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국회폭력사건’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무죄 판결에 대해 회원 변호사들의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급히 비판 성명을 내 분란을 일으켰던 대한변호사협회(변협ㆍ회장 김평우)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변협 감찰위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지낸 민경한 변호사는 12일 ‘한겨레’에 기고한 ‘변협의 역주행’이라는 글에서 “최근 변협 활동을 보면 설립 취지에도 역행하고, 변협이 실현하려는 인권옹호나 사회정의와는 거리가 먼 한심한 행태를 많이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4대강 토론회 갑자기 취소…외압 있었나, 회장 자의적 취소인가
중견 법조인인 민 변호사(52ㆍ사법연수원 19기)는 먼저 지난달 변협이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국의 환경문제 및 변호사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4대강 사업 관련 토론회가 하루 전날 갑자기 취소된 것을 변협의 ‘한심한 행태’로 제시했다.
그는 “변협은 (토론) 참석자들의 찬반 균형이 맞지 않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했다고 해명하지만, 비판적 패널이 많다는 이유로 외압이 있었다거나 회장이 충분한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취소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인권대회 3개의 세션은 북한 인권에 관한 주제 2건과 반인륜 범죄에 관한 국제형사 재판권에 대한 것이었고, 이벤트 3건도 모두 북한에 관한 것으로서 북한 인권 세미나 같은 착각이 든다”며 “북한 인권도 하나의 주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제1회 변호사 인권대회에서 국내의 중요한 여러 인권 현안은 다루지 않고, 온통 북한 인권 문제와 이벤트만으로 채운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변협에서 언론 장악하려는 현 정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
민 변호사는 변협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들의 편집권 조항 삭제를 두 번째 ‘한심한 행태’로 꼽았다.
변협은 학술지 성격의 회지인 ‘인권과 정의’와 소식지 성격의 ‘대한변협신문’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는데, 종래 신문 간행 규칙은 신문의 편집권은 편집위원회가 갖고, 발행인은 회장이 되며, 편집인은 공보이사가 된다고 규정돼 있었다.
그러데 변협은 지난해 10월 신문과 회지 간행 규칙을 개정해 두 매체의 편집권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공보이사가 겸하던 신문 편집인을 없애고, 회장이 발행인 겸 편집인을 겸하게 된 것.
민 변호사는 “편집권 조항 삭제와 편집인을 없애는 것에 대해 편집인과 편집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며 전원 사퇴했다”며 “편집권 독립은 모든 신문 발행의 요체인데, 법률가단체인 변협에서 언론을 장악하려는 현 정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해 뒷맛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 “무죄 이끈 변호인에 칭찬 보내야지, 무죄 선고한 판사 비난 성명은 한심”
특히 변협의 성명서 발표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냈다. 민 변호사는 먼저 “변협은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곧바로 회원들에게 무죄판결의 타당성과 이념 편향성 여부, 우리법연구회 해체 여부를 포함한 해결책에 대한 편향적인 설문조사를 했다”며 그런데 “답변기간이 지나기도 전에 회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성명을 발표한 것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강기갑 의원에게 무죄 판결을 한 판사는 (한나라당이 좌편향이라며 해체를 요구하는) 우리법연구회 회원도 아니고, 이 판결과 우리법연구회나 이념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민 변호사는 그러면서 “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상 원리이고, 열심히 변론해 무죄를 받고 유리한 양형을 이끌어내는 게 변호인의 본연의 임무”라며 “변호사단체라면 무죄추정의 대원칙을 준수하고, 어려운 사건을 열심히 변론해 무죄를 받은 변호인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내야지 무죄를 선고한 판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도 한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MB정부 인권위 축소할 때 부당성 지적하는 성명 발표했어야”
반면 인권옹호 단체인 변협이 출범 후 짧은 기간에 인권신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는 국가인권위원회를 MB정부가 축소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인권을 옹호하는 법률가단체라면 인권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구 축소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해야 했다”며 질타했다.
민 변호사는 그러면서 “변협은 변호사법을 개정해 협회에 대한 (변호사의 회원) 강제가입주의를 없애고 임의단체화하고, 회비납부 거부운동을 벌이자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보라”고 일침을 가했다.
◆ 변협, 이동연 판사 비판하는 성명 내자 변호사들조차 성토 빗발쳐
당시 변협에 대한 성토는 빗발쳤다. 지난 1월19일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진 당일 변협이 이동연 판사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놓자, 민변은 즉각 논평을 통해 “변협의 성명은 회원 변호사들의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것이고, 무엇보다 사법부 독립과 법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정치적 의견으로, 변협의 처사는 지극히 편향된 만큼 성명을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했다.
또한 나승철 변호사를 비롯한 젊은 변호사 50명도 ‘변협 집행부의 독단을 우려한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변협 집행부의 성명은 회원 변호사들을 무시한 것으로 도저히 민주적인 협회 운영이라고 할 수 없으며, 과연 집행부가 사법부 개혁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서 성명서 철회를 촉구했다.
변호사 출신인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도 변협 질타에 가세했다. 송 최고위원은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밉다고, 변협이 해괴한 성명을 발표했다”며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변협이,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항의성명을 내는 게 제정신인가”라고 개탄했다.
변협 회원을 탈퇴해야할 정도로 낯부끄러워 한 송 최고위원은 특히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나. 변협회장은 해명해야 한다. 검찰의 대변인으로 전락했나. 자기 피고인에게 무죄가 나왔다고 항의하는 변호사는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변협의 희화적인 작태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정책위의장도 개인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도 사법권의 독립을 위하고 억울한 사람을 위해 앞장서야 할 대한변협의 간부 등 일부 법조인들이 사법부를 폄훼하고 나선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대한변협 간부 등 일부 법조인들이 경솔한 행동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변협을 질타했다.
민경한 변호사 “변협 역주행…한심한 행태 많아”
“회비납부 거부운동 벌이자는 회원들 목소리 귀담아 들어보라” 기사입력:2010-03-12 12: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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