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법관 서기호, 사법부와 ‘또 하나의 약속’ 삼성 재벌권력 일침

삼성 김선범 부장 “영화처럼 괴물 절대 아니다. 삼성 조금도 부끄러움 없다” 기사입력:2014-02-24 14:04:40
[로이슈=신종철 기자] ‘국민법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판사 출신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24일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사건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해 삼성전자 홍보팀 부장이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진실을 왜곡한다”는 비판에 사법부와 삼성 재벌권력에 일침을 가했다.

▲2012년2월시민들과법원공무원이마련해준퇴임식에참석한서기호판사

▲2012년2월시민들과법원공무원이마련해준퇴임식에참석한서기호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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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삼성전자의 김선범 부장이 ‘또 하나의 약속’ 영화에 대해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측의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영화가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했다.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투쟁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등의 주장은, 부장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의)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서 의원은 “그런데, 웬걸 과거 ‘부러진 화살’ 영화가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돌입하자, 2012년 1. 27. 대법원이 내놓았던 입장과 비슷하다”고 아래와 같이 상시시켰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은 이른바 대학교수의 재판장 석궁사건을 다루며 사법부와 검찰을 통렬하게 비판한 영화였다.

“해당 영화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다. 1심에서 이루어진 각종 증거조사 결과는 의도적으로 외면한 채 항소심의 특정 국면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전체적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테러를 미화하고, 근거 없는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어서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시 2012년 1월 26일 모 단체 회원들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형두 부장판사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사퇴 요구 시위를 벌이며 집에 계란을 투척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다음날인 27일 대법관인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상황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통해 “재판당사자가 재판장에게 가한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런 사태는 재판의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와 같은 입장을 표명했었다.

서기호 의원은 “영화는 영화일 뿐 예술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권력기관들은 스스로 제발이 저리니, 이런 식의 반응을 내 놓는다”며 “하지만 권력기관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난하면 할수록, 국민들은 ‘도대체 뭐길래’하며 더 관심 갖고 영화를 더 보려 할 것이라는 사실을.....”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삼성 김선범 부장 “예술 포장 덧씌워 진실 왜곡…삼성을 범죄 집단처럼…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 의문”

전날 23일 삼성전자는 자사 블로그 ‘삼성 투모로’ 첫 화면에 삼성전자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반도체 등 부품부문 홍보팀) 김선범 부장이 작성한 “영화가 만들어낸 오해가 안타깝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삼성전자는 김선범 부장의 글이 공식입장이 아님을 알리려는 듯 부제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는 반도체 홍보인의 소회”라고 덧붙였다.

▲24일삼성블로그메인화면

▲24일삼성블로그메인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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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범 부장은 글에서 “지난 주말 저녁 딸아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빠 회사가 정말 그런 일을 했어?’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얘기였다.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봤는데 주인공이 불쌍해서 여러 번 눈물을 흘렸고, 사실을 숨기려 나쁜 일을 서슴지 않는 회사의 모습에 화가 났다고 한다”며 “이제까지 늘 아빠 회사가 자랑스럽다던 딸아이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부장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제가 일하고 있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했던 故 황유미씨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면서 “20년 동안 자랑스럽게 일해 온 회사가, 영화에서는 진실을 숨기기 위해 돈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심지어 증인을 바꿔 치기해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 하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된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장면들을 보면서 일반 관객들이 저의 회사에 대해 느낄 불신과 공분을 생각하면 사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홍보인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기기엔 영화가 일으킬 오해가 너무나 큰 것 같다”고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부장은 “정말 영화가 얘기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일까? 회사는 독극물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면서도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불행과 고통에 빠진 직원의 아픔을 외면한 채 숨기기에 급급했었나? 또 돈만이 유일한 가치인 것처럼 사람의 목숨을 거래하고 저울질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제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 근무하면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단정했다.

또 “고인과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자 했던 인사 담당자를 알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가 직원의 불행 앞에서도 차갑게 미소 짓는 절대악으로 묘사됐지만, 제가 아는 그분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일 뿐”이라며 “오히려 고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던 분”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저는 엔지니어가 아니고, 화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어떤 물질이 어떻게 해로운지도 상세히 알지 못해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직원과 사업장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회사와 직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정부의 환경 기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제가 근무하는 일터의 안전에 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영화는 기획부터 제작, 상영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홍보를 펼쳤지만 회사가 그에 대해 한마디 입장도 밝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며 “허구의 이야기를 사실처럼 포장해, 제가 다니는 직장을 범죄집단처럼 그리고 있는데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답답했다”고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부장은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고, 제가 다니는 직장의 동료에게 닥쳤던 불행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시비를 가릴 일이 아니라는 회사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삼성전자를 옹호했다.

이와 함께 “영화 속의 가공된 장면들이 사실인 것처럼 인터넷에 유포될 때도 침묵을 유지하고, 심지어 (영화 상영관 축소 외압 의혹과 관련한) 근거 없는 ‘외압설’이 퍼지는 것도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이 진실을 물어올 때조차 공연한 논쟁으로 시비를 일으킬까 걱정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그 침묵이 이제 딸아이까지 아빠의 일터를 불신하고 아빠가 하는 일이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의심하도록 만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저 또한 아이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을 가슴으로 이해한다. 또 그 아픔을 위로하지 못하고 7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길에서 싸우게 한 회사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구나 외압설까지 유포하며 관객을 동원하고,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적었다.

김선범 부장은 “(딸이) 심각한 표정으로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해 물어오는 질문에 한참을 설명한 후에야 아이가 오해를 푸는 것을 보면서 제가 속한 이 조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며 “설명이 부족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 서툰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는 최소한 영화가 그려 낸 그런 괴물은 절대로 아니다. 이 회사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김선범 부장의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대부분 비난하는 댓글을 달며 삼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김선범부장이작성한글일부

▲삼성전자김선범부장이작성한글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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