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개선안, 대법관 증원 없다…상고심사부 설치

법관 연임심사 강화…‘법관 윤리장전’ 마련…모든 판결문 전면 공개 등 기사입력:2010-03-25 19:07:28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한나라당의 사법제도개선안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며 집권여당과 충돌 양상을 보였던 사법부가 25일 사법제도개선안을 전격 발표했다.

핵심적인 부분은 고등법원에 상고 사건을 사전에 걸려내는 역할을 담당할 ‘상고심사부’를 설치하는 것과,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을 받아온 법관 연임(連任)심사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것과, 법관의 행동준칙을 구체적으로 설정한 ‘법관 윤리장전’을 마련한다는 것 등이다.

상고심사부는 무분별한 상고 남발로 인한 대법관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고, 법관 연임심사 강화는 법관의 직무수행 능력과 자질에 대한 외부의 시비를 차단하자는 것이고, 법관 윤리장전도 법원 내외부에서의 법관의 언행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자는 뜻이 담겨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이날 내놓은 개선안에는 한나라당 핵심 개선안 중 하나인 대법관 증원에 대해 일절 말이 없다. 한나라당의 “대법관이 처리하는 사건이 너무 많으니 대법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상고심 사건을 걸러 줄이면 대법관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심리불속행 폐지…5개 고법에 상고심사부 설치


법원행정처는 그동안 재판받을 권리 침해 논란이 돼 온 ‘심리불속행’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대법원에서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바로 기각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대신 대법원은 상고심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 전국 5개 고등법원(서울ㆍ대전ㆍ광주ㆍ대구ㆍ부산)에 ‘상고심사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상고심사부는 8개 재판부가 설치되는데, 이곳에서 심사를 통해 부적절한 상고를 걸러내게 된다. 이를 통해 과중한 대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상고심사부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법관(법원장 경력자 포함) 3인 이상이 포함된 법관은 25명이 배정되며, 법조경력 15년 이상인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도 법관으로 임용해 배치된다.

고법 상고심사부는 원칙적으로 소송당사자에게 법정에 나와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상고심사부의 기각 결정에 승복하면 사건은 2심(항소심)에서 자동 종결되나, 만약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서 3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법관 연임심사 대폭 강화

법원행정처는 또 연임심사 시 근무평정 결과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등 연임적격 여부에 대한 심사를 현재보다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법관 임기는 10년이라 10년마다 연임 심사를 받는데, 법원조직법상 법관 연임 탈락 대상은 직무 수행이 현저히 어려운 경우 등으로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실제로 1990년 이후 연임 심사에서 탈락한 법관은 3명뿐이어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새롭게 마련되는 연임심사 기준에 근무평정까지 반영해 엄격하게 연임적격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앞으로 연임심사에서 탈락하는 법관이 얼마나 나올지도 주목된다.

법원행정처는 특히 근무평정 항목과 기준을 개선ㆍ보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재판권을 행사하는 법관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자질ㆍ품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행 법원조직법을 개정, 연임 제외 사유를 보다 규체화하는 등 엄격한 연임 심사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법관의 내부적 독립이 침해되거나, 사법 관료화 심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유의하겠다는 게 법원행정처의 설명이다.

◆ ‘법관 윤리장전’ 마련 - 엄정한 적용ㆍ실시

이와 함께 사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새로운 행동준칙인 ‘법관 윤리장전’을 마련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기존의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이던 법관윤리강령을 구체화ㆍ세분화한 행동준칙이 담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법원행정처는 일단 법관윤리에 관련된 다양한 사례집을 수집ㆍ검토해 구체적으로 규정해 실질적인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정치적 법관모인 자제 권고’ 등 그동안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5회의 권고의견과 향후 발표되는 권고의견이 ‘법관 윤리장전’의 기초적인 뼈대가 될 전망이다. 나아가 외국의 규범과 사례를 수집ㆍ연구해 법관 윤리장전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윤리장전이 마련되면 그 자체로 법관의 경각심이 고취될 것으로 법원행정처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윤리장전에 따른 법관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법관 비위에 대한 사전예방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리장전을 위반하는 판사에게는 엄정한 조치가 취해진다.

◆ 판결문 전면 공개

법원행정처는 이밖에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의견을 수용해 1, 2심은 물론 대법원 판결문 등 모든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법원은 원칙적으로 모든 판결문 공개에 대해 찬성 입장이면서도,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비실명화에 따른 비용 등의 문제로 비공개 해왔다. 실제로 법원도서관에서는 전체 판결 열람이 가능하고, 중요 판결은 비실명화를 거쳐 온라인을 통해 공개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그럼에도 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 이번에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들에게 투명한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급 법원의 모든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판결문 공개는 우선 대한변호사협회, 국회도서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개를 위해 판결문 제공을 요청할 경우 언제든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공개방법은 관련기관과 협의해 국민적 공감대 형성 정도 등에 따라 진행하기로 했다.

◆ 전자소송 전면 도입 실시

법원행정처는 인터넷을 통한 소장 제출, 기록 열람, 서류 송달 등 전자소송제도를 전면 도입해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사법서비스의 질적 향상, 신속ㆍ편리한 재판절차, 사법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전자소송제도는 오는 4월26일 특허절차 전자소송을 시작으로 부분 시행해 2012년 1월 이내에 전체 민사소송 분야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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