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 보고서 내용만 믿고 국가배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소송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제한했다. 만약 이 기간을 넘었거나,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신청을 하지 않은 당사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6ㆍ25 전후 민간인 피해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소송의 심리ㆍ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2005년 12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되자, 진도군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 A씨와 B씨의 유족들은 2006년 11월 A씨와 B씨에 대한 진실규명신청을 냈다.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진도에 살던 A씨는 인민재판에 참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돼 진도경찰서에 구금됐고, 이후 경찰에 끌려 나간 후 행방불명됐다. 또 B씨는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돼 구금돼 있다가 경찰에 사살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4월 A씨와 B씨가 진도군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로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A씨는 1950년 11월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B씨는 1950년 10월 사망했음을 확인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결정에서 “국가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국가에 대해 희생자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사업을 하며, 유족들이 원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 등 잘못된 공식기록을 정정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유족들은 2012년 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만을 증거로 제출했다.
1심인 광주지법은 2012년 5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내용에 따라 사실 인정을 한 후 “진도경찰서 경찰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망인들을 사살했다”고 봐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국가의 소멸시효항변에 대해서도 원고들의 권리남용 재항변을 받아들여 배척하고, 망인의 위자료로 1억원, 망인의 배우자의 위자료로 5000만원, 망인 자녀의 위자료로 1000만원을 인정했다.
이에 국가가 항소했으나, 광주고법은 2012년 10월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자 국가는 “민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엄격한 증거재판주의를 지켜 희생자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내용을 그대로 확정된 사실로 인정해서는 안 됨에도, 원심이 위 결정 내용을 그대로 사실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으며, 다른 유사사건에서 확정된 위자료 액수보다 과다한 위자료를 산정해 재량을 일탈했다”는 이유로 상고했다.
◈ 전원합의체 “유족 위자료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6일 진도군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 A씨와 B씨의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202819)에서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과거사 관련 국가 배상소송에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면서도 “그러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에 나온 사실관계의 존재를 기초로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 법원이 반드시 그 사실관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보고서 자체의 판단 내용에 모순이 있거나,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경우 등 조사보고서의 사실 확정을 수긍하기 곤란한 점들이 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법원은 조사보고서의 내용만으로 사실의 존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원시자료 등에 대한 증거조사 등을 거쳐 국가에 의한 희생이 있었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법원이 존중함이 마땅하다는 전제에서 진실규명결정만을 증거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이 사건의 경우 망인들의 살해 사실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 있는 증명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며 “원심에 증거재판의 원리와 증명책임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으로 있어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소멸시효 기간과 관련, “국가배상청구권도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나, 국가가 과거사정리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회복을 천명함으로써 피해자 및 유족들에게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한 이상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희생자라는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당사자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상당한 기간’은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때로부터 3년으로 제한했다. 3년 내에 소를 제기한 당사자에 한해 권리구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자료 산정의 기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과거사정리법에 의한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은 피해발생 시로부터 무려 60년이 경과됐고, 과거사정리법도 그 피해의 일률적인 회복을 지향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숫자가 매우 많고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며 “따라서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고, 희생자 유족의 숫자 등에 따른 적절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거친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희생 사건에 관한 위자료 액수 산정에 있어 피해자들 상호 간의 형평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나, 원심이 피해자 1억원, 배우자 5000만원, 부모 및 자녀 위자료 1000만원을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한계를 일탈한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사건의 위자료액수와 균형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2010년 9월 유사사건에서 피해자 본인에 대한 위자료 8000만원, 배우자 위자료 4000만원, 부모 및 자녀 위자료 800만원을 인정했다.
◈ 대법원 “하급심 법원별 편차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청구소송에 관해, 하급심 법원별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이외의 추가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한지,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청구채권의 소멸시효는 언제 완성되는지에 대해 상반된 판단을 하거나 위자료 액수에 관해 다소의 편차를 보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청구소송에 관해 처음으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이 갖는 증명력과 한계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실심 법원의 사실인정에 관한 충실한 심리를 촉구하고, 국가의 소멸시효완성 주장의 허용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정리했으며, 적정한 위자료 산정을 위해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향후 하급심 법원의 과거사관련 국가배상청구소송의 사실인정과 국가의 소멸시효완성 주장의 허용여부 판단에 관한 통일적인 심리기준이 정립되고,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원별 편차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대법원은 기대했다.
대법 “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만으로 국가배상 안 돼”
법원이 추가 심리해야…과거사 관련 국가배상 청구 소멸시효는 3년으로 제한, 위자료 산정 액수 기준도 제시 기사입력:2013-05-16 2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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