특별감찰관은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규정했다.
특별감찰관법의 도입 목적이 대통령의 친인척,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찰을 한다는 것인데, 특별감찰관이 이들에 대한 감찰을 개시할 경우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또 종료 즉시 감찰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규정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별감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마치 ‘장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특별감찰관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통령 소속으로 두고, 감찰에 착수할 때는 물론 감찰결과까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상황이라면, 특별감찰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된 감찰이 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특별감찰’이라는 글자가 무색해지는 무늬만 특별감찰관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특별감찰관은 감찰대상자들에 대한 비위행위에 관한 정보가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하도록 했다. 감찰에 착수하는 경우 1개월 이내에 감찰을 종료해야 한다. 다만, 감찰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 대통령의 허가를 받아 1개월 단위로 감찰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단서조항 역시 의문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친인척과 청와대에서 자신과 손발을 맞추는 수석비서관들에 대한 조사를 더 하라고 감찰기간 연장을 허가한다는 것도, 외형상 특별감찰관에게 감찰권한을 준 것일 뿐, ‘어떤 대통령이 그렇게 하겠는가’라는 현실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게다가 특별감찰관이 이렇게 감찰기간을 연장까지 해가며 열심히 특별감찰을 벌이더라도, 결국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를 하는데 특별감찰관의 역할이 끝난다는 한계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별감찰관법 제19조 1항에 특별감찰관은 감찰결과 감찰대상자의 행위가 범죄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2항에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 등을 방지하거나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 역시 문제다. 특별감찰관에게 기본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아 상설특검제까지 도입하는 마당에 특별감찰관이 조사한 감찰결과를 검찰총장에게 겨우 ‘고발’이나 ‘수사의뢰’하는 데만 그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 감찰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리하면 검찰이 존재함에도 민감한 정치적 수사에 중립성을 의심받아 상설특검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을 두려면 대통령 소속으로 놔둘 게 아니라 감사원처럼 독립기관화 해 철저하게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 줘야 하고, 대통령에게 특별감찰 개시와 결과 보고 의무도 없애야 한다.
또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에 그칠 게 아니라, 특별감찰관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 특별감찰관이 직접 감찰한 사건을 종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특별감찰관제의 진정한 도입 취지가 아닌가 싶다.
지금처럼 특별감찰관에게 수사권과 기소권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마침 상설특검이 도입된 만큼 정치적 중립성 담보 차원에서라도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하는 게 아니라, 상설특검에게 고발해 상설특검이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도 보완 방안일 듯싶다.
사실 수사권도 없는 상황에서 특별감찰관의 자료 협조 요구 또한 제대로 될 지도 의문이다. 국정감사와 같은 때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에서 각 정부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자료제출 지연이나 불성실한 답변이 나온다는 국회의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청와대 수석들에 관한 자료를 쉽게 받을 수 있을 지도 곱씹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통과된 특별감찰관법안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특별감찰관’은 수사권과 기소권도 없이 오로지 자료수집 권한만 부여받아 비위가 포착된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의 비위자료를 종합해 상설특검도 아닌 이미 감찰결과까지 보고받은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고발’ 또는 ‘수사의뢰’라는 명목으로 수집한 자료를 넘기는 일종의 ‘검찰보조(?)’ 역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으로 평가한다면 냉혹한 것일까?
때문에 이 부분들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특별감찰관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범위에서 1명의 특별감찰관보와 10명 이내의 감찰담당관을 임명할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정무직 공무원으로,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정했다.
또 직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때에는 감사원, 대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등 관계 기관의 장에게 소속 공무원의 파견 근무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파견공무원의 수는 20명 이내로 했다.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은 감찰 착수 및 종료 사실, 감찰 내용을 공표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감찰을 행해야 하며, 다른 목적 등을 위해 감찰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특별감찰관 등과 파견공무원은 직권을 남용해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기관ㆍ단체 또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특별감찰관은 감찰대상자의 비위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기관의 장에게 협조와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필요한 자료 등의 제출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감찰관은 감찰결과 감찰대상자의 행위가 범죄혐의가 명백해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 등을 방지하거나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를 할 수 있도록 정했다.
특별감찰관이 고발한 사건 중 (기소)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90일이 경과하거나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진 경우 검찰청법 제10조에 따라서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항고한 사건에 대해 다시 불기소처분이 이루어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로 특별감찰관의 출석을 요구하는 경우 특별감찰관은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도록 했다.
또한 감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규정했다. 국무총리로부터 국가기밀에 속한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과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군기밀이거나 작전상 지장이 있다는 소명이 있는 사항은 특별감찰관이 감찰하지 못한다.
이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3개월 후 시행되므로 법제처 심의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7월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특별감찰관 맞아?…수사권ㆍ기소권도 없고, 대통령 보고까지
특별감찰관법 통과…감찰 개시와 결과 대통령에 보고하고, 상설특검 아닌 검찰총장에 고발 기사입력:2014-02-28 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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