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다면, 병원도 보호시설이나 방호조치를 다하지 않은 관리 소홀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옥상 추락 사고에 대해 1심은 병원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으나, 항소심이 병원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을 대법원이 최종 교통정리한 사건.
2007년 4월 재수를 하던 A씨의 아들은 과도한 불안, 수면장애, 대인관계 기피 등으로 서울의 S대학병원에 입원해 정신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다만 강박행동의 횟수가 줄어들고, 정신과 면담에 점차 마음을 열고 응하는 등 호전될 기미는 보였다.
의료진은 강박증의 경우 장기입원 치료보다는 퇴원 후 추적치료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판단해 퇴원을 설명했으나, 환자가 불안해하면서 퇴원을 원치 않는 모습을 보여 당초 6월1일로 예정됐던 퇴원일이 일주일 뒤로 연기됐다.
그런데 A씨의 아들은 퇴원을 이틀 앞둔 6월5일 병원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 난간 너머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옥상으로 통하는 출입문은 열려 있었고,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인도 없었다.
이에 A씨 부부는 “환자가 옥상에 출입하는 것을 통제하거나,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 옥상에서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2억 77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 1심 “병원은 부모에게 6950만원 지급하라”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2008년 10월 망인의 부모가 S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69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신질환자의 옥상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잠그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폐쇄할 수 없다면 관리인을 두는 등 다른 방법으로라도 정신질환자의 옥상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며 “피고가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과 망인의 추락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은 어느 정도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의사능력은 가지고 있었던 만큼, 병원이 망인에 대한 보호조치를 다하지 못한 과실보다는 망인 스스로 옥상에서 떨어진 잘못이 더 크므로 병원의 책임 비율을 3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 항소심 “자살 예견할 수 없어 병원 책임 없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7민사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병원이 망인의 자살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입원 중에 의료진에게 자살 충동을 시사하는 언동을 보이거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었고, 사망 당일 정신과 면담을 할 때에도 웃는 모습을 보이는 등 특별한 자살 징후를 보이지 않았으며, 망인과 같은 강박증 환자가 느끼는 불안은 통상적인 것이고 극도의 불안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망인의 자살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를 전제로 망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망인이 입원한 병동은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폐쇄병동이 아니라 일반환자가 입원하는 개방병동으로 피고에게 옥상에의 출입을 통제하는 관리인을 둘 의무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 대법 “방호조치 의무 다하지 않은 병원 책임”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병원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아들의 부모가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9다101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옥상은 비상시는 피난과 방화의 용도로, 평상시는 입원환자를 포함해 병동을 출입하는 다수인이 휴식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된다”며 “그러나 정신질환 환자 등 옥상 이용자 중에는 호기심이나 충동적 동기로 옥상 돌출부에 올라가거나 이를 이용해 이상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병원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이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병원이 이러한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나 방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옥상에 관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고, 비록 망인의 자살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옥상의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가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된 만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환송한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 병원 옥상서 추락…병원도 책임
대법원, “병원 책임 없다”는 원심 판결 깨고 손해배상 책임 인정 기사입력:2010-05-18 14: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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