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피고인이 시각장애인이라면 재판을 받을 때 효과적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법원은 시각장애 정도 등을 살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줘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상 시각장애인은 반드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다. 이에 1ㆍ2심 법원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시각장애인이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 방어권 확보를 위해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 판결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배포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도 성남에서 발마사지업소를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J(46)씨는 지난해 2~3월 사이 방문취업자로 안마시술소에서는 일할 자격이 없는 중국인 4명을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위반) 기소됐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4단독 전재혁 판사는 지난해 9월 J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동철 부장판사)도 지난해 12월 J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들 재판부들은 J씨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했다.
그러자 변호인의 도움 없이 재판을 받은 J씨는 “시각장애인임에도 소송 계속 중에 점자자료로 작성된 관계 서류나 공판조서 등을 제공받지 못함으로써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며 상고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3조는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가 공판심리절차에서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직권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한 법원의 국선변호인 선정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피고인의 연령, 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도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각장애인 J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2010도881)
재판부는 먼저 “형사소송법상 권리의 행사가 자력으로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공판조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공판심리에 임하게 됨으로써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제도의 취지와 점자자료로 작성된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등의 제공되지 않는 현행 형사소송실무 등에 비추어,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ㆍ지능ㆍ교육 정도를 비롯한 시각장애 정도 등을 확인한 다음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시각장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급 시각장애인으로서 점자자료가 아닌 경우에는 인쇄물 정보접근에 상당한 곤란을 겪는 수준이므로 법원은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는 절차를 취했어야 했다”며 “그럼에도 국선변호인의 선정 없이 공판심리가 이루어진 경우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을 위반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공판심리를 진행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한 경우인지 여부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대법원은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경우 형사소송법상 필요적 국선변호인 선정대상은 아니지만, 시각장애인 피고인은 시각장애 정도에 따라서는 공판심리절차상 방어권 행사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의 규정을 준용하는 새로운 해석론을 통해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를 통해 법원은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경우에도 공판중심주의 정착에 따른 실질적 방어권 강화라는 차원에서 향후 사실심의 공판심리절차 운영상 국선변호인 선정의 필요성이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심리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은 물론 공판중심주의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고인이 시각장애이면 국선변호인 선정해 줘야”
대법원 첫 판결, 시각장애인 피고인 방어권 실질적으로 보장 기사입력:2010-05-14 17: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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