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출신 이회창 “아마추어 같이 사법부에 칼 휘둘러”

“정치권이 사법부에 섣불리 칼 대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 참혹하게 짓밟혀” 기사입력:2010-03-23 16:40:19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기틀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분리되고 독립된 중립적 권력으로 건재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사법부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처구니없는 이 정권의 가장 큰 실수가운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결정적인 실수가 사법개혁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로,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대법관 출신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사진=홈페이지)
◆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개혁 해서는 안 돼”


이 대표는 “사법부 문제로까지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그는 “사법부 문제가 이렇게까지 정치권에서 논란의 대상이 된 1차적인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며 “최근의 전교조 문제, 국회폭력 문제, MBC PD수첩 문제 등 일련의 사건에 관해 법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 잇따르면서 편향된 시각과 자질을 가진 법관들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우려가 사법제도개혁론에 불을 당겼다”고 사법부도 꼬집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사법부 외부에서 특히 정치권력이 사법부를 응징하거나 견제할 목적으로 사법제도개혁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자칫 사법의 독립성을 훼손하기 쉽다”며 “사법제도개혁은 사법의 독립성과 공정성이라는 울타리를 훼손해서는 안 되며, 이런 울타리를 훼손하는 개혁은 사법제도 ‘개혁’이 아니라 ‘파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더욱이 정치권이 중립적 권력인 사법부에 섣불리 칼을 대면 그 결과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언젠가는 참혹하게 짓밟히는 과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사법부 자신이 먼저 사법개혁을 하도록 기다리며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내놓은 사법제도개혁안은 사법부의 이념편향적인 분위기를 한꺼번에 바꿔 보려는 시도로 보이고, 특히 대법원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좌편향 되거나 현 정권에 비우호적인 법관들 대신에, 우편향 되거나 현 정권에 추종하는 법관들로 채우기 위해 사법제도개혁을 시도하려 한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시급한 개선대책은 우선 법관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관 재교육과 연수제도, 그리고 엄정한 법관 평가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판사의 교육을 통한 자질강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법관들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다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고,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 권리와 자유를 침해당하고 눈물짓는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재판이라는 사법제도를 통해 판사가 닦아주고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며 “재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판사 개개인의 올바르고 확립된 가치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관 임기를 마친 후 2년3개월의 변호사 생활을 거치고 다시 대법관에 임명돼 두 번에 걸쳐 대법관을 역임한 이 대표는 “일반법관의 경우 법원내부에서 승진하는 법관 이외에 일정비율로 변호사나 법과대학 교수 등 법조경력이 있는 인사 중에서 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대법원의 경우에도 법조경험자가 아니더라도 사회 경륜과 품격을 갖춘 인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해 재판에 다양한 식견과 철학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한나라당 사법개혁안 군맹평상일 뿐” 혹평

이 대표는 한나라당의 사법개혁안에 대해 ‘群盲評象’(군맹평상-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제각각 말하는 것)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먼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4명으로 대폭 늘리자는 것에 대해 “표면상의 이유는 대법원의 업무량 과다를 들고 있으나 대법관 수를 늘려서 이에 대응하려는 발상자체가 참으로 한심스럽다”며 “사건은 앞으로도 계속 폭주할 터인데 그때마다 계속 대법관 수를 수 백 명으로 늘여나갈 것이냐, 현재와 같은 업무량으로 볼 때에도 대법관 24명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그래서 이명박 정권이 사실은 사법개혁을 빌미로 대법원을 길들이고, 정권의 뜻에 맞는 인사들로 대법관을 채우기 위해 대법관 수를 증원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의도가 불손해 보인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업무량 폭주 문제는 대법원 구성을 2원화하면 해결될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법관 전원으로 구성되는 전원재판부는 법통일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대법관 1인과 대법관이 아닌 일반법관 2~3명으로 구성되는 여러 개의 합의부를 두어 권리구제 사건을 담당하게 한다면 매우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연방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중앙 대법원과 각 지방정부에 대응하는 지방 대법원으로 2원화하고 권리구제 사건의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각 지방의 대법원이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경우에는 중앙 대법관 수가 미국처럼 오히려 9명으로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법관인사위원회와 양형위원회 문제는 불순한 의도”

이와 함께 법관의 보직ㆍ전보에 관한 의결권과 법관 연임에 관한 심의권을 갖는 법관인사위원회를 두면서 법관 3명 외에 법무부장관과 대한변협회장,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장 등이 지명하는 6명 등 모두 9명의 위원으로 법관인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자는 한나라당의 제안도 동의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 법관의 인사는 법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공정한 인사를 위해 법원 내부에 자문기구를 두고 법원 외부로부터 인사에 관한 의견을 자문하게 하는 것은 좋을 수 있으나, 법무부장관 등이 지명하는 외부 인사들을 의결권을 가진 인사위원회 구성원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관 인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고, 행정부가 사법부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고 질타했다.

현재 대법원 자문기구인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구로 구성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제안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헌법상의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규정에 정면으로 저촉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양형은 법관의 재판행위 중에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만일 행정부에 속하는 대통령 직속기구가 양형위원회라는 간판을 달고 재판에 관여하게 한다면 이는 바로 대통령의 재판간섭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양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만든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에 소속된 직속기관인 이상 대통령이 재판에 관여하는 것과 하등의 차이가 없고, 뿐만 아니라 헌법상 근거도 없는 독립기구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 “한나라당, 사법부 개혁안 자진 철회하라”

이 대표는 “사법제도와 그 운용의 틀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하나, 문제는 사슴을 쫓느라 산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거나, 항아리를 닦으려다가 그만 그 항아리를 깨뜨려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일단 사법부 자체의 개혁시도를 차분히 지켜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사법부도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고, 잘못되거나 미흡한 것은 과감하게 스스로 뜯어고치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번에야 말로 사법부가 자율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확실하게 재정립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패표는 “어느 조직이나 내부개혁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사법부에 정치권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칼을 대서는 안 되고, 정치권은 사법제도 개혁을 사법부에 대한 응징이나 견제수단으로 이용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치권이 법원이나 법관을 순치(길들이기)시킬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며 “편향된 시각으로 보편타당성이 결여된 판단을 하는 법관도 문제지만, 권력에 순치되어 그 눈치나 보는 법관은 더욱 나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비교법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어이없는 사법부 개혁안을 자진해서 철회하고, 내실 있는 정치개혁안부터 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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