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의료소송 원고의 보호자가 ‘의사’라는 이유로 기대여명(예상 잔여생존연수)을 최대치로 판단한 감정의사의 평가를 그대로 받아들여 배상액을 책정한 1ㆍ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판단해야 함에도 감정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됐다는 이유에서다.
◆ 1ㆍ2심 피해아동 기대여명 최대치인 50% 인정
생후 15개월 된 A양은 2006년 4월17일 발열과 기침으로 대전의 B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다음날 오전 다시 이 병원에서 소아과의사로부터 진찰을 받았다.
폐렴 등의 진단으로 입원치료를 받기로 한 A양은 열을 내리기 위해 해열제를 먹었는데, 복용 직후 구토를 하고 울면서 보채는 등의 증상을 보였다. 간호사들은 입술이 파랗게 변한 것을 발견하고 응급실로 옮겨 산소마스크를 씌웠다.
그런데도 산소포화도가 측정되지 않아 A양은 심폐소생실로 옮겨졌으나 심박동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동공은 확대된 상태였다. 이날 중환자실로 옮겨진 A양은 인공호흡기를 착용하는 상황으로 악화됐고, 결국 저산소성 뇌손상 상태에 빠졌다.
이후 서울의 대형병원 등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나 현재 A양은 의식은 있으나 소리 나는 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눈도 맞추지 못하는 등 사지 및 목 근육에 강직이 있고, 음식물을 삼키는 것도 되지 않아 경관 투여를 해야 하는 장애가 발생했다.
이에 A양의 부모는 “의료진의 응급처치가 지연돼 후유장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E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대전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황성주 부장판사)는 2007년 12월 “피고는 원고에게 6억 146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김인욱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손해액 일부와 위자료를 늘려 “피고는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70%와 위자료 등 7억 822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1세 3개월인 A양의 기대여명(예상 잔여생존연수)을 정상인 기대여명 81.26년의 50%로 감축된 40.63년으로 잡아 계산한 것.
◆ 보호자 직업이 의사라는 이유로 최대치 인정은 잘못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병원의 과실 책임을 인정해 손해액의 70%를 배상하라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면서도, 기대여명에 대한 부분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2009다75574)
재판부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기대여명은 정상인의 20~50%로 신체기능에 따라 정해야 함에도, A양의 보호자 직업이 의사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최대치인 50%로 정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또 “A양의 신체감정결과는 그 판단의 근거로 삼은 ‘배상과 보상의 의학적 판단’이라는 서적의 본래 취지에 따라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변형한 것으로서 그 합리적인 이유나 설명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는 원고의 기대여명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제1심 법원의 신체감정결과를 그대로 채택해 원고의 기대여명이 40.63년이라고 단정했으니, 이는 심리를 다하지 않고 채증법칙을 위반해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라며 “따라서 이를 다시ㆍ심리 판단하라”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기대여명은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 개입 안 돼
대법, 기대여명은 신체기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판단해야 기사입력:2010-03-14 18: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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