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이재오 “노무현 대통령 만난 뒤, 인간적으로 공격 어려웠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ㆍ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구나”…박근혜 대통령에게 김한길 민주당 대표 단독회담 요구 수용할 것 우회적 촉구 기사입력:2013-08-13 21:24:04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킹메이커’, ‘왕의 남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역임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2006년 4월 당시 정국이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와대에서 만났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오 의원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ㆍ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며 “이후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는 국가정보원 댓글 국정조사로 경색된 정국에서 김한길 민주당 의원의 단독회담 제안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풀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트위터에 올린 글

13일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린 이재오 의원에 따르면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인 2006년 4월 28일 울산에서 당 행사에 참석하고 김기현 의원, 구청장 등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전화를 해 “이재오 대표, 내일 청와대 관저에서 조찬 할 수 있어요”라고 제안해 순간 당황스러웠다고 이 의원은 회상했다.

왜냐하면 “당시는 사학법 개정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여ㆍ야가 매일 싸우고 있을 때”여서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는 것.

이 의원은 일단 “그렇게 하겠다”하고 전화를 끊고, 김기현 의원과 상의했는데 김 의원도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울산에서 밤늦게 차로 올라와서 광화문에서 목욕하고 바로 청와대 관저로 갔다.

4월 29일 청와대에는 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먼저 와 있었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갑자기 아침먹자고 해서 미안하다’면서 반갑게 대해줬다”고 생생하게 기억했다.

세 사람은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는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김 대표님 이번에는 이재오 대표 손을 들어주시죠”라고 말해, 이 의원은 “순간 당황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거듭 “야당 원내대표 하기 힘 드는데 좀 도와주시죠. 양보 좀 하시죠”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순간 김한길 원내대표 얼굴이 굳었다, 분명 모르고 온 것 같았다”며 “김 대표는 ‘대통령님, 당 분위기와 완전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당 분위기는 그게 아닙니다’라고 정색을 하고 말했다”고 떠올렸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나도 당분위기 잘 압니다. 지금 당이 내말 듣겠습니까. 내 뜻이 그렇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하자, 김한길 대표는 “저는 당에 가서 보고해야 되겠습니다”하고 일어서서 나갔다는 것. 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고 이 의원은 기억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둘이서 청와대 구경이나 합시다”라고 안내했다. 이재오 의원은 “노 대통령은 아주 친절하게 관저방 하나하나를 소개해 주고 ‘이 방은 친구들과 딱 한 번 삼겹살 구워 먹든 방입니다. 이 나무는 누가 있을 때 심은 것입니다’라는 식으로 관저 내부를 다 구경시키고, 밖으로 나와 청와대 뒷동산으로 올라가서 서울시내를 바라보면서 청와대를 구석구석 자세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노 대통령의 안내를 받고 헤어지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이재오 대표님 또 만날 수 있으까요”라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를 안타까워했다.

이 의원은 그 날 두 가지를 배웠다고 한다. 이 의원은 “김한길 여당 대표에게는,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과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정국이 꼬여 여ㆍ야가 싸울 때는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여유가 있구나하는 것이었다”고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 후 내가 원내대표를 그만둘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거나 비난하기가 인간적으로 어려웠다”고 고백하며 “지금은 고인이 된 분과 있었던 이야기가 오늘따라 생각이 났다”고 그리움을 표시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왼팔로 불린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이재오 의원이 소개하는...야당 대표를 대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 맞아요. 민주주의를 실천하던 노무현대통령의 모습”이라는 글을 올렸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이재오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이던 2006년 4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법 개정 문제를 양보하면서 꽉 막힌 정국을 풀었던 일화를 소개했네요. 그는 정말 존경할만한 우리 대통령이었습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트위터에 올린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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