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친구처럼 지내며 1억 원을 빌려줬으나 갚지 않는 채무자의 가게에 찾아가 채무변제를 요구하다가 채무자 남편으로부터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아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주부에게 항소심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다.
40대인 박OO(여)씨는 2007년 L(여)씨의 큰딸이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으로 근무하면서 서로 알게 됐고, 이후 나이가 같아 친구처럼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후 박씨는 L씨가 목포 시내에서 큰 무리 없이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2008년 3월 L씨에게 1억 원을 빌려줬다.
그런데 갚기로 약속한 때까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박씨는 지난해 1월 L씨 명의의 재산이 시동생에게 이전됐고, L씨의 채권자가 15명에 이른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박씨는 L씨와의 만남이나 전화연락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지난해 1월28일 오후 10시경 L씨의 인테리어 매장에 찾아가 L씨를 만나게 됐다.
당시 박씨는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어주며 1억 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으나 L씨는 돈이 없어 송금하기 어렵다고 했고, 이에 박씨가 독촉하자 L씨의 남편인 P씨가 112에 신고하면서 매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으나 박씨는 경찰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의자에 앉아 버텼다.
박씨는 이로 인해 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인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지난해 8월 “피고인이 피해자(P씨)의 퇴거요구에 즉각적으로 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는 채권자로서 채무변제를 독촉하는 행위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며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이 설령 적법하게 피해자의 점포에 들어간 후 피해자로부터 퇴거요구를 받았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에 대한 채권자이고 채무변제를 독촉하기 위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퇴거요구에 응해야 한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퇴거불응 행위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으려면 그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 등을 구비해야 하는데, 원심은 이러한 요건구비 여부를 판단하지도 않고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시켜 무죄를 선고한 것은 퇴거불응 및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광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룡 부장판사)는 최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2009노2123)
재판부는 “피고인이 퇴거요구를 받고서도 즉각 응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처에게 큰돈을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하고, 다른 채권자들도 다수가 있는 상태였는데, 채무자(L씨)가 자신의 재산을 시동생 명의로 이전하고서도 피고인이 채무자를 만나거나 전화연락을 할 수 없게 되자 채무독촉 및 변제계획 등의 답변을 듣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퇴거에 불응한 행위 역시 욕설이나 폭행 등 별다른 소란행위를 하지 않고 단지 의자에 앉아 움직이지 않은 채 채무자인 L씨에게 채무변제 독촉을 하고 변제계획에 대한 답변 등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에 불과해 수단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피고인의 퇴거불응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은 영업과 관련된 매장의 평온인데, 퇴거불응 행위가 있었던 시점은 영업이 거의 끝나 손님이 없었던 밤 10시 이후에 이루어져 그 법익의 침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고인에는 채무변제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퇴거요구에 응해 피고인이 매장을 나오더라도 법적 절차를 통해 L씨로부터 채권을 추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당시 피고인을 만나주거나 전화연락이 되지 않던 L씨에게 채무를 독촉하거나 채무변제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매장을 찾아갔던 피고인으로서는 매장에 머무르면서 L씨에게 독촉해 답변을 듣는 것 외에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퇴거요구를 받은 것은 피고인이 매장에 들어간 지 5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채무변제 독촉을 하고 그 답변을 듣기에는 머무른 시간이 너무 짧았던 점을 감안하면, 긴급성 내지 보충성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의 퇴거불응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채무변제 독촉하며 퇴거요구 불응한 채권자 무죄
광주지법 “퇴거불응 수단이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이 있어 정당행위” 기사입력:2010-04-21 11: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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