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한나라 법원개혁안 ‘예의 없다’ 강력 반발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사법부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전례 찾아볼 수 없는 일” 기사입력:2010-03-18 17:38:03
[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대법관 증원 등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사법제도개혁안에 대해, 대법원은 “사법부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진행방식으로 매우 부적절하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대법원 브리핑룸에서 성명서를 통해 “최근의 이른바 ‘사법제도 개선’ 논의는 개별적으로 제시된 주장의 당부를 굳이 따질 것도 없다”며 이 같이 비판했다.

박 처장은 특히 “사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심마저 잃은 이러한 처사는 일류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품격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최고법원의 적정한 구성과 사법부의 자율적 인사운영은 사법부가 독립성을 지키고 헌법상 책무를 다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며 “사건의 심리방식과 형의 양정은 법관의 본질적 직무영역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항을 다듬고 고쳐나가는 일은 마땅히 사법제도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법부가 주체가 돼야 한다”며 “국회나 행정부가 사법제도의 개선을 논의할 때도 3권 분립의 대원칙과 헌법이 보장한 사법부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거듭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박 처장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사법부 자체에서 공식적으로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그 결과를 공표할 것이며, 이를 기초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사법제도개선의 올바른 방향임을 지적해 둔다”고 경계선을 그었다.

앞서 한나라당은 전날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비법관 출신을 임용토록 하는 방안과 법무부장관 등이 추천하는 외부인이 포함되는 법관인사위원회를 대법원에 설치해 판사의 보직, 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10개 법원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고정책회의에서 “법관인사위원회에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장관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은, 법관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치명적인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양형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는 것은 양형에 관해서도 대통령 권력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야 말로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하는 법관의 재판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노영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법원개혁은 사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원칙하에 법관 승진제도의 개선이 최우선”이라고 짧게 논평했다.

이와 함께 대법관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도 18일 대법관 증원과 관련, “지방법원 판사들의 (중요사건 무죄)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대법원을 손보자는 것인가. 대법원장이 (우리법연구회를 해체하지 않아) 마땅치 않다고 대법원을 뜯어 고치자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다분히 사법부에 대한 응징 같고, 포퓰리즘의 냄새가 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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