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에 아버지 인감증명 몰래 넘긴 아들 책임?

대법, 사채업자가 불법행위 저질렀어도 아들에게 손해배상책임 못 물어 기사입력:2010-05-18 16:01:0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아버지의 인감증명서를 몰래 넘겼는데 사채업자가 악용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더라도, 인감증명서를 넘긴 아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L(33)씨는 2003년 5월 사채업자 A씨에게 50만 원을 빌리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인감증명서와 과세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요구해 아버지 몰래 어쩔 수 없이 넘겨줬다.

그러자 A씨는 L씨 아버지의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해 H캐피탈에서 2510만 원의 자동차할부금융 대출을 받았는데 이후 갚지 않았다. H캐피탈은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자 L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인 부산지법 민사8단독 조병학 판사는 2008년 11월 H캐피탈이 L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는 ‘피고가 A씨와 공모해 대출받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니,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런데 항소심인 부산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이일주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H캐피탈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L씨는 원금과 이자 등 손해액의 30%인 114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사채업자가 아버지의 서류들을 이용해 대출을 비롯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사채업자에게 아버지의 서류를 건넴으로써 사채업자의 사기대출을 용이하게 했으므로, 피고는 사채업자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고도 대출신청자의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대출을 해 준 잘못이 손해 발생의 원인 된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H캐피탈이 L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9다59855)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채업자인 A씨가 피고의 아버지 서류를 이용해 원고나 제3자들로부터 사기대출을 비롯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것을 피고가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아버지의 서류를 건넴으로써 사채업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가 서류를 건넨 과실로 사채업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이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방조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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