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형사재판 만신창이…대법원장 사법독재”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법원, 대대적인 수술 필요해” 기사입력:2010-05-31 09:50:21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한국의 헝사재판은 거의 설득력을 상실했다. 자의적인 증거재판, 자의적인 양형결정, 들쭉날쭉한 재판, 전관예우 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월간지 ‘인권과 정의’ 5월호에 기고한 ‘한국 법원, 대대적인 범국민적 개혁이 필요하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만신창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거세게 비판했다.

정종섭 교수 정 교수는 “국가기능 중 재판은 분쟁을 정확히 해결하는 기능과 국가형벌권을 그 기능에 접합하게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판이 이런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이는 더 이상 재판이 아니며, 재판권을 행사하는 판사 또한 판사가 아니고 판사의 옷을 두른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한 개인의 생각을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사법파시즘이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 독재나 권위주의 시절에는 재판을 질을 따지기 이전에 사법의 독립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에게 올바른 재판이라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며 “사법부는 민주화 이후에 외부(정치권력)로부터의 간섭은 거의 없어졌지만, 피라미드식 수직구조 하에 견고하게 된 사법부 내의 심각한 관료주의로 인해 내부로부터의 간섭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전국의 판사와 직원의 보직, 전보 등 인사권을 휘두르는 것은 사법부 내 관료주의와 사법독재를 잘 보여준다”며 “이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대법원장이나 대법관 인사는 이런 권력의 헤게모니(패권)를 누가 쥐는가 하는 사법부내 권력투쟁으로서의 속성을 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또 ▲누가 재판을 해야 하는가? ▲판사를 어떻게 충원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판사에 대한 인사는 무엇이 합당한 것인가? ▲모든 판결문은 누구나 보고 비판할 수 있도록 항시 공개돼야 하는 것이 아닌가? ▲부적합한 판사를 걸러내는 장치를 작동하는가? ▲판사도 국민의 감시를 받고 평가를 받아야 하지 않는가? ▲전관예우라는 악폐는 일소돼야 하지 않는가? 등등 사법의 책임성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한국 법원은 이미 1990년대 초 민주화와 동시에 대대적으로 개혁됐어야 했다”며 법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그러나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시도했지만, 개혁 대상인 대법원이 사법개혁기구를 만들어 방패막이로 운영했기 때문에 본질적인 문제와 모순은 은폐됐다”며 “노무현 정부에서도 법원의 본질적인 모순은 그대로 두고 ‘로스쿨 개혁’이 사법개혁의 전부인양 눈속임을 하고 말았고, 역대 정부에서 드러내 보인 사법개혁에 대한 집요한 법원의 저항”이라고 질타했다.

정 교수는 “사법의 독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사의 인사를 독립시키는 것”이라며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은 행정상 완전히 분리해야 하고, 판사 인사도 심급별로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각급 법원 간에는 승진 개념이 없어지고,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은 지방법원, 고등법원의 판사 인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의 판사 임명권은 명의상 형식적으로만 작동하게 하면 되고, 판사의 임용은 심급별로 설치되는 중립적인 법관인사위원회에서 관장하고, 부장판사직은 모두 폐지하고, 법원장은 경력요건과 임기를 정하되 해당법원 판사회의에서 정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판사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임용기준을 강화하고, 임용 후에도 평가와 감독시스템을 작동시켜 부적합한 자를 법원에서 퇴출시키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 내에서는 판사평정 및 징계기구를 설치하고, 법원 외부에서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판사감독위원회를 설치해 누구나 언제든지 판사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조사ㆍ처리(징계 요청 포함)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능의 정상화와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판사에 부적합한 자는 즉시 판사직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상고심은 개헌해 근본적으로 민사ㆍ형사ㆍ특별(조세, 사회, 노동 등) 등 전문화시켜 각기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하고, 그 이전에는 대법관을 대폭 증원시켜 국민의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법관 구성에서는 관료법관은 반수 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채널로 충원될 수 있게 해 개방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는 대법관추천위원회는 관련 분야 각계의 대표성과 민주성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판결문 공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의 모든 판결서는 웹페이지에 공개돼야 한다”며 “공개신청이 있는 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공개의무를 진다”며 “내용상 관련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부분은 고쳐 공개하면 되므로 판결문 공개는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의 재판에 대해 국민은 알 권리를 가지고 비파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며 “판결서를 분서하고 비평하는 과정을 통해 재판의 오류를 가려 낼 수 있고, 부적합한 판사도 배제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선진국으로 가는 국민의 생활발전에 있어 한국 법원이 오랫동안 발목을 잡고 있는 큰 걸림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지엽말단적인 제도 개선이 아니라 국가적인 수준에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 방법도 제시했다. 그는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중심이 돼 범국민적인 개혁기구를 만들거나, 대통령이 이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가지고 대통령 산하 기구로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며 “개혁 대상인 법원은 당사자이므로 사법개혁기구에서는 배제하고, 필요한 경우에 의견을 제출하는 수준에 그쳐야 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동안 많은 변호사들이 확충되면서 우리 법조계도 많이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됐고, 역량도 강화됐으므로 법조계에서 사법개혁 준비를 하고, 법원과 법무부도 능동적으로 개혁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회나 정부도 사법개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천적인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적극 참여해 국민에게 필요한 법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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