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불응 넘어, 검거 곤란하게 했다면 ‘도피’

대법,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기각 판결한 1ㆍ2심 깨고 파기환송 기사입력:2010-05-25 13:32:09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단순히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한 것이 아니라 검거ㆍ추적을 벗어나 수사를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했다면 ‘도피상태’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S(45)씨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9월26일부터 10월23일까지 포털사이트 정치토론방 게시판에 “이 장로님 말씀이 얼굴 덜 예쁜 창녀(안마걸)가 남자들이 덜 거쳐 가고 써비스가 좋대나. 대통령 해보겠다는 장로님이? 나라가 걱정됩니다”라는 등 모두 12회에 걸쳐 이명박 후보를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 1ㆍ2심 “단지 소환에 불응하고 있을 뿐이면, 도피 아니다”

검찰은 S씨를 지난해 9월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1심인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선거범죄는 당해 선거일 후 6개월이 경과함으로써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범죄인데, 이 사건 공소제기는 17대 대통령 선거일은 2007년 12월19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9월30일 제기됐다”며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도피’했으므로 공소시효는 공직선거법 단서 규정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완성되므로, 이 사건 공소는 그 기간 내에 제기된 것으로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S씨가 2007년 11월 경찰의 출석요구를 받자 자진출석하겠다고 하고도 출석하지 않았고, 그 후 12월12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S씨는 지방에 머물러 주거지에서 경찰의 잠복수사에도 체포되지 않았으며, 이듬해 1월14일 또 경찰의 출석요구 전화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다가 2009년 5월27일 불심검문을 통해 지명수배자로 체포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거지를 떠나 다른 곳에서 거주하면서 도피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피의자에게는 당연히 수사기관에 출석할 의무가 인정되는 것이 아닌 이상, 단순히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했다는 점만으로는 도피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검찰은 “S씨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피한 것임에도 도피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1심 판결은 법리오해로 인한 위법”이라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박홍우 부장판사)도 지난 1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268조 단서 ‘범인이 도피한 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범인이 주관적으로 수사기관의 검거ㆍ추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도피의사가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수사기관의 검거ㆍ추적이 불가능한 상황, 즉 도피상태에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범인이 단지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 법률상 인정되는 체포ㆍ구속 등이 가능한 경우에는 이를 도피한 때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 신분에 불과하던 피고인이 당연히 수사기관에 출석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단순히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불응한 수준을 넘어서 수사기관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도피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대법 “체포할 수 없었다면 검거ㆍ추적이 불가능한 도피상태”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S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386)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해 공소기각 판결한 원심과 1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을 보면 담당경찰관이 피고인에게 혐의사실을 고지하고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통화와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데 그치지 않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4회에 걸쳐 피고인의 주거지 주변에서 잠복근무하는 등 검거ㆍ추적을 위한 직접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체포할 수 없었다면 수사기관의 검거ㆍ추적이 불가능한 도피상태라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체포영장이 발부되거나 지명수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 받고 또 2개월 이상에 걸쳐 출석요구를 받아 사건이 무마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보여지는 상황에서도 수사기관에 출석하지 않고 최종 출석통보를 받은 2008년 1월 14일로부터 1년 4개월 이상이 지난 2009년 5월 27일 불심검문으로 체포됐다면, 도피의사를 추단하는 정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담당경찰관으로부터 최종 출석통보를 받은 무렵 단순히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수사기관의 검거ㆍ추적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따라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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