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정 않는 ‘공무원노조’ 법원이 사실상 인정

서울행정법원 “설립신고 수리되지 않았어도 성립요건 갖추면 노동조합” 기사입력:2010-04-09 10:58:45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성윤)의 설립신고를 노동부가 세 차례 반려한 가운데 법원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와 실체를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 향후 노동부의 대처가 주목된다.

옛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손영태)과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 3개 단체는 각 조합원들의 투표를 거쳐 지난해 9월 통합을 결의하고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을 꾸린 뒤 지난해 11월28일 대의원대회에서 정식으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으로 탄생했다.

전국공무원노조(옛 전공노),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조조가 지난해 9월23일 조합원 11만 여명의 거대 공무원 통합 노조를 탄생시켰다.(사진=전국공무원노조)
그런데 옛 전국공무원노동조합(옛 전공노)이 노동부를 상대로 낸 소송이 한 건 있었다. 2007년 10월 노조설립신고를 마친 옛 전공조에게 노동부가 지난해 8~9월 “법원에서 파면ㆍ해임이 확정돼 공무원신분을 상실해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자가 조합간부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90명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부득이 직권으로 조사해 관련법에 의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옛 전공노는 지난해 10월8일 “노동조합 규약 및 규정상 조합원이 아닌 해직자 및 상근 직원의 간부 활동에 대한 제한은 없으며, 관련 법령에도 제한사항이 없음. 또 노동부에서 시정을 요구한 사람들의 경우 이미 조합 탈퇴서를 제출해 조합원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회신했다.

그러자 노동부는 일주일 뒤인 10일16일 “제출한 명단 중 공무원이 아닌 76명은 조합원 자격이 없으니 조합원에서 배제할 것과 만약 시정요구를 기한까지 이행하지 않는 경우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옛 전공노는 거듭 노동부가 문제 삼는 조합원들은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10월20일 “조합원 6명이 조합원 탈퇴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직위를 계속 유지한 채 노조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돼 옛 전노조의 시정결과 보고가 허위”라며, 옛 전국공무원노조에게 ‘공무원노조법에 의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통보한다’는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옛 전공노가 노동부를 상대로 지난해 10월20일자 통보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내자, 노동부는 “노조법과 그 시행령 규정을 보면 노동부장관이 30일의 기간을 정해 한 시정요구가 불이행되는 경우 당연히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게 되는 것”이라며 “이 사건 통보는 기한 내 시정을 해제조건을 한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처분이 철회됐음을 알리는 ‘사실의 통지’에 불과해 쟁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그 취소를 구하는 이번 소송은 부적법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송을 제기한 옛 전공노는 다른 공무원노조와 통합되면서 집행부 및 조합원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합노조로 조직을 변경했고 해산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완전히 소멸해 해산했으므로 당사자 적격 내지 소송의 이익이 없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옛 전공노는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와 합병 결의를 했으나 합병은 옛 전공노의 해산사유일 뿐 합병 결의로 인해 바로 옛 전공노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고, 합병절차가 종료돼 합병등기를 마친 때에 옛 전공노가 해산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당사자 적격 및 소의 이익이 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하종대 부장판사)는 8일 “원고에게 이 사건 통보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했다. (2009구합44690)

‘각하’라는 액면으로는 옛 전공노가 패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무원단체의 손을 들어 준 상당히 큰 의미가 담겨있다. 법원이 통합공무원노조 탄생으로 해체된 옛 전공노의 지위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3개 공무원단체가 통합해 만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지위와 실체를 인정하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통보가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노동부의 주장에 대해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게 되면, 공무원노조의 경우 정부교섭단체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되는 등 노조법 및 공무원노조법에 의해 설립된 노동조합에게 인정되는 지위와 권한을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노동부의 주장처럼 이 사건 통보는 원고에 대한 노조 설립신고증 교부처분이 철회됐음을 알리는 단순한 사실의 통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원고가 노동조합의 지위에서 가지는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행정처분에 해당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옛 전공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25일 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를 재차 제출하는 전국공무원노조(사진=전국공무원노조)
특히 재판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실체를 인정한데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로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세 차례나 반려한 노동부의 향후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재판부는 노조법 제28조에 노동조합은 그 해산 사유의 하나로 합병으로 소멸한 경우를 들고 있고, 합병에 따라 해산ㆍ소멸되는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합병결의에 의해 개별적 가입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신설 합병된 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자격을 갖게 되는 점, 합병에 따라 해산ㆍ소멸되는 노동조합에서는 해산에 따른 청산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이 그 재산관계 및 지위가 그대로 신설 합병된 노동조합에 승계되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신설 합병된 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비록 (노동부의 반려로) 설립신고가 수리되지 않아 법인등기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노동조합으로서의 실질적 성립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으로 성립된다”며 사실상 전국공무원노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했다.

재판부가 ‘각하’ 결정을 내린 것은 다만 옛 전공노가 현재 전국공무원노조로 탄생했는데, 굳이 옛 전공노가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노동부의 통보에 대해 그 취소를 구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그 통보를 취소한다고 해서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옛 전공노)에게 공무원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없는 이상 이 사건 노동부의 통보가 취소된다고 해서 원고가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공무원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다시 인정받게 되는 것도 아니고, 달리 원고에게 이 사건 통보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각하’는 실체적인 내용을 따지기 전에 소송의 형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부연하면 ‘원고가 공무원노동조합으로서의 실체가 없다’는 것은 옛 전공노가 전국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와 합병을 결의하고 통합함에 따라 종전 옛 전공노는 해체돼 소멸됐는데, 현재 존재하지 않는 단체에게 법원이 다시 노조로서의 지위를 인정한다 해도 옛 전공노에게 실익이 없어 각하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조 윤진원 대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판결은 노동부가 설립신고를 처리하지 않아 전국공무원노조가 합법적인 승인을 받지 않았지만, 법원이 실질적인 성립요건을 갖춘 전국공무원노조를 노동조합으로 인정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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