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시국선언 첫 항소심 유죄…판단 배경은?

대전지법 “국가공무원법이 금지하는 ‘공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 기사입력:2010-05-19 14:23:00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지난해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전교조 시국선언에 대한 전국 법원의 1심 판결이 유죄 7건, 무죄 2건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항소심에서 첫 유죄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의 항소심 재판 결과가 주목되는데, 첫 유죄 판결을 내린 항소심의 판단 배경을 들여다봤다.

항소심인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금덕희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전교조 대전지부장 L(52)씨 등 간부 3명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을 깨고, L씨에게 벌금 200만원, 나머지 2명에게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자주적이고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미숙한 단계에 있는 학생들은 타인의 정치적 주장을 여과 없이 수용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학생에 대한 전 인격적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가 학생들에 대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경우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교육의 대상이 되는 ‘민주주의’ 이념 및 제도, 역사적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교원의 활동이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감수성과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한 학생들로 하여금 가치혼란을 일으키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각 시국선언은 교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대한 제한으로써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교육기본법 및 교원노조법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국선언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는 곧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게 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는’ 행위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며, 그것이 근무시간 외에 이루어졌다거나, 어떠한 피해를 발생하게 한 바 없다는 이유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결국, 이 사건 시국선언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공무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자신들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공익에 부합하게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하는 행동은 민주사회에서의 다원적ㆍ상대적 가치를 배척하며 결과적으로 민주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는 법치주의를 배척하는 결과가 되어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유죄 이유를 적시했다.

◈ 전교조 “민주주의 사형 선고…해바라기 판결” 맹비난

그러자 전교조 대전지부는 즉각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교사를 단순히 공무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국가 정책에 대한 반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식물인간으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본질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억지 꿰맞추기 수사와 무리한 정치적 기소를 남발함으로써 국민적 지탄을 자초했고, 사회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사법부마저 정권의 칼에 춤을 추었다”며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번 판결은 명백히 진보 세력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해바라기 판결’이 아닐 수 없다”며 “우리는 2심 재판부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며,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회복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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